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파도만 찾던 섬·바위, 내 발로 이제 낭만을 그리다
맹방해변 끝자락 홀로 떠있는 덕봉산
과거 무장공비 계기 군 경계시설로
2021년, 반세기만에 출입 가능
해안생태탐방로 옛정취 물씬
항구 맞닿은 초곡용굴촛대바위길
2014년 출렁다리·전망대 등 설치
해안절벽 촛대·거북·사자바위
산책로 기암괴석 즐비 ‘동해안 해금강’
바다… 바다에는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어울린다. 그 가운데 겨울바다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쓸쓸함과 더불어 낭만이라는 말이 겹쳐 떠오른다. 그런 겨울바다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다. 2~3년 전만해도 육상 접근로가 없고, 군사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사람의 발길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던 ‘삼척 초곡 용굴촛대바위길’과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가 그 곳이다. 수려한 해안 절경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 접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십, 수백년동안 홀로 있으며 차곡차곡 쌓인 쓸쓸함에다 각각의 사연을 갖고 있을법직한 기암괴석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바닷길을 걷는 내내 겨울바다와 묘하게 어울리는 낭만으로 전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다 위로 봉긋하게 솟아있는 덕봉산
동해안에 몇 없는 명사십리 백사장을 갖고 있는 삼척 맹방해변 끝자락에 바다 위 홀로 떠 있는 섬이 하나 있다.
하지만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면 바다와 맞닿아 있는 작은 봉우리, 덕봉산을 만날 수 있다. 산 주변 바다 쪽으로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정상 전망대에서는 동해안 명사십리의 대표격인 맹방해변과 찬란한 겨울 햇살을 맞아 푸르디 푸른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곳 덕봉산은 지금으로부터 55년전인 1968년 11월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계기로 군 경계 시설로 활용됐다.
분단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한 400여m 구간의 철책과 육중한 출입문이 반세기만인 지난 2021년 어렵게 속살을 일반에 공개했다.
해안길에서 손쉽게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1㎞ 남짓한 데크길이 산 등성이를 따라 길게 깔리면서 이제는 완전한 평화의 상징이 됐다. 바닷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수십개의 기암괴석 가운데 어떤 것은 사람 얼굴을, 어떤 것은 동물 형상을 하고 있어 나름대로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곳에 조성된 해안생태탐방로는 바다의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해안코스와 대나무 숲이 우거진 정상부로 올라가는 내륙코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덕산해변에서 덕봉산 탐방로를 잇는 200m 남짓한 외나무 다리는 옛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백사장을 따라 길게 이어진 외나무 다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은 유혹에 휩싸인다.
덕봉산은 산 모양이 물더덩(물독의 방언)과 흡사해 ‘더멍산’이라는 속칭을 갖고 있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덕번산이 되었다가 현재의 덕봉산이 됐다.
또 양양에 삼형제 산봉우리가 있는데 어느날 남쪽으로 떠내려오다가 맏이가 근덕면 덕봉산이 되고, 둘째가 원덕읍 해망산, 셋째가 울진 비래봉이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전설도 내려온다. 조선 선조 때 덕봉산에 자라는 대나무 가운데 ‘밤마다 스스로 소리내며 우는 대나무’가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웃 맹방리에 사는 홍견이라는 사람이 이 자명죽(自鳴竹)을 얻기 위해 덕봉산 신령에게 제사를 올린 후 7일간 밤낮으로 빌었더니 자명죽을 찾았다는 것이다.
홍견은 어렵게 찾은 자명죽으로 화살을 만들어 선조 때 무과에 급제했다. 이후 동생도 이 화살을 이용해 무과에 합격하면서 가문의 가보가 되었다고 한다.
멋진 겨울바다를 품고 있으면서 재미있는 전설까지 곁들이니 지금 아니면 언제 발걸음을 하겠는가.

◇동해안의 해금강, ‘초곡용굴촛대바위길’
동해안의 비경을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탓일까. 삼척시 근덕면 초곡항과 맞닿아 있는 ‘초곡 용굴촛대바위길’은 작은 고깃배들이나 드나들 수 있는 해안 절벽에 자리잡고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초곡용굴과 촛대바위, 거북바위 등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즐비했지만, 육상 접근로가 없는 탓에 이 곳을 구경하려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어업인들과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 구전으로 전해지던 곳이다.
수세기 동안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 이 곳에 해안 산책길이 생겼다. 삼척시가 2014년부터 기암괴석이 즐비한 초곡해안을 경관길로 만들기 위해 데크로드와 출렁다리, 전망대 등을 갖춘 ‘초곡 용굴촛대바위길’을 개발했다.
2019년 문을 연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금은 용화방면으로 일부 구간을 더 연장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구렁이가 용으로 승천한 곳이라는 전설을 갖고 있는 초곡용굴 일원은 ‘동해안의 해금강’이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을 만큼 아름다운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촛대바위와 거북바위, 피라미드 바위, 사자바위 등은 한 번 보면 절대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마성을 지니고 있어 ‘한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다녀간 사람은 없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이 곳은 걸어서 비록 왕복 30분 가량 소요되는 짧은 산책길이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사진찍기 삼매경에 빠지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주변으로 해양레일바이크와 해상케이블카, 장호어촌체험마을, 해신당공원, 수로부인헌화공원 등 다양한 관광지도 즐비해 겨울바다의 매력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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