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한컴오피스, 뭐가 달라지나
(지디넷코리아=김우용 기자)한글과컴퓨터가 구독형 오피스 서비스 '한컴독스'를 28일 출시했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최신 버전의 한컴오피스를 가입 기간 동안 최대 다섯대 기기에서 쓸 수 있고, 웹 기반 오피스와 클라우드 저장소를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365와 유사한 형태다.
한컴독스는 일반 개인사용자용과 기업용 서비스로 나뉜다.
일단 모든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무료 상품의 경우 웹 기반 한컴오피스와 모바일 앱을 이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 저장소로 2GB를 제공한다.
월 6천900원, 연4만9천원의 개인용 한컴독스는 윈도용 한컴오피스와 맥용 한글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한워드, 한셀, 한쇼' 등이 오피스 제품군에 포함된다. 클라우드 저장소는 10GB를 제공한다.
월 1만900원, 연 9만9천원의 기업용 한컴독스는 개인용 서비스와 동일한 제품구성에 이용자당 저장공간 100GB 클라우드 저장소와 조직관리 기능을 포함한다. 조직관리에서 관리자 페이지, 구성원 권한관리, 구성원 활동 로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무료 가입자, 개인가입자, 기업가입자 모두 협업 기능을 쓸 수 있다. 링크공유, 특정 사용자 공유, 공유 초대자 편집, 댓글 추가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구글워크스페이스의 실시간 공동 편집 기능은 없다.
이같은 요금제 구성은 마이크로소프트365(옛 오피스365)와 거의 같다. 마이크로소프트365가 오피스 제품군뿐아니라 팀즈, 아웃룩 등 다양한 앱을 함께 제공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 빈약한 구성이긴 하다. 한글과컴퓨터 측이 연내 더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구성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한컴독스 구독 F&Q
기존 한글과컴퓨터 계정 보유자도 한컴독스를 이용하려면 새로 가입해야 한다.
유료 구독 후 기존에 사용하던 한컴오피스를 삭제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다운로드해 설치해야 한다. 유료 구독중에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계속 업데이트된다.
만약 구독을 해지하면 기기에 설치된 한컴오피스를 쓸 수 없다. 어도비나 마이크로소프트365처럼 계정 인증 기반으로 로그인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그인을 거쳐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을 실행하므로 애플리케이션이 삭제되는 건 아니다.
유료 구독자는 클라우드 저장소 10GB를 쓸 수 있는데, 구독을 해지하면 기본 클라우드 저장공간은 10GB에서 2GB로 줄어든다. 만약 사용한 저장용량이 2GB보다 많을 경우 파일이 삭제되진 않지만, 파일을 여는게 불가능하다. 파일을 삭제해 저장용량을 2GB 내로 줄여야 저장된 파일을 열 수 있다.
무료 이용자가 웹오피스에서 생성, 편집한 파일은 기본적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기기에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웹오피스는 시중의 대부분 웹브라우저에서 사용가능하다. 단,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는 공식 지원하지 않아 특정 기능을 쓰지 못한다. 인터넷익스플로러(IE)도 지원하지 않는다.
웹오피스에 업로드할 수 있는 문서파일 용량은 1GB로 제한된다. 이미지 같은 리치 콘텐츠를 문서에 다수 포함시킨 경우 업로드 시 용량을 살펴보는 게 좋다.
■ 영구라이선스 구매는 불가능해지나
한글과컴퓨터는 한컴독스 출시에 앞서 자사 홈페이지에서 한컴 오피스를 판매하는 쇼핑몰 운영을 종료했다. 이로써 한글과컴퓨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패키지를 구매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대신 오픈마켓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컴오피스 영구라이선스를 구매할 수 있다. 총판과 파트너를 통한 오프라인 판매도 계속된다.
그러나 앞으로 개인용으로 한컴오피스의 최신 버전이 출시되지 않는다. 현재 최신 버전인 한컴오피스2022가 영구라이선스로 구매가능한 마지막 버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버그 및 보안 패치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지원기간의 경우 한컴오피스2022는 2028년까지다. 맥용 한컴오피스2014의 기술지원은 2020년 종료됐고, 최신 버전인 맥용 한컴오피스2014 VP의 기술지원은 올해 종료된다.
때문에 맥 사용자는 한컴오피스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한컴독스 가입이 추천된다.
■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서비스로 전환하는 이유
한글과컴퓨터는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IT 기업이고, 한컴오피스는 가장 대표적인 국산 소프트웨어다.
