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강력한 춤 ‘도시의 노마드’ 10년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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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끝을 향해 걷는 몸이 요동쳤다.
'도시의 노마드'는 춤으로 도시를 유랑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도시의 노마드'를 처음 기획해 지금까지 활동 중인 주은경 전 아카데미 느티나무 원장(64)은 "씨앗 같은 에너지가 모여 오랫동안 자발적이고 독립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내면의 성장과 사회적인 활동 두 날개가 잘 조화되었다"라고 '도시의 노마드' 장수 비결을 설명했다.
나를 온전히 느끼는 순간은 '도시의 노마드'에서 춤을 출 때 찾아올 거라고 그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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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끝을 향해 걷는 몸이 요동쳤다. 머리와 어깨, 견갑골을 따라 줄을 넘기고, 손과 발에 걸고 밟아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전신 곳곳이 닿도록 다양하게 움직여보세요.” 선생님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줄 위로 뛰고, 등을 대고 누웠다.
10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 지하 1층 느티나무 홀. 실내 공기가 ‘도시의 노마드’ 회원 14명이 내뿜는 숨으로 달아올랐다. 이날 연습은 줄이나 공을 이용해 ‘물속을 탐험하는 해파리’ 또는 ‘풍선 안에서 떠 있는 사람’처럼 움직이며 오롯이 자신에게 몰입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도시의 노마드’는 춤으로 도시를 유랑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2014년에 진행된 아카데미 느티나무 워크숍이 끝난 후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이 모임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자유분방한 움직임으로 이뤄진 이들의 비정형적 춤은 주로 무대가 아닌 자연이나 거리에서 펼쳐진다. ‘도시의 노마드’를 처음 기획해 지금까지 활동 중인 주은경 전 아카데미 느티나무 원장(64)은 “씨앗 같은 에너지가 모여 오랫동안 자발적이고 독립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내면의 성장과 사회적인 활동 두 날개가 잘 조화되었다”라고 ‘도시의 노마드’ 장수 비결을 설명했다.


춤을 통해 개인에서 공동체로 나아가는 활동은 회원들에게 익숙한 일이다. 10년 전 ‘도시의 노마드’ 세 번째 모임이 있던 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애도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추모 공연으로 이어져 2015년 세월호 추모 문화제에서 춤을 췄다. 2016년과 2017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서도 춤을 췄다. 2019년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발달장애 작가들의 전시에서는 삭발 시위를 마친 부모들 앞에서 공연을 했다. 2023년에는 이태원 참사 1주기와 관동대지진 100주기를 기리며 춤을 췄다. 추모와 응원, 슬픔과 기쁨을 시민들과 나눈 경험들은 지금까지 ‘도시의 노마드’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오히려 말보다 움직임이 더 강력한 것 같아요.” 2016년부터 활동한 김현주 회장(49)에게 이 모임은 각별하다. 2013년 다니던 직장에서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그는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힘든 운동만 찾아다녔다. 우연히 알게 된 ‘도시의 노마드’에서 활동하며 암 투병을 버티게 해준 힘을 얻기도 했다. 춤을 추면서 몸이 더 이상 대상이 아닌 주체로 느껴졌다. ‘도시의 노마드’는 12월21일 ‘10주년 기념, 자화상 공연’을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의 목표는 ‘너무 잘하려 하지 않고 긴장을 푸는 것’이다. 나를 온전히 느끼는 순간은 ‘도시의 노마드’에서 춤을 출 때 찾아올 거라고 그는 믿는다.



신선영 기자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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