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투수의 놀라운 한 마디 “청명이 보며 나도 잘 던지고 싶었다”···8이닝 무실점 괴력, 원천은 고졸신인이었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4. 19. 12: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 웨스 벤자민이 지난 18일 고척 키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KT는 올해 선발들의 부진으로 어렵게 출발했다. 가장 많은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면서 시즌을 꽉 채워 잘 돌아가는 선발진이 리그 최강이었으나 올해는 선발들이 부진하게 출발하면서 팀도 당황스러운 개막을 맞았다.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31)이 대표적이었다.

벤자민은 지난해 개막전에는 선발로 나섰고 평균자책 3.54로 15승(6패)을 거둬 리그 외인 투수 중에서도 상위권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는 개막과 함께 삐걱거렸다. 첫 경기에서 두산 상대로 5이닝 4실점 한 뒤 한화전에서는 3이닝 11피안타 11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했다. KT가 대위기 속으로 빠져든 시점이기도 하다.

벤자민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다음 경기였던 지난 6일 LG전에서 6이닝 1실점, 12일 SSG전에서는 6이닝 2실점(1자책)을 해 시즌 첫승을 거뒀다. 그리고 18일 키움전에서는 8이닝을 단 1안타 2볼넷만 내주고 6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타선이 3점을 뽑아줬고 벤자민의 완벽한 투구를 9회말 마무리 박영현이 바로 이어받으면서 KT는 3-0으로 승리했다. KT는 올시즌 처음으로 2연승을 거뒀고, 벤자민도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최고 시속 151㎞의 빠른 공을 앞세웠다. 가장 잘 던지는 슬라이더와 커브도 더했지만 104개 중 77개를 직구로 택했다. 6회말 2사후 이용규에게 중전안타를 맞을 때까지 ‘노히트’ 투구를 펼쳤다. 이 안타 이후 키움 타선을 다시 무안타로 틀어막은 올시즌 최고의 위력투였다.

KT 웨스 벤자민이 18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8회말에는 1사후 3루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낸 뒤 2사후 고영우에게 볼넷을 줘 2사 1·2루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투구 수는 이미 101개였다. 이날 벤자민에게 유일하게 안타를 친 이용규가 타석에 설 차례였다. 투수코치가 한 번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벤자민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끝까지 책임졌다. 2볼에서 3구째에 유격수 땅볼로 이용규를 돌려세웠다. 개막 2경기 부진 이후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면서 이날 처음으로 8이닝을 책임지고 100개 이상을 던졌다.

벤자민은 “팔 각조를 조금 수정한 이후로 좋아진 것 같다”며 뜻밖의 말을 했다. “어제 청명이 너무도 잘 던지는 것을 보고 나도 그렇게 잘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KT는 전날 데뷔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고졸신인 육청명의 5이닝 6피안타 1실점 호투를 앞세워 6-4로 승리해 3연패를 끊었다. 국내 에이스 고영표의 팔꿈치 부상으로 빈 자리에 투입된 육청명의 호투는 팀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KT 외국인 투수 둘은 오랫동안 이 유니폼을 입고 있다. 벤자민은 3년차, 쿠에바스는 6년차다. 팀의 역사과 강약점을 잘 알고 있어 시즌 초반 선발들의 부진이 팀에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졸신인의 호투를 보고 기특함을 느끼며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투수들이기도 하다.

KT 고졸신인 육청명이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에서 5이닝 투구를 마친 뒤 코칭스태프의 격려를 받고 있다. KT 위즈 제공



벤자민은 발음하기 어려운 육청명의 이름을 “청명”이라고 또렷하게 부르며 “우리 선발 투수들은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 어제 어린 투수 청명이 선발로서 너무 잘 던져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쿠에바스도 계속 잘 던지고 있어서 전부 좋은 자극을 받고 있다. (연승을 했으니) 이제 다음 차례의 선발 3명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발 부진에 휘청이며 출발한 KT는 선발들이 안정감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쿠에바스는 아직 승리를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호투하고 있고 엄상백도 경기를 거듭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 벤자민의 8이닝 무실점 역투는 큰 힘이 되었다.

벤자민은 “우리 팀은 선발이 강한 팀이지만 슬로우스타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멘털이 무너지지 않고 잘 정리하고 있다. 각자의 플레이를 잘 하면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 그랬듯 곧 좋은 결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