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예산 쏟은 ‘KDT’는 대기업 간판장사?···"하청형 운영 사라져야"
중소 자영업자 위주인 ‘국기 훈련 업체’, KDT 운영 이후 생계난
KDT 혁신·선도기업 대부분은 대기업···직접 운영 아닌 파트너사로 대체
국기 훈련 업체들 “KDT 하청형 운영 폐지해야”
“같은 교육을 하는데 대기업은 250%를, 저희 같은 소상공인들은 100%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말이나 됩니까.”
십 수년 간 IT분야를 비롯해 디자인, 기계, 전기 등 국가 산업 전반에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기관·전략산업직종훈련(이하 국기 훈련 사업)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재를 양성해 왔다.
국기 훈련은 2011년부터 시행됐으나 사실 그 이전인 1997년 이후 실업대책 및 인력부족 직종 양성으로 정부 차원의 사업이 이뤄졌다. 30년 가까이 국가의 기초산업에 인력을 양성하며 취업률 상승에 견인한 양성기관들이 몇 년 전부터 정부의 기울어진 잣대로 생활고에 겪고 있다.
40대 중반인 A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국기산업 훈련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IT개발·디자인·컴퓨터 등 전문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다.

그는 수년 전 국기산업 훈련생을 양성하는 학원에서의 첫 사회경험을 밑거름으로 대출을 받아 학원을 차렸다. 취업 및 자격증 취득을 희망하는 수강생들을 유치해 잘만 운영하면 직업능력개발훈련 심사평가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기 훈련 기관으로 인증을 받게 되면 정부에서 100%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직업능력개발훈련 심사평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훈련생 정원 대비 적정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테면, 컴퓨터 겸용 강의실은 20인 기준 45m² 확보하고 1인 정원 추가마다 1.5m² 추가 확보하는 식이다. 장비 역시 정원 대비 수량이 적정한지, 사양 등도 심사대상이다.
전문 강사도 중요한 기준이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확인 강사로 배정해야 하고, 해당 분야의 산업 현장 경력이 3년 이상인 요건 등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A씨는 이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춰 신규 훈련기관으로 선정됐다. 대학 졸업을 앞둔 취준생부터 제 2의 꿈을 꾸는 직장인, 결혼·육아로 경력이 단절됐지만 재도전을 꿈꾸는 경단녀까지 다양한 훈련생들을 모집했다. 대출의 부담은 있었지만 열심히 운영하면 우수훈련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잠시, 그의 꿈은 몇 년 전부터 무너져 가고 있다.
'KDT' 사업 확대에 풀뿌리 산업 취업률 기인했던 ‘국기 훈련 기관’ 풀썩
A씨와 같은 직업 훈련 기관 운영자들은 대기업이 들어오면서부터 고충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적게는 한 곳, 많게는 두 세 곳 이상의 직업 훈련 기관을 운영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K-디지털 트레이닝(이하 ’KDT)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기 훈련 기관의 밥그릇을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KDT’의 최초 사업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대응해 디지털 및 신기술 분야의 핵심 실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KDT 사업의 인재 양성 기관으로 삼성, 네이버 등 대기업을 선도·혁신기관으로 선정해 디지털 인재 등을 양성하게 했다. 이 선도·혁신기관에서 훈련생을 받으면 1인 시간당 18,150원의 훈련비를 지원 받는다. 국기 훈련 기관이 받는 NCS 단가(7,000원)에 비하면 파격적인 금액이다.
하지만 실제 KDT와 국기 훈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첨단 기술 분야의 과목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백엔드(Back-end)·프론트엔드(Front-end)개발,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클라우드, 멀티미디어 등의 과목이 중복된다.
A씨와 더불어 국기 훈련 기관 업체들은 정부가 선도·혁신기업에 파격 지원을 하는 이유는 기존 국기 훈련 기관보다 더 고도화 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국기 훈련 기관의 교육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고 지원금은 두 배 이상 많은 구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KDT의 취업률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KDT 일반과정 훈련성과는 2021년 실시인원 5916명 중 수료율이 87.7%, 수료 후 6개월 내 취업률이 67.0%였으나 2022년 63.5%, 2023년 54.3%로 취업률이 떨어졌다. 반면 국기 IT 직종 평균 취업률은 69.2%로 70%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예산은 오히려 반대로 집행되고 있었다.
KDT의 2021년 예산은 2,224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올해 2025년 예산은 4,78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국기 훈련 예산은 2021년 4,105억원에서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올해 2,051억원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KDT 사업은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나 성과가 부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KDT 일반과정 수료자의 취업률, 고용유지율, 관련 직종 취업비중 모두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단순히 사업 목표인원 증가보다 전반적인 사업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기 훈련 기관 운영자 A씨
국기 훈련 기관 종사자인 A씨는 정부의 KDT 사업을 모순 덩어리라고 표현했다. 기존 국기 훈련 기관과의 지원금 차이부터 KDT 파트너사 선정 문제 등을 꼽으며 지속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문제점을 여과 없이 쏟아 낸 A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기 훈련 기관에서 바라볼 때 KDT 사업의 문제는 무엇인가.
