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12권 ‘중년’, 책에서 길을 묻다

4050은 인생에서 가장 활동적인 시기이자,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는 시기다. 동시에 노후에 대한 불안과 건강, 교육, 경제 등의 문제를 마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꿈과 새롭게 시작할 미래를 책 속에서 찾아보자. 삶이 바쁜 4050세대, 소위 ‘중년’으로 불리는 인생의 중반을 넘기는 시기. 최근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4050 중장년이 보면 좋은 책’ 12권을 간추려 소개한다.

현재 전체 인구의 약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4050은 2030보다 높은 도서 구매력을 가졌지만 독서율은 급격히 하락하는 세대다.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일 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40대는 50.1%, 50대는 64.3%에 달했다.
그런데 단순히 독서율이 떨어진다는 통계만으로는 중년층이 다시 책을 집어들 이유가 부족해 보인다. 책을 읽으면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4050은 집에서는 고령이 된 부모와 사춘기 자녀를 돌보고, 직장에서는 중추적 역할을 하며 안팎으로, 아래위로 누구보다 바쁘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서 4050은 책 읽기를 멈추는 나이다. 하지만 4050은 본격적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활용할 시기다. 그런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성과 감성의 꾸준한 공급이다.

4050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4050은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대해 ‘내가 잘 살고 있는 게 맞나’ 하며 의구심을 갖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품게 되는 시기”라며 이를 ‘중년기의 위기’라고 정의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중년기의 위기는 성별이나 학력, 경제적 수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찾아온다.
중년기에는 몸과 마음, 사회와의 관계 등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특히 노화를 본격적으로 체감한다. 그러나 늙어 가면서 우리의 모든 부분이 나빠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어서 더 개발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성공지능’이다.

미국의 뇌과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21세기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3요소를 제시했다. 새롭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창의적 지능’, 문제를 분석하는 ‘분석적 지능’, 아이디어를 실제로 바꾸는 ‘실용적 지능’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독서 행위는 배경지식, 어휘력, 언어 능력을 신장시키고, 뇌의 각 부위 간 연결성을 증대하며, 대인관계와 문제해결 능력을 좋아지게 해 결과적으로 세 가지 성공지능 향상을 돕는다. 그중에서도 실용적 지능은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서 노년에 정점을 찍는다. 중장년이 독서하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닌 이유다.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 인간에게 필요한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정답을 찾는 것을 넘어, 글 속의 정보와 나의 세상 지식을 통합하여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질문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누군가의 멘토 역할을 많이 하게 되는 세대인 4050이 좋은 독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년이 보면 좋은 책 12권

1. [소설] 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12.31 | 308쪽
4050에 접어들면 부모님의 죽음과 그 뒷정리가 더 이상 막연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소설의 화자인 50대 중반 여성 모토코는 시어머니의 유품 정리를 도맡는다. 누군가의 유품을 정리한다는 것은 또한 그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깝다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가족이지만 죽음의 뒷정리를 하면서 낯설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관계에 따라 역할과 책임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2. [취미/실용] 취미는 식물
권지연 지음, 최재원 사진 | 김반장스튜디오 | 2022.10.31 | 288쪽
최근 일상 속 위안과 안정감을 얻고자 반려식물에 애정을 쏟는, 소위 ‘식집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식집사들을 위해 식물 분류체계 등 기본 식물학 상식을 비롯하여 반려식물을 키우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빛·물·통풍·환기 등 식물의 다양한 성장 팁들을 소개하는 지침서이다. 초보 식집사들이 쉽게 키울 수 있는 20가지의 식물을 소개하고, 소개된 각각의 식물을 잘 키우는 방법, 플랜테리어 방법 등 실무 영역뿐만 아니라 식물과 관련된 과학·역사·문화적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3. [자기계발] 해내려는 마음은 늙지 않는다
김원곤 지음 | 청림출판 | 2023.02.22 | 240쪽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의 중년의 도전 이야기이다. 저자는 늦은 나이에 꼭 필요한 언어도 아닌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를 시작하여 고급과정까지 공부하고, 퇴직 후 4개국의 어학연수까지 계획한다. 또, 근력운동을 하며 50대에 첫 번째 바디프로필을 찍어 몸짱의사로 유명세를 탔으며, 70대에 네번째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헬스클럽을 다닌다. 이 책에서는 나이가 들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지속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한계, 극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하고, 성공과 실패, 도전에 대해 깨달은 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4. [자기계발] 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11가지 이유
에이다 칼훈 지음 | 노진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2.02.10 | 360쪽
40대 초반에 일거리가 끊겨 파산 직전까지 갔던 저자는 어린 자식과 갚아야 할 대출금, 끝나버린 경력 때문에 불면에 시달리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분명 부모 세대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았다. 그런데 왜 이토록 고달픈 걸까? 지금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우울하며 혼란스러운 중년 여성이라면 같은 고민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으며 이 위기를 극복할 힘을 얻어 보면 어떨까?

