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산 대형 세단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기아 K9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놀랍게도 신형이 아닌 구형 모델이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2천만 원대라는 믿기 힘든 가격에 그랜저보다 넓고 G80보다 조용한, 정숙성 끝판왕 세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모델은 2018년 출시된 2세대 K9 초기형이다. 출시 당시 5,389만 원부터 9,159만 원까지 형성된 고급 세단이지만, 현재는 주행거리 10만 km 내외의 양호한 매물이 2천만 원 중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가격이면 요즘 중형차 신차도 사기 빠듯한 수준이기에 가성비 측면에서 엄청난 메리트를 제공한다.

K9의 가장 큰 강점은 정숙성과 고급감이다. 실제 차주들의 평가에 따르면, G80보다 조용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내 정숙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두툼한 흡차음재, 묵직한 차체, 후륜 기반의 부드러운 주행감은 장거리 운전 시 더욱 빛을 발한다. 거기다 우드 트림과 고급 가죽이 어우러진 실내는 여전히 플래그십다운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외관보다는 실내에 집중한 세단이기에, 실용성과 승차감 중심의 구매자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준다. 특히 2열 공간은 그랜저보다 넓고, G80 못지않은 고급 옵션을 탑재하고 있어 패밀리 세단으로도 손색없다. 조용히, 편안하게 타고 다닐 세단을 찾는다면 이만한 대안은 드물다.

하지만 이 기회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기아는 K9 후속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대형 세단 수요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SUV 중심으로 재편되는 자동차 시장에서, K9은 사실상 ‘마지막 내연기관 대형 세단’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경험해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 소비자들은 '기아차'라는 브랜드에 대해 주저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보다는 정숙성, 고급감, 가격 대비 가치에 중점을 두는 소비자라면 K9 중고차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조건의 차를 이런 가격에 만나기 어려울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