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았지만 이유는 기억 안 나" 손준호, K리그 나설 수 있나…"출전 제약 없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손준호(수원FC)가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가운데, K리그 출전은 가능할까.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현재 징계가 나온 건 없다. FIFA와 대한축구협회의 징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 FIFA가 중국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변호사를 선임해 추가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수원FC는 당장 이번 주말 전북 현대와 홈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의 발표 당시만 해도 정상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했다. 손준호 측은 "FIFA나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이든 어떤 메시지도 전달된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금은 출전에 제약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무죄 추정을 우선하던 이전과 달리 형량 합의에 따라 유죄를 선고받은 대목은 분명해졌기에, 수원FC가 출전을 강행할 경우 관점에 따라 규정 위반으로 해석할 여지를 열어뒀다는 시선이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0일 "전(前)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라고 발표했다. 그 결과 영구 제명 징계를 받게 됐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프로축구 승부 조작 의혹 속에 중국 공안에 10개월 동안 구금됐다가 풀려났고, 지난 6월 K리그1 수원FC에 입단해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확인된 그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승부 조작에 가담하거나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선수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인해 구금된 것인지 손준호 측은 한 차례도 명확하게 밝힌 적은 없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 손준호는 11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산둥 타이산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을 받은 건 맞지만,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절대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년 6개월간 중국 생활에서 절친한 사이였던 진징다오와 금전 거래가 활발했다는 손준호는 "돈을 빌렸다 갚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친구가 운영하는 축구 교실에 큰 금액을 선물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병원 수술을 잡아드린 적도 있다"고 설명하며 "중국에서 큰돈을 벌다 보니 그 당시엔 큰 금액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말했다.
'20만 위안 정도의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받은 일이 흔했냐'는 질문에 손준호는 "매번 그러진 않았다. 그렇게 큰돈이 오간 적이 많지는 않다"고 답했다.
'드문 상황이면 보통 이유를 기억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자 기자회견에 동석한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손준호는 검소하고 짠돌이로 알려져 있을 정도"라며 "수당이 워낙 크다 보니 돈에 대한 인지 감각 자체가 바뀐 것 같다"고 대신 답했다.
중국 공안으로부터 '손준호에게 돈을 보내고, 옷과 신발을 사줬다'는 진징다오의 진술을 전해 들었다는 손준호는 "너무나 사람을 믿었기에 충격이 컸다. 이후 그 친구를 잊으려고 마음먹었고, 이후 그 친구와 연락한 적이 없다. 진징다오가 무슨 혐의로,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 어떻게 됐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손준호는 승부조작 무죄를 주장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확실한 물증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억에 기반한 진술 뿐이라 모두 발언 이후 1시간이 넘게 반복된 질의응답에서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손준호 측은 금품수수 혐의로만 유죄를 받았다고 명시된 판결문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협박에 의한 자백이라고 주장한 대목도 증명할 게 없다고 인정했다. 20만 위안이 어떠한 친분 거래인지 떠올리지 못한 건 치명적이다.
손준호는 선수 생활 지속 갈림길에 섰다.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영구 제명 징계를 통보할 경우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면 손준호는 FIFA 회원국 어디에서도 선수로 뛸 수 없다. 국제스포츠재판소(CAS)에 항소할 수 있겠으나 중국축구협회가 어떠한 자료를 제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수사와 재판을 거친 최종 결정문만 팩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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