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의 M&A 나침반]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플립 전략

해외 투자 접근성·세제 혜택 등 장점…해외 IPO도 유리

소득세·법률적 복잡성 등 단점도…추진 시점 신중해야

"도전 없이는 진보도 없다"는 말처럼 스타트업에게 해외 진출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는 필수적이고 중요한 도전이다.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본사(모회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법, 즉 '플립(Flip)'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졌다.

플립은 일반적으로 포괄적 주식 교환의 방법을 통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인수·합병(M&A)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플립의 개념, 장점과 단점, 성공 사례, 절차와 방법, 외국환거래신고를 포함한 세금 및 법률적 도전 과제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플립은 한국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이 해외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모회사로 삼아 한국 법인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특히 미국, 싱가포르, 브리티쉬버진아일랜드(BVI) 등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우호적이거나 시장의 규모가 큰 국가 또는 상장을 하기에 용이한 국가를 선택해 본사를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플립의 주요 목적은 해외 투자 유치, 글로벌 시장 확대, 해외에서의 M&A나 기업공개(IPO) 등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해외 시장 진입 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이 플립을 통해 성공하고 있는 주요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센드버드(SendBird)의 플립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2013년 한국에서 설립된 센드버드는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후 기업용 채팅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21년 4월 시리즈C 투자 라운드에서 1억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달성,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번째로 미미박스(Memebox)의 플립 사례를 들 수 있다. 2012년 한국에서 창업한 미미박스는 2014년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후 미국 시장에서 K-뷰티를 선도하고 있다. 세 번째로 스윗테크놀로지스(Swit Technologies)의 사례 역시 대표적인 플립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018년 한국에서 창업한 스윗테크놀로지스는 2020년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이후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21년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1200만달러를 유치했다. 끝으로 멜릭서(Melixir)의 플립 사례를 꼽을 수 있는데 멜릭서 역시 플립을 통해서 잘 성장하고 있다. 2018년 한국에서 설립된 비건 화장품 브랜드 멜릭서는 2020년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후 미국 시장에서 비건 뷰티 제품으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트업이 플립을 할 때의 장점과 단점은 매우 뚜렷하다. 이에 장점을 극대화하는 스타트업은 플립 이후 성공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반면 단점의 굴레에 빠지는 스타트업은 플립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아래에서 플립의 장점에 대해서 살펴본다.

먼저 플립을 하는 경우 스타트업은 해외 투자 유치를 비교적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플립을 통해 해외에 모회사를 두게 되는 스타트업은 현지 투자자와의 접근성이 높아지며 투자 유치가 수월해진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 유럽, 싱가포르 등의 벤처캐피털(VC)은 사실 한국 법인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싱가포르 등에 소재한 법인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은 플립을 한 회사들이 더 많은 해외 자본 유치와 빠른 사업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플립을 한 스타트업은 더 높은 기업 가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M&A를 통한 매각 및 해외 IPO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해외 법인은 상대적으로 국내 법인에 비해서 해외 시장에서 M&A를 통해서 회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해외 상장에 상당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상장 시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기업 가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플립을 하는 경우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커진다. 플립을 통해서 해외에 모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현지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가 줄어들어 현지화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해당 스타트업의 주요 시장에 접근성이 커져서 글로벌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즉 플립은 고객과의 접근성을 높이며 마케팅, 영업 활동도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어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끝으로 플립의 경우 세제 혜택과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싱가포르나 BVI 등은 스타트업을 위한 세제 혜택이 풍부하다. 또한 모회사가 해당 국가에 소재하면 법인세와 소득세 등에서 큰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절감은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재정적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다만 단점 역시 명확하다. 먼저 플립을 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플립을 진행하려면 국내외 법적 절차를 모두 충족해야 하므로 법률, 회계 자문이 필수적이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상당히 크다. 주식 교환 계약서 작성, 기존 투자자들 간의 새로운 주주간 계약서 작성, 국내 법인과 해외 법인에 대한 주식가치 평가, 외국환거래신고 등을 포함한 복잡한 절차로 인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또한 계약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둘째 플립을 통해 주식을 교환할 때 기존 주주들에게 큰 금액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창업 초기에 액면가 상당으로 취득한 주식이 플립 시점에서는 투자 유치와 기업 가치 상승 등으로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가치가 높아진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큰 양도차액에 상당하는 높은 세금(양도소득세)을 부담하게 된다.