“몇 가지의 문제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단가다. 훈련생 한 명당(1시간 기준) 국기 훈련 기관은 7천원, KDT는 1만8150원을 지원 받는다. 지원금액이 차이 나는 이유는 우리가 하던 교육(국기 훈련 과정)과 뭔가는 달라야 하지 않나. 아무런 차이도 없이 지원금만 높게 받아간다. 심지어 운영도 선도기업이 하지 않고 파트너사라는 이름으로 외주업체에 맡긴다. 운영도 미흡하고 취업률도 국기 훈련 기관에 비해 떨어진다. 직업훈련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주범 격이다.”
선도·혁신기업이 직접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얘긴가.
“그렇다. 직접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 예를 들어, A 선도기업의 경우 A사가 KDT 총괄 운영 주체인데도 운영은 A사가 아닌 B사가 하는 식이다. 정부는 역량이 있다고 판단한 A사와 같은 대기업 군에 사업 운영권을 주지만 실제론 지원금만 받고 운영은 다른 곳이 한다는 게 문제다. 이름만 빌려주는 ‘간판 장사’를 하는 식이다.”
그럼 B사는 어떤 곳인가.
“여기는 신생기업일수도 있고, 국기 훈련 기관이 맡는 경우도 있다. 최초 이 사업이 시작될 때는 선도기업이 주도적으로 훈련 과정 운영을 해야 하고, 파트너기관은 콘텐츠 제공 등 간접적인 지원 역할만 규정돼 있었는데, 이 부분이 작년(2024년)에 계획 공고에서 삭제됐다. 이제 선도기업은 운영이 아니라 인프라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뀐 건데, 최초 KDT의 운영 취지에 맞지 않게 ‘하청형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하청형 운영’이 어떤 문제를 유발시키나.
“우선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최초 KDT 사업에서 대기업을 선정한 이유가 질 높은 교육을 시키고, 그 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시스템화 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것 마냥 이름만 빌려주고 예산만 받는 사업으로 전락했다. 자연스레 교육의 질은 떨어지면서 훈련생들의 만족도와 함께 취업률도 같이 떨어졌다. 작년 선도·혁신기업에 들어간 KDT 예산이 4,700억원이 투입된 걸로 안다. 그러나 실제 취업률은 30%대다. 국기 훈련 기관은 매년 지원금이 줄어들고 있지만 IT 직종 취업률은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KDT 수료생 취업률은 67.4%, 2022년 1~5월까지의 취업률은 68.4%로 나와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서 발표한 자료(2023.7.1.~2024.6.30. 통계치)를 보면 KDT 사업을 운영하는 ‘M’ 훈련기관의 백엔드개발 등 50개 과정 취업률은 33.3%였고, ‘T’ 사의 실무형클라우드 등 25개 과정 취업률은 34.8%였다. 이 두 곳이 KDT의 대표 사업장인데, 연간 취업률이 30%대다.”
고용노동부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하고 있나.
“내부적으로는 알고 있는 걸로 안다. 올 하반기에 노동부 직업능력개발 정책 포럼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었다. 당시 노동부 고위 간부가 KDT의 취업률이 50%까지 떨어졌다고 하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한 적이 있다.”
KDT 사업으로 인해 국기 훈련 기관이 겪는 고충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일례로, 기존에 국기 훈련 기관에서 진행하던 디지털·IT 과정이 KDT에서도 거의 똑같이 운영된다. 대기업 간판을 내걸고 비슷한 교육과정을 진행하면 훈련생들은 당연히 익히 들어본 곳으로 지원하지 않겠나. 거기에다 지원금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경쟁 자체가 안 된다. 사실 정부 사업인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구도로 만들어진 자체가 사업의 모순이다. 더불어 내년부터 정부에서는 국기 훈련 기관과 KDT에 동일하게 훈련생 자비부담금 10%(상한선 60만원)를 부과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되면 동일한 실업자 훈련에서 국기 과정은 자비부담금 10%인데, KDT는 3.3%만 적용돼 훈련생에게 불공정한 자비부담금을 부과하는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이 자비부담금이 현실화가 된다면 약 6,000개의 훈련 기관은 도산 위기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업계 관계자로서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KDT의 사업성과가 저조하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데도 내년 예산은 더 늘었다. 내년에도 이대로 간다면 국기 훈련 기관의 사정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본다. KDT 사업을 지속하려면 최초 정부가 선도·혁신기업을 선정한 이유에 맞게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기 훈련 기관에서 양성하는 기초 인력이 아니라 단계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파트너사에 운영을 이관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혁신기업 자체에서 운영해야 그 취지가 맞을 것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李대통령 부정행위·무능한 인사 엄정한 문책 지시
- 맑은소프트-웅진씽크빅, 서울대한국어 콘텐츠 활용한 한국어 시장 확대 협력
- 박나래 '방송중단' 선언 8일 만에 입 열었다
- “박재범, 뉴진스까지…” AI가 바꾼 트로트 소비법, 힙합·K팝까지 넘나든다
- 은행원 김부장의 ‘눈물’, 왜?
- 정부도 '발등에 불'···구윤철 "삼성전자 파업은 절대 안된다"
- “이래 가지고 집 사겠나”…올해 청약통장 13만명 해지 후 주식行
- 삼성·SK와 나란히…교직원공제회는 어떻게 ‘대기업 집단'이 됐나
- 삼전·하닉 주가 상승에 몸값 20배 뛴 '이것'
- '협상 결렬' 삼성전자 "노조, 경직된 제도화만 고수"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