"300, 500만원에 합의하자"...'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과도 못 받았는데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른바 ‘얼차려(군기훈련)’로 숨진 훈련병과 함께 훈련받았던 다른 훈련병들에게 가해 중대장과 부중대장 측에서 계속해서 합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군인권센터는 숨진 박모 훈련병과 함께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얼차려를 받았던 훈련병 A씨(현재 일병)는 최근 국선변호사를 해임하고, 박 훈련병 유가족 측 법률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를 새로운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일로 A씨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지난 8월 27일 중대장 강모(27·대위)씨와 부중대장 남 씨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 사건 2차 공판에서 증인석에 올라 PTSD 진단 사실과 사건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사건 이후 가해자 측이 A씨를 포함한 생존 훈련병 5명에게 반복적으로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존 훈련병들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었던 국선변호사는 지난 8월 2차 공판 당일 증언을 앞둔 A씨를 처음 찾아와 가해자 측에서 합의를 요구한다고 전했고 이후에도 A씨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중대장 300만 원, 부중대장 500만 원’의 합의금을 각각 제시하며 재차 합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A씨는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합의 얘기는 부적절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측은 “가혹행위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생존 훈련병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혀 놓고 사죄와 반성, 합당한 대가도 치르지 않은 채 죄를 덜 생각만 하는 가해자들이 마땅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거부했음에도 계속 합의 요구를 전달해 왔다”며 국선변호사 해임 이유를 전했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A씨가 PTSD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증언한 만큼 학대치상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훈련병의 부모는 지난 6월 21일 군 인권센터를 통해 “구속영장 청구를 전후해 중대장(강 씨)이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유족은 “박 훈련병이 쓰러진 뒤 어머니와 전화할 때도 죄송하다는 말 한 번 한 적 없고 빈소에도 찾아오지 않은 중대장은 구속영장 신청을 앞둔 17일과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19일에 갑자기 어머니에게 ‘사죄를 드리기 위해 찾아뵙고 싶다’며 계속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사죄 연락 한 번 없던 중대장이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제서야 사죄 운운하며 만나자고 요구하는 것은 ‘부모님에게 사죄했다’고 주장하며 구속 위기를 피하려는 속셈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대장이 반복적으로 진정성 없는 사죄 문자를 보내는 데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중대장은 피해자 부모님에게 ‘사과받기’를 종용하는 2차 가해를 즉시 중단하라”교 요구했다.
중 대장 강 씨와 부중대장 남 씨는 지난달 16일 첫 재판에서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학대치사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학대에 고의성이 없었고 당시 얼차려로 훈련병이 사망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거다.
특히 강 씨 측은 “부중대장 남 씨에게 군기 훈련을 지시하겠다는 보고만 받았고, 완전군장 상태로 실시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 씨 측은 “완전군장과 구보를 실시한 것은 인정하지만 규정에 어긋난 뜀걸음과 팔굽혀펴기는 중대장이 지시를 내려 사망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은 내일(11일) 오후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이번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강 씨와 남 씨에 대해 구형한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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