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독대, 이젠 해도 안 해도 불편? “한동훈 언플” “곤혹스러워졌다”

한동훈, 24일 尹에 독대 요청…대통령실 “상황 보겠다”
요청 사실 언론 공개돼 ‘잡음’…‘체코 성과’ 묻혀 불편 기색도
장예찬 “이런 얄팍한 사람 처음” 김재원 “양쪽 다 부담스러워졌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월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의 만찬이 24일 예정된 가운데,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 문제로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이젠 독대를 해도, 하지 않아도 양쪽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24일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만찬 직전 독대 자리를 요청했다. 대통령실 참모진, 당 지도부 등 20여 명이 함께하는 만찬 자리에선 진솔한 얘기를 나누기 어렵다는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 대표 측은 이번 만찬에 대해 "사진 찍기를 위한 만남이라면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대표는 독대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필요성과 함께, 대통령실에서 '불가능' 입장을 밝혔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 논의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반등을 막고 있는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가 거론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청에 대해 "만찬을 하기로 했으니 상황을 좀 보겠다"고만 답한 상태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대통령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사전에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독대를 해도, 하지 않아도 불편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일 독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으로서는 불통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친윤(親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SNS를 통해 "여러 종류의 정치인들을 봤지만, 저렇게 얄팍하게 언론 플레이로 자기 정치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며 한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했다는 것 자체가 (한 대표가 대통령에게) 얼마나 신뢰를 못 받고 있는지를 온 동네에 광고하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한 대표가 언론플레이만 자제해도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 역시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사전에 (독대 요청이) 공개되는 것은 좀 이례적인 일"이라며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는 대통령과 만나서 이런 대화가 있었다라고 추후에 공개를 하면 훨씬 더 신뢰성도 높아지고 좋아질 텐데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대 요청 사실이 어떻게 언론에 알려졌는지를 두고도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 사이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독대 요청 같은) 민감한 이야기가 왜 언론에 나가는지 의문"이라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이에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저희 지도부 중 어떤 분도 먼저 언론에 얘기한 적이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반박했다.

특히 체코 순방 기간 독대 요청 보도가 나오면서 대통령실 일각에선 "체코에서 쌓은 성과가 다 묻혀버렸다"는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이러한 불쾌함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대한 즉답을 피하고 있는 이유로도 분석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일 오전 2박4일 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엔 한 대표를 비롯해 정진석 비서실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마중 나왔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는 대화 없이 짧은 악수만 나눈 반면 이상민 장관과는 50초가량 얘기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