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재보험기금 627억, 중대재해 상습기업에 투자됐다

김해정 기자 2024. 10.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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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산업재해 보상·예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산재보험기금)이 중대재해가 빈번한 기업에도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입찰을 통해 산재보험기금 운용사를 선정하는데, 중대재해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 투자 원칙을 마련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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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0년 1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명의 영정을 의자에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노동자의 산업재해 보상·예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산재보험기금)이 중대재해가 빈번한 기업에도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입찰을 통해 산재보험기금 운용사를 선정하는데, 중대재해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 투자 원칙을 마련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산재보험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금 3조9140억원 가운데 627억원이 중대재해가 빈번한 7개 기업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7개 기업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재해가 5건 발생한 한국전력(323억원을 비롯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87억원·중대재해 6건), 현대제철(71억원·4건), 디엘(DL)이앤씨(64억원·8건), 현대건설(60억원·9건), 한화(12억원·6건), 대우건설(9억원·8건) 등이다. 2022∼2023년 2년간 발생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1195건과 견줘 7개 기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건(46건)은 3.8% 수준이다.

노동부는 사업주로부터 산재보험료를 징수해 보험급여 지급, 산재 예방 사업 등에 활용하고 남은 ‘여유자금’을 주간 자산운용사를 선정해 운용하고 있다. 현재 주간 자산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으로 지난해 7월부터 26조6379억원(8월 말 기준)을 맡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다시 하위 자산주간운용사를 통해 국내 채권·주식, 해외 채권·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 빈번하게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하위 자산운용사가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흘러들어갔다.

문제는 주간 자산운용사 선정시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투자원칙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동부가 2022년 12월 ‘차기 주간운용사 선정 기준’을 공고하면서 재무안정성과, 투명성, 운용자산, 운용성과 등만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다. 노동부의 ‘산재보험기금 자산운영지침’ 역시 자산운영 원칙으로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공공성 등만 열거됐다. 반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원칙에서 이에스지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고, 특정 산업군 또는 기업에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동부 자산운용팀 관계자는 “주간 자산운용사 선정 당시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투자 원칙은 없었다”며 “운용사에서 운용하는 개별펀드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처에 대해선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한 민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 등과 관련한 투자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중대재해 발생한 기업 투자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투자 이후 중대재해 발생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투자 원칙이 없어 산재 보상과 예방을 목적으로 마련된 자금이 산재가 발생한 기업에 투자되는데도 막을 수 없는 셈이다.

이때문에 산재보험기금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수정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우 의원은 “산재보험기금을 중대재해가 잦은 기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취지의 자산운용 지침이나 자산운용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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