아래아한글 워드프로세서 출시 후 패키지 라이선스 매출에 의존하던 한글과컴퓨터는 IMF 사태를 지나며 폐업 위기에 처했다가 국가적 지원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오피스 제품군 판매 외에 다양한 사업분야로 진출하며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소프트웨어의 영구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사업모델은 회사와 공급파트너사의 영업 역량에 실적을 의존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한컴의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은 약 74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6.6%를 차지한다. 소프트웨어 제품 매출을 보면 한글과컴퓨터는 이미 구독형 사업 비중이 판매 사업보다 크다. SW부문 제품별 매출 구분에서 전체 647억7첮200만원 중 구독형 매출은 343억6천300만원(53.1%), 구독형 외 매출은 304억900만원(46.9%)다. 기업 및 공공 시장의 한컴오피스 구매와 관련되는 IT서비스 및 유지보수, 업무도구 등의 사업비중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라이선스 판매 매출의 비중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이를 구독형으로 전환할 경우 한번에 여러 개 라이선스를 파는 대신 월 구독료를 받기 때문에 분기 및 반기별 매출 규모는 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
대신 구독형 모델로 전환해 가입자 계약을 장기간 유지하면 매월 고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어 전보다 사업의 안정성이 올라가는 효과를 준다.
라이선스 판매에서 구독 서비스로 선제 전환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같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오히려 오피스 제품군 구매 비용이 여러 달에 걸쳐 분산되므로, 고객의 초기 진입장벽을 낮췄고,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면서 유료 가입자 규모를 늘려 오늘의 대규모 서비스 매출을 이뤘다.
사업 전환 초기 일정 기간의 매출 감소를 견디고 재무흐름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면 구독 서비스로 전환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 구독형 서비스 이용에 일장일단이 있다. 장점은 필요할 때만 이용료를 내고 한컴오피스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한컴오피스 파일형식의 문서를 열람하고 편집해야 할 때만 구독했다가, 필요없을 땐 구독을 해지하면 된다.
문제는 장기간 이용이다. 월 6천900원, 연 4만9천원이란 구독료는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5만원선인 개인용 한컴오피스 영구 라이선스 패키지 를 구매하는 것보다 비싸다.
한글과컴퓨터는 한컴독스 가입자의 소프트웨어 상태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항상 최신 버전으로 유지하므로, 새 버전 출시 때마다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부담을 줄인다고 설명한다. 통상 3년의 버전 업그레이드 주기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인사용자가 10년 동안 한컴오피스의 최신 버전을 구매하는 경우와 한컴독스를 10년 연속 구독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구독 모델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된다. 기업용 제품의 경우도 비슷하다.
■ 구독형 한컴오피스 시대, 뭐가 바뀌나
한글과컴퓨터 입장에서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전환은 내부적으로 많은 것을 바꿔야 하는 문제다.
일단 3년이란 신제품 개발 주기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업무프로세스를 상시 업데이트와 항구적 기술지원이 가능한 형태로 바꿔야 한다.
기술적으로 개발과 운영을 합친 데브옵스 워크플로우를 갖춰 인력배치, 개발방법론, 조직운영, 연구개발, 투자, 성과평가 등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규모 제품 조직은 각 기능 조직으로 개편하고, 새로운 코드가 전체 서비스에 추가될 때 서비스 중단을 초래하지 않도록 테스트 및 검증 작업을 더 강화해야 한다.
한컴독스 출시를 두고 한글과컴퓨터가 대대적 전환으로 알리지 않는 현재 모습을 볼 때 전면적인 구독 모델로 전환은 아직 먼 얘기로 보인다. 점진적인 확대를 모색한다는 공식 입장을 감안하면 구독형 한컴오피스와 설치형 한컴오피스의 병존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에 대한 패키지 라이선스 판매 방식에 대해 한글과컴퓨터는 공공의 클라우드 전환 양상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공기관의 오피스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이 구매 및 구축 발주에서 서비스 용역 발주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공공시장에 대한 영업 방식 변경의 때일 것이다.
한컴독스가 시장에 안착하는 관건은 유료 가입자 규모의 증가 흐름 창출이다. 유료 가입자 규모가 감소하거나 정체 기간이 길어지면 연간 실적이 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일단 한글과컴퓨터는 개인과 기업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클라우드 저장소를 고객 유지의 장치로 마련했다.
클라우드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쓸 때 적은 수의 데이터는 PC나 다른 저장소로 옮기기 쉽다. 대규모인 경우 데이터 이전 비용과 작업 부담 때문에 큰 문제만 없다면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찬가지로 한컴독스로 만드는 문서의 클라우드 저장소 이용량이 클수록 가입자는 서비스를 해지하기 어려워진다. 사용자가 한컴독스의 클라우드 저장소 대신 대안 저장소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한글과컴퓨터는 클라우드 저장소와 긴밀히 연계되는 부가서비스를 더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용 기자(yong2@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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