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팀장의 한숨 소리가 팀 전체를 기죽인다
상사의 한숨 소리에 움찔해본 경험, 한번쯤은 있을 테다. 임원실에 다녀온 부장이 인상을 팍 찌푸리고 있으면 부서원들은 눈치를 주고 받는다. 발소리만 듣고도 사무실에 무거운 분위기가 퍼진다. 이처럼 리더의 기분 상태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조직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리더가 자기 자신과 직원들의 감정 상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파악하고 관리한다면 조직의 갈등을 줄이고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이것이 ‘감성 리더십’이다. DBR 144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감성 리더십을 현명하게 발휘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감성 리더십은 ‘마음으로 사람을 리드’하는 것이다. 선명한 비전이나 카리스마, 전략과 전술을 논하기보다는 조직원의 공감과 호응에 뿌리를 두는 리더십이다. 또한 고객과 동료, 집단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알아채는 리더의 능력이다.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무딘 리더와는 반대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감성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은 감정이입(empathy) 또는 공감(共感) 능력이다. 이것은 어떤 사물을 접할 때 같은 마음을 느끼거나 설사 다른 감정을 느끼더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 이해하는 심리 작용이다. 감정이입이 되면 꼭 말을 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얼굴 표정이나 행동으로 나타난다.
활짝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짓고 고통받는 동료의 모습을 보면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상대방에게 감정이입을 할 때, 상대방의 마음속 아이는 내 표정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이해하고 있구나. 나의 어려움을 함께 느끼는구나’ 하며 안심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감정이입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첫째, 불필요한 긴장을 풀어야 한다.
최근 네덜란드 연구진이 표정 모방에 대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얼굴 사진을 잠깐 보여준 뒤 사진 속 대상이 긍정적 감정상태인지, 부정적 감정상태인지 판단해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이때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면 참가자는 무의식적으로 사진에 나타난 표정을 따라한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사진 표정을 따라하지 못하도록 이를 악물고 어깨에 힘을 줘서 자세를 고정하도록 지시했다. 그랬더니 사진의 감정 상태를 판단하는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 즉 자기 몸이 굳어지면 남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도 약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너무 잘하려고 이를 악물고 일하는 방식은 감정이입과 소통의 리더십에 방해가 된다. 특히 고객에 대한 감정이입이 중요한 서비스 업종이나 마케팅, 영업직군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금니를 꽉 다물지 말고 턱을 살짝 열고 편안하게 미소 지을 때 감정이입이 잘 된다. 1∼2분 동안 잠시 일을 멈추고 규칙적으로 호흡하면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린다. “내 마음이 얼마나 편안한가? 얼마나 긴장돼 있는가?”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수첩처럼 자주 보는 곳에 이 질문을 적어놓고 스스로에게 주기적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둘째, 선입견을 없애야 한다.
조직에서 지연이든 학연이든 어떤 그룹에 포함되면 같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금방 감정이입을 하지만 다른 그룹 사람들에게는 감정이입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고향이 A지역인 사람에게 같은 지역 출신이라고 하면 금방 공통점을 찾아내는데 “그 사람 고향이 실은 B지역이야”라고 하면 차이점부터 찾아낸다. 이런 선입견은 조직원 간의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셋째, 예술을 즐긴다.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은 남이 겪는 갈등이나 사정을 잘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잘 할 수 있다. 시를 즐겨 읽으면 본질적인 느낌을 찰나에 파악하는 훈련이 된다. 음악을 듣고 따라서 흥얼거리거나 댄스 동작을 따라하면서 긴장을 푸는 것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 ‘이 작품을 만들 때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라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감정이입 능력이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넷째, 공통의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은 체험을 함께해야 공통의 기억 목록이 생기고 거기서 비로소 공통의 감정이 발생한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첫 출발이다. 예컨대 병원 의사들은 환자 마음에 더욱 감정이입하고 그 입장을 잘 이해하기 위해 수련 과정에서 대리 체험을 한다. 신입 레지던트에게 아예 환자복을 입혀서 며칠간 병동에 입원시키기도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100일 당직’이라는 제도를 통해 병동에서 100일간 숙식하며 입원 환자와 동고동락하도록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타깃 고객과 같은 체험을 해보지 않고는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 가령 당신이 커피숍을 운영한다면 카페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태블릿 PC로 업무를 보는 고객의 생활 습관을 체험해 봐야 비로소 왜 고객들이 커피값이 비싸더라도 무료 인터넷 서비스가 잘되는 카페로 몰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감정이입용 질문을 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판단을 섣불리 드러내면 자칫 큰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등의 질문을 통해 상대의 감정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그 대답에 동조부터 해야 한다. 그래서 신뢰가 형성되면 다음 상황에 따라 “상대방은 어떻게 느꼈을까요?” “그에게 당신에 대해 물으면 그는 뭐라고 할 것 같은가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에서는 감정이입과 소통의 효과를 분석하고 효과적인 감정이입 방법을 자세하게 제시할 정도로 감성 리더십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에서는 사과로 따지자면 씨앗과 껍질만 강조돼 왔다. 생존에 필요한 실적(씨앗)과 실적을 이루기 위해 할 일(껍질)만이 중요했던 것. 감정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의 비즈니스는 매우 개인화, 감성화한다. 그동안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나머지 절반의 뇌, 즉 감정의 뇌가 본격적으로 활약해야 하는 시대다. 특히 직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이끌어내는 감성 리더십은 조직 내부의 갈등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해서 조직의 지속가능한 장기적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44호
필자 우종민
정리 인터비즈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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