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독주’에 멀어지는 삼성전자 '비메모리 1위'의 꿈

삼성전자 엑시노스 2400 제품 이미지 /사진 제공=삼성전자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던 삼성전자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시장은 매년 성장하지만,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삼성전자가 승부를 걸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나인투파이브맥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팹1에서 4나노 미세공정으로 애플 아이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6’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A16은 애플이 내년 초 출시하는 중저가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SE4에 탑재될 예정이다.

TSMC가 예상보다 빨리 미국에서 4나노 공정의 AP를 생산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경쟁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미국 내 1공장을 이미 건설해 양산에 들어갔다. 2028년 2공장, 2030년에는 2나노 이상의 최첨단 공정을 생산하기 위한 3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TSMC는 이 지역에 최대 6개의 생산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하지만 TSMC가 애플 칩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대량 생산 시점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는 이미 3나노에서 삼성전자를 앞선 데다 2나노 생산 공장도 본사가 위치한 대만에 건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수율 면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4나노에서도 압도적인 캐파(생산능력)를 갖게 된 것이다.

비메모리 1위 꿈꿨지만…파운드리 '문제'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더 큰 문제는 현재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을 만한 파운드리 경쟁력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2030년까지 TSMC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는 TSMC를 추월하기 위한 핵심 생산기지로 미국 테일러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계획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제품의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서 양산 시점을 올해 말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향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성장에 맞춰 점유율을 확보할지도 미지수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도 10% 남짓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TSMC와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16%, 내년에는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TSMC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59%, 올해 64%, 내년에는 66%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턴키 역량 묘수될까…첨단 패키징 기술력 관건

향후 삼성전자는 턴키(일괄공급) 서비스 역량을 기반으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최근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연내 분사한다고 밝히며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종합반도체회사(IDM)가 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잇는 생산효율화를 강조하며 통합 AI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에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20% 단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고객사 확보 목표도 세웠다. 송태중 삼성전자 상무는 올 7월31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응용처 수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2028년에는 고객 수를 2023년 대비 4배, 매출을 9배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며 “선단공정에서 요구되는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2나노 공정의 성숙도를 향상시키고 추가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사가 첨단 공정 매출을 확보해 수익성을 보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가 첨단 패키징인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징(FO-PLP)’ 기술을 안정시켜 주도권을 잡고, 수익성이 높은 HPC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는 매년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지난해 파운드리에서 2조원, 올 상반기 1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 파운드리가 매각이 아닌 분사를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에 별다른 호재가 없을 것이며, TSMC의 점유율을 가져오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며 “TSMC가 패키징에 대해 오랜 업력을 가졌기 때문에 삼성전자 또한 첨단 패키징 역량을 높여야 고객사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