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노후` 선물한다더니… 어정쩡한 디딤펀드

신하연 2024. 10. 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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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가 퇴직연금 수익율을 높이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디딤펀드'가 공회전을 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은 "디딤펀드가 잘 작동해 기존 원리금보장상품에 쏠려있는 퇴직연금 자금이 어느 정도 이동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상품"이라면서도 "은행 입장에서는 창구에서 디딤펀드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유인이 없고, 아직까지 디딤펀드가 출시돼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은 만큼 초기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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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금보장 상품과 차별화 부족
상당수 수탁고 증가액 1억 미만
실적배당형 신뢰 회복·홍보 필수
[사진 픽사베이]

자산운용업계가 퇴직연금 수익율을 높이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디딤펀드'가 공회전을 하고 있다. 새로 내놓은 상품 중 수탁고가 1억원도 늘지 않은 상품이 다수 눈에 띄는 등 자금이 좀처럼 모이지 않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규모는 380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수익률이 낮은 안전형 상품에 쏠리다보니 노후 생활 보장이라는 연금 설립 취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존 실적배당형 상품보다는 수익률과 위험도가 낮고, 은행의 원리금보장형 상품보다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중수익, 중위험' 상품을 내놓았지만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이후 '디딤펀드'란 이름으로 출시된 퇴직 연금 상품은 모두 24개다. 기존 운용되던 펀드의 상품명만 바꿔 재출시한 상품은 9개, 신규 출시한 상품은 15개다. 하지만 신규 출시한 15개 상품 중 10개는 한달이 되도록 수탁고 증가액이 1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초기 흥행에는 실패한 것이다.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액은 382조4000억원이다. 이중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은 87.2%에 달한다. 이 중 은행 원리금보장형에 예치된 금액만 178조5000억원으로 전체 연금의 절반에 가깝다.

하지만 은행권 퇴직연금 연환산 수익률은 최근 5년 2.15%, 최근 10년 1.93%에 그친다. 최근 5년 평균 물가상승률 2.4%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디딤펀드 판매가 부진한 원인을 상품 설계구조에서 찾고 있다. 디딤펀드의 주식 편입비율은 50% 미만이며,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기존 원리금보장 상품과 비교해 뚜렷한 강점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도 과제로 꼽힌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원리금보장 상품에 퇴직연금이 집중되는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적배당상품에 대한 투자자 교육과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은 "디딤펀드가 잘 작동해 기존 원리금보장상품에 쏠려있는 퇴직연금 자금이 어느 정도 이동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상품"이라면서도 "은행 입장에서는 창구에서 디딤펀드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유인이 없고, 아직까지 디딤펀드가 출시돼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은 만큼 초기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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