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연쇄 발가락 절단 사건의 전말

얼마 전에 홍대 근처 길거리 벤치에 앉아있는데 여기저기서 비둘기가 달려들더니, 옆에 앉았다. 그런데 비둘기를 자세히 보니까 발가락 하나가 없네? 평소엔 지들끼리 모여가지고는 길거리를 길막하면서 열심히 먹기만 모습에 열받았었는데 갑자기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유튜브 댓글로 “도심 비둘기들의 발가락이 하나 없던데 왜 그런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발가락이나 다리 한 쪽이 없는 비둘기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 때문이다. 조류 전문가들은 주로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날카로운 재질의 끈이 비둘기의 발가락을 조여 썩게 만든다고 했다.

한국조류협회 빙기창 총무이사
"일단 하나의 딱 명확한 원인으로는 안 이루어지고요. 어떤 힘에 의한 낚싯줄이나 아니면 다른 끈 같은 그런 거에 묶임이 당하면 거의 이제 혈액순환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엉킨 머리카락이나 끈 같은 것들이 돌아다닌다고 해도 어떻게 비둘기의 발가락이나 다리에 영향을 주는 걸까.

동서 조류연구소 이정우 소장
"자꾸 그대로 풀어지면 좋은데 자꾸 다니다 보니까 때도 먹고 이제 이러다 보면 그게 풀리지 않아요. 자꾸 감겨요. 그래서 이제 혈액이 안 통하니까 발가락이 잘라지죠. 섬유질이 이 감기면은. 혈액이 안 통하면 그거는 완전히 폐사. 그 자체가 발가락이 썩죠. 썩어요."

그러니까 머리카락으로 한순간에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끈으로 묶인 발이 자꾸 움직이면 풀리지 않고 자꾸 감기게 된다. 버려진 모기장이나 노끈도 위협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비둘기 발가락 절단과 머리카락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가 있었는데, 프랑스 국립박물관 자연사 연구진은 유독 미용실이 밀접한 지역에 사는 비둘기는 해당 지역 개체 수의 20%가 하나 이상의 발가락을 잃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교각에 놓여진 비둘기 처단용 쇠꼬챙이는 물론, ‘바이러스’도 비둘기 발가락 기형에 영향을 준다. 폭스 바이러스는 보통 모기와 같은 곤충에게 물려서 전파되는데, 비둘기에겐 치명적이다. 만약 감염 때문이라면 두 다리 모두에서 절단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보통 아픈 발가락을 이끌고 먹이활동을 힘겹게 하는 비둘기들은 건강이 악화되는데 이렇게 되면 서열에서 밀리게 되고 집단에서 이탈해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조류협회 빙기창 총무이사
"그렇죠 서열에 많이 밀리게 되죠. 집단생활을 하다가 먹이가 한정이 되어 있는데 먹이를 획득하는 빈도나 노력도는 많이 들어가는 반면 이제 먹이 획득이 적어지게 되면 신체적으로 어떤 신체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는 우리에서 이탈해서 혼자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을 하는 거죠."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비둘기만 100만 마리가 훌쩍 넘는다고 한다. 도심을 비롯해 주로 보이는 비둘기는 외래종인 집비둘기인데,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이 집비둘기가 확산된 건 1960년대 이후 큰 행사에 동원하기 위해  해외에서 수입한 뒤 집중 사육했기 때문이고, 특히 88 서울올림픽 때 ‘평화의 상징’으로 대거 들여온 뒤 그 후손들이 엄청나게 번식하면서 통제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집비둘기와의 경쟁에서 밀리거나 잡종이 늘어나면서 토종 비둘기들은 멸종위기에 몰린 상태다.

환경부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놨지만 규정 때문에 포획도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불임이 가능한 먹이를 준다거나, 대형 비둘기집을 만들어놓고 비둘기가 알을 낳으면 가짜 알로 교체하는 등의 방법을 쓴다는데 우리나라에선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비둘기의 엄청난 개체 수 증가는 인간의 무분별한 방사와 도심에서 최적화된 생존환경, 그리고 비둘기의 엄청난 번식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여기에 차도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 비둘기 특유의 도전적인 습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위험 요인에 노출되기도 쉽다. 그러니까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발가락 없는 비둘기들이 자주 눈에 보이는 것이다.

한국조류협회 빙기창 총무이사
"왜냐하면 비둘기가 주로 생활하는 게 걸어가면서 땅 위에서 서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 어떤 외부적인 위험 요인에 노출이 더 많이 쉽게 되고요."

이정우 소장님은 환경부의 2009년 비둘기 유해조수 지정으로 인해 다친 비둘기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동서조류연구소 이정우 소장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잡아서 처치를 한다든지 많이 있더라도...숫자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거든요. 10:50 사료에다가 피임이 되는 그런 것도 연구가 가능할 것이고."
(왱 : 비둘기랑 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된다는 말씀이신가요)
"바로 그거죠. 예 공생을 해야죠 10:33 비둘기와 공존하자 이거죠."

공생공존. 정말 좋은 말인데 비둘기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너무 다양해서 잘 될지 걱정이다. 그래도 발가락이 없는 비둘기를 보면서 그냥 날개 달린 쥐라거나 닭둘기라고 욕만 하지 말고, 인간들 스스로가 생태계를 교란시킨 책임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비둘기들도 고마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