5. [자기계발] 마흔의 품격
김철영 지음 | 에디토리 | 2022.05.12 | 244쪽
‘직장인 생존 전략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저자는 40대에 갖추어야 할 소양과 역량 그리고 인생 전략을 소개한다. 넓은 시야와 도전정신, 객관적 상황 판단력, 소통 네트워크, 강점을 발견하는 자기 탐구 정신 등을 바탕으로 존버, 이직, 창업 등 새로운 인생 시나리오를 설계하라고 제안한다. 또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기점검으로 자신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항목별 점검 리스트를 수록하여 자신의 현재 상황을 꽤 구체적으로 진단해 볼 수 있다.

6. [인문/철학] 철학자와 달리기
마크 롤랜즈 지음 | 강수희 옮김 | 유노책주 | 2022.10.13 | 320쪽
‘더 빨리 가고 싶어서, 건강해지고 싶어서, 새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억지로 달리고 있던 우리에게 ‘이유 없이 달리는 일’의 의미를 제시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빗대어, 삶과 달리기가 그 자체로 본질인 놀이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 자신이 달리는 과정에서 떠올렸던 데카르트, 플라톤, 사르트르 등 유명 철학자들의 이론도 놀이처럼 가볍게 펼쳐낸다. 직업적 인정이나 자녀의 대입 성공과 같은 이유로 멈춤 없이 달려왔던 중장년이라면,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잠시 멈추는 것도 좋겠다. 책장을 덮은 후에는 다시 나의 본질을 찾아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7. [에세이] 인생, 예술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07.20 | 384쪽
인생 사오십여 년 살다 보면 자신의 삶이 예술처럼 느껴지거나 남은 생은 예술처럼 살고 싶거나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는 대로 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던 어느 예술가의 말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완벽한 작품도 완벽한 존재도 없으며 따라서 완벽한 삶도 없다. 작가는 조언한다. 어렵다고 여겨지는 현대미술을 “보는 이의 감각을 자극하고 감정적 내러티브를 깨움으로써 시간, 공간, 사회, 문화 그리고 지구에서 자기 존재를 자각”하여 “나를 바라보게 하는 더 좋은 예술”로 마주하라고.

8. [에세이]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03.09 | 264쪽
나이가 들면 누구나 이런저런 질병을 달고 살게 된다. 현대 의학이 인간의 신체능력 저하를 기계의 힘으로 보완하면서 현대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누구나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족들도 그러하다. 엄마의 귀에는 보청기가 발목에는 철이 박혀있고, 아빠는 틀니가 있고, 딸의 구강에는 임플란트로 인한 나사가 살벌하게 박혀있다. 이러한 사이보그 가족들이 밭농사를 짓는다. 부모님과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딸의 마음과 혼자 사는 딸의 노후를 준비해 주고 싶은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보면 어떨까.

9. [자기계발] 오십, 인생의 재발견
구자복 지음 | 더퀘스트 | 2022.06.03 | 304쪽
40대 중반, 갑작스레 회사에서 퇴출당하고 좌절하다가 뒤늦게 심리학 공부라는 새로운 길을 찾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 전환점에 선 중년 남성들이 직면하게 되는 사회적 변화와 심리적 변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100세 시대, 인생의 중년기를 지나는 사람들이라면 어디로 가야하는 지 묻기 전에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지금 나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0. [인문/교양] 걷는 존재
애나벨 스트리츠 지음 | 이유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01.18 | 288쪽
걷기는 삶의 일상이자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운동이다. 노래를 부르며 걷기, 유목민처럼 걷기, 길을 잃고 헤매며 걷기, 혼자 걷기, 모두 모여 함께 걷기 등 52가지 주제를 가지고 저자의 경험담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걷기의 장점을 설명한다. 또한 걷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려준다. 걸으면서 건강과 여유를 즐기고, 삶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11. [인문/심리] 어른 이후의 어른
모야 사너 지음 |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3.01.11 | 456쪽
어른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사회가 규정한 나이에 의해 자립해야만 했던 청년, 부모가 되거나 혹은 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 뒤늦게 어린 시절 꿈을 이룬 중년들. 저마다의 경험과 정의 속에서 저자는 ‘어른’이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특히 삶의 중반을 지나고 있는 4050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12. [예술/음악] 초원서점 믹스테잎
초사장 지음 | 한스미디어 | 2022.03.30 | 340쪽
이 책은 음악 전문 서점을 운영했던 저자의 사적인 플레이리스트다. 라디오 전성시대와 믹스테잎으로 대표되던 시절은 가고 이제 우리는 원할 때 언제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산다. 모든 것이 변해도 음악만은 변하지 않고 우리 곁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믹스테잎을 기억하는 4050들이라면 함께 들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올드 팝이 소환하는 그 시절로 들어가 보길 권한다.


이규열(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