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불펜, 김원중 사고·최준용 제외....김태형 감독이 선택한 최악 회피 시나리오

김원중 교통사고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롯데 팬들이 느낀 감정은 단순했다. “또 롯데냐” 같은 체념, 그리고 “마무리가 또…”라는 불안.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구단이 내놓은 설명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번 이슈의 핵심은 의외로 ‘공포’가 아니라 ‘관리’에 가깝다. 차량이 전손 처리될 정도로 사고는 컸지만, 진단은 늑골 미세 골절. 더 중요한 건 김원중이 이미 기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는 다들 “천만다행”이라고 말할 만하다. 하지만 야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행’ 다음에 오는 문제는 항상 ‘복귀 타이밍’이다.

김원중의 부상 부위가 어깨나 팔꿈치가 아니라 늑골이라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마무리 투수에게 팔은 생명이고, 팔꿈치·어깨가 흔들리면 시즌 전체가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 반면 늑골은 보통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상으로 분류된다. 다만 “늑골이라 괜찮다”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투수에게 늑골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부위다. 공을 던질 때 상체 회전이 핵심이고, 회전이 제대로 안 나오면 팔이 대신 일한다. 늑골 통증이 남은 상태에서 억지로 피칭 강도를 올리면, 투구 밸런스가 틀어지고 그 틀어진 밸런스가 결국 팔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구단이 김원중의 캠프 동행을 ‘미루는’ 선택을 한 건, 겉보기엔 답답해도 꽤 합리적인 보수성이다. “캠프에서 빨리 던지게 하자”보다 “개막부터 확실하게 쓰자”가 계산상 더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롯데가 김원중을 1차 대만 캠프 명단에서 제외한 결정이 나오자, 여론은 즉각 두 갈래로 갈렸다. “마무리 없이 시즌 시작이냐”는 공포와, “이 정도면 조심하는 게 맞다”는 현실론. 그런데 구단이 택한 방식은 후자 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교통사고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당장 보이는 상처’가 아니라 ‘뒤늦게 튀어나오는 후유증’이다. 특히 운동선수는 adrenaline이 가라앉은 뒤 통증이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고, 미세 골절은 애매하게 남아 있다가 어느 순간 통증이 커지기도 한다. 게다가 시즌은 3월부터 10월까지 길다. 마무리는 4월보다 8~9월에 더 비싸다. 롯데가 서두르지 않은 건, 김원중을 4월에 쓰려고 9월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진짜 포인트는 “김원중이 캠프를 통째로 날리느냐”가 아니다. 보도 흐름을 종합하면 롯데는 캠프 중반 합류 또는 2차 미야자키 캠프 합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즉 ‘시즌 준비가 붕괴’가 아니라 ‘출발이 늦어진 것’에 가깝다. 팬들이 불안해하는 건 이해되지만, 구단이 원하는 그림은 명확하다. 늑골이 완전히 붙고, 통증이 사라지고, 그 뒤 단계적으로 강도를 올리는 로드맵. 이게 롯데가 관리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김원중 이슈가 커진 이유는 사고 자체가 아니라, 롯데 불펜이 그동안 보여준 의존도 때문이다. 김원중은 2025시즌 53경기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점대. 숫자만 봐도 “그냥 마무리”가 아니라 “팀의 설계도 중심”이다. 마무리가 비면 그 자리를 누가 메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필승조의 자리 이동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8회를 막던 선수가 9회로 올라가면, 7~8회를 맡던 자원도 다시 재배치된다. 그렇게 되면 중간 허리가 얇아지고, 결국 선발이 6이닝을 던져도 승리가 흔들리는 날이 늘어난다. 롯데가 이번에 “무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한 건 단순히 김원중 보호가 아니라, 불펜 전체가 무너지는 걸 막겠다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그리고 이 불안은 김원중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1차 캠프 명단에서 최준용까지 빠졌다. 마무리 공백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필승조 축인 최준용 이탈까지 겹치니 팬들은 “시즌 시작도 전에 꼬였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최준용의 경우는 골절이 아니라 훈련 중 늑골 연골 염좌로 알려졌고, 외상이 없으며 가벼운 운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더 결정적인 건 “출발만 늦을 뿐 2월 초·중순 대만 캠프 합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즉, 롯데가 이번에 보여주는 태도는 일관된다. 아픈 선수는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다. 대신 ‘완성된 상태로’ 합류시키려 한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질문은 남는다. 만약 김원중이 개막 초반까지 100%가 아니라면, 롯데는 누구로 9회를 막을까. 흔히 거론되는 이름은 최준용, 정철원 같은 자원들이다. 최준용은 과거 마무리 경험이 있고, 공의 위력 자체는 필승조급이 아니라 ‘상위권 마무리감’으로 평가받아왔다. 정철원은 롯데가 이미 불펜 보강의 핵심으로 데려온 카드이고, 마무리 경험도 있는 유형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마무리를 하느냐”보다 “김태형 감독이 어떻게 이닝을 쪼개 쓰느냐”다.

요즘 KBO에서 불펜이 무너지는 팀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7~9회를 한두 명에게 몰아주고, 그 몰아준 선수들이 한 번 삐끗하면 연쇄 붕괴가 난다. 롯데는 이미 지난 시즌에도 특정 자원에게 부담이 몰리는 장면이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김원중의 교통사고는 ‘운 나쁜 사건’이면서 동시에, 롯데가 불펜을 더 건강하게 재설계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됐다. 마무리 1명을 믿고 버티는 야구가 아니라, 7~9회를 조합으로 관리하는 야구로 가야 한다는 신호다.

특히 김원중은 단순히 9회 투수가 아니다. 경기 막판에 팀 전체가 기대는 ‘심리적 안전장치’ 역할도 한다. 이런 선수를 억지로 빨리 올렸다가 통증이 재발하면, 성적보다 더 큰 손실이 생긴다. “김원중이 없는 롯데”가 무섭지만, “있는 김원중을 잃는 롯데”는 더 무섭다. 그래서 지금 롯데가 택한 선택은, 결과가 어떻든 방향성만큼은 납득이 간다. 팬들의 불안과 별개로, 팀은 시즌 전체를 본다.

이번 사고는 억울했고,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부상 정도만 놓고 보면 최악은 피했다. 그렇다고 안심만 할 수도 없다. 늑골 미세 골절은 “곧 낫는다”와 “괜히 건드리면 길어진다”가 공존하는 부상이다. 롯데가 김원중에게 가장 바라는 건 ‘빠른 복귀’가 아니라 ‘온전한 복귀’일 것이다. 그리고 최준용까지 출발이 늦어진 지금, 롯데 불펜의 과제는 더 선명해졌다. 누군가가 빨리 돌아오는 게 전부가 아니라, 돌아왔을 때 또 과부하로 쓰러지지 않게 만드는 운영. 이게 올 시즌 롯데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상황을 “위기”라고만 부르기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롯데가 불펜을 다루는 방식, 선수와 소통하는 방식, 시즌을 설계하는 방식이 얼마나 성숙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에 가깝다. 김원중이 복귀할 때 중요한 건 ‘몇 월 며칠’이 아니라 ‘어떤 상태’로 돌아오느냐다. 그리고 그 답이 좋은 쪽으로 나온다면, 이번 사고는 시즌을 망가뜨린 사건이 아니라 시즌을 지키기 위한 관리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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