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면 찜찜, 챙기면 부담…직장인 한숨 키우는 ‘묻지마 OO데이’

“칠이(7월2일)라서 체리데이라니”…넘쳐나는 ‘데이 마케팅’에 허리 휘는 직장인들
[사진=뉴시스]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등 이른바 ‘OO데이’가 직장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키우는 ‘新등골브레이커’로 급부상했다. ‘등골브레이커’는 매우 고생스럽고 힘들게 만드는 요인을 일컫는 ‘등골이 휘다’에서 파생된 의미를 지닌 신조어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OO데이’라 불리는 기념일을 그냥 넘기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선물을 넉넉하게 하자니 얇은 지갑 사정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기존에 널리 알려진 기념일 외에 새로운 기념일도 우후죽순 등장해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억지 꿰맞추기식 기념일 상술에 등골 휘는 직장인들 “그냥 넘기자니 찜찜, 챙기자니 부담”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전국 대형마트에서 체리 프로모션 행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행사는 미국북서부체리의 국내 판매 시작을 맞이한 ‘체리데이’ 마케팅 일환으로 시행됐다. 체리데이는 미국북서부체리협회가 워싱턴체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7월 2일을 ‘칠이칠이’로 부르면서 붙여진 기념일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부정적 반응 일색인 것으로 파악됐다. 억지에 가까운 꿰맞추기로 수많은 기념일들이 마구 생겨나면서 기념일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데다 고물가 장기화로 주머니 사정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고물가로 인해 가뜩이나 먹고 살기 팍팍한 데 가벼운 말장난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심리적·경제적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직장인 이재한 씨(31·남)는 “무슨 데이가 이렇게 많은지, 이젠 조금이라도 관련성만 있다면 아무렇게나 다 갖다 붙여 제품을 판매하는 것 같다”며 “국내 상품도 아니고 미국의 체리를 왜 우리가 기념하면서까지 사먹어야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어 “전에는 알고도 당했지만 요즘은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아 이런 행보를 보이는 기업 자체에 반감이 생긴다”고 부연했다.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마트 내 초콜릿 매장 전경. [사진=뉴시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데이마케팅’은 관련 기업의 특수효과를 보장하는 수단 중 하나다. 발렌타인데이(2월14일)와 화이트데이(3월14일)만 하더라도 디저트 업계의 초성수기라고 불릴 만큼 연간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2월과 3월에 발생한다. 식품산업통계정보 소매점 매출 통계를 보면 매일유업을 통해 유통되는 이탈리아 초콜릿 브랜드 ‘페레로로쉐’의 지난해 2·3월 매출은 각각 202억, 135억원 등이었다. 1월 매출 28억원, 4월 매출 27억원 등과 비교할 때 최대 600%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롯데웰푸드의 가나초콜릿도 2·3월 매출이 평달에 비해 50% 이상 높았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기념일 외에도 특정 업계에서 제품 판매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기념일도 상당수 존재한다. 일례로 119 구급차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붙여진 찜질방데이(1월19일), 유럽에서 제철 포도가 한창 수확시기를 맞는 와인데이(10월14일) 등이 있다. 심지어 기념일이 중복되기도 한다. 가령 8월 14일은 ▲속옷데이(연인들끼리 속옷선물을 하는 날) ▲그린데이(산림욕하는 날) ▲뮤직데이(음악이 있는 곳에서 춤을 추며 즐기는 날) 등 3개의 기념일이 겹친다.

자영업자 이미경 씨(52·여)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기념일들까지 합치면 한 달에 기념일만 기본 3개 이상은 된다”며 “아이들이 저도 모르는 해당 기념일을 챙겨달라고 할 때마다 안 해주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매번 챙기자니 예기치 못한 지출이 생기는 탓에 난처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에 각종 기념일을 통해 프로모션을 지나칠 정도로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상적인 소비생활을 무너뜨리는 지나친 마케팅은 자칫 해당 품목은 물론 기념일을 주도한 업계 전체에 대한 반감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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