셋째 플립을 한 후에 플립한 해당 해외 국가 현지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닦는 데에 어려움이 클 수 있다. 플립 후 현지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현지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를 구축해야 하고 이밖에도 유무형의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지화 전략이 실패하거나 언어 및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인력 채용과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주요 인력이 현지에서 활동하지 못할 경우 경영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원인으로 플립 이후 경영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기존 한국 시장에서의 지원(정부지원 등)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 등의 스타트업 지원 요건 역시 매우 혁신적으로 발전해서 플립을 한 이후에도 한국 정부 등의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이에 해외로 모회사를 설립할 경우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스타트업 지원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연구개발(R&D) 지원금이나 기술 지원 프로그램 등에서 제외될 수 있어 초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플립은 다양한 법적 절차와 다양한 계약을 통해 진행된다. 우선 플립을 하고자 하는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미국으로 플립을 하려는 경우 보통 미국 델라웨어법에 따라 C-Corporation 또는 LLC 등의 법인을 설립하고 실리콘밸리나 기타 본인의 비즈니스 산업이 발전한 도시에 사무실을 얻는다.

둘째 주식 가치 평가 및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플립을 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한국 법인의 구주와 해외 법인의 신주를 교환하는 방법을 선택하는데 주식 교환에 앞서 한국 법인과 해외 법인의 주식 가치를 평가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외국환거래신고 시에 해당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주식가치평가 결과는 주식 교환의 근거 자료로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 계산과 외국환거래신고의 근거에도 활용된다.

셋째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한국 법인의 주식을 해외 법인 신주와 교환하는 주식 교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며 주주 명부를 수정하고 새로운 주주 간 계약서를 체결해 한국 법인이 해외 법인의 100% 자회사가 된다. 또한 이 경우 기존 투자자들은 본인이 보유했던 투자자로서의 권리를 그대로 보유하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주주간 계약 등을 체결해 플립 이후에도 기존 투자자로서 보유했던 권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위와 같은 과정에서 해외에서의 직접 투자와 증권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외국환거래 신고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거래의 적법성을 확인하며 절차는 한국은행이나 외국환거래은행 등을 통해 진행된다. 한국 법인의 주주가 해외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주거래 은행에 해외 직접투자 신고 등을 해야 하고 해외 법인이 한국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증권 취득신고 등을 해야 한다.

다섯째 주식 교환을 통해서 미국 주식을 취득하는 기존 주주들(투자자 포함)은 주식 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국내 세무 당국에 납부해야 하며 주주간 계약서와 관련 법적 서류를 작성해 절차를 마무리한다. 최종적으로 모회사를 해외로 이전한 후 현지 법인에서 필요한 인력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현지 마케팅 및 운영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 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플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문제점으로는 양도소득세 부담과 법률적 복잡성 등이 있다. 양도소득세는 플립 시 주식 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주식의 취득가(창업자의 경우 액면가로 취득)와 현재 가치 차이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므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국내외 법률 준수와 계약서 검토, 외국환거래신고 등 복잡한 법적 절차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외국환거래신고는 필수 절차 중 하나로 미신고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서류 준비와 절차 준수가 중요하다.

또한 스타트업이 플립을 추진하는 시점은 스타트업의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초기에 플립을 시도하는 경우 창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양도소득세 등 세금에 대한 부담은 적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한 초기에 플립을 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반대로 스타트업의 성장이 진행된 후 플립을 시도할 경우 한국 법인의 가치가 높아져서 창업자 등 기존 주주들의 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투자 유치와 현지화 가능성을 고려해 최적의 시점, 즉 너무 초기가 아니면서도 한국 법인의 가치가 너무 높지 않은 시점 그리고 플립한 이후에 해외 법인 투자를 용이하게 받아서 성장을 뒷받침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시점에 플립을 시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만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는 말처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무한한 가능성을 위한 도전이자 기회다. 플립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지만 복잡한 법적 절차와 세금 문제, 해외에서의 경영 문제 등의 도전 과제를 동반한다. 철저한 준비와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이 스타트업 플립 성공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한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