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환율·IT 수요 부진 겹악재…AI서 성장동력 찾는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정보기술(IT) 수요 둔화와 환율하락이라는 악재를 맞아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불황으로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 판매가 약세를 나타내며 회복을 기대했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업황 반등이 지연되고 있다. 내년까지 IT 수요 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기는 인공지능(AI) 서버용 MLCC와 패키지 기판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인 MLCC는 전자기기 회로에서 전류와 전압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세라믹과 전극이 적층된 구조로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서버 등 다양한 산업의 필수 부품으로 쓰인다. 삼성전기에서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MLCC는 스마트폰과 PC 같은 주요 응용처의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최악의 부진을 겪은 지난해보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애플의 '아이폰16' 시리즈가 예상보다 저조한 초기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침체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요 약세는 연말까지 이어지며 MLCC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MLCC 출하량은 올 4분기 약 1조2050억개로 전 분기에 비해 3.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산업 부진에 원·달러 환율 약세가 더해지며 수익성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기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증권사들은 삼성전기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기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매출 2조4120억원, 영업이익 2148억원으로 제시했다. 기존 추정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0.2%, 12% 줄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기의 3분기 실적을 매출 2조6800억원, 영업이익 2231억원으로 기존 추정치 대비 각각 1%, 7% 하향조정했다.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IT 수요 둔화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기 FC-BGA 제품 /사진 제공=삼성전기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와 패키지 기판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와 달리 고도의 병렬연산을 위한 반도체가 추가로 탑재된다. 이에 따라 서버 내부의 부품 수가 늘어나고, 각 부품을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더 많은 MLCC가 필요하다. AI 서버 한 대에 사용되는 MLCC 수는 1만~2만개다. 용량 역시 일반 서버에서 사용되는 47μF(마이크로패)보다 2~4배 더 큰 100μF 또는 200μF 수준의 MLCC가 들어간다. 판매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는 스마트폰, PC용 MLCC와 달리 AI 서버 부품은 원활한 공급이 우선시되며 높은 가격을 인정받고 있어 부가가치가 크다.

AI 서버용 MLCC 분야의 선두 업체로는 일본 무라타가 꼽힌다. 무라타는 AI 서버 부문에서 기존 세계 시장 점유율인 40%를 초과하는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무라타에 이어 2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삼성전기의 MLCC 매출에서 서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로 빈약하지만,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오는 2027년에는 11%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성과가 가시화하는 전장용 MLCC와 함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 기판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와 AI 가속기를 중심으로 활용되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칩을 안정적으로 연결해 전기 신호의 전달속도를 높이고 발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판이다. 삼성전기는 2026년까지 서버와 AI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4분기를 시작으로 AI 서버용 FC-BGA 실적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앞서 미국 AMD와 데이터센터용 FC-BGA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2분기 가동에 들어간 베트남 공장은 본격적인 FC-BGA 생산거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