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한국콜마 주식을 대거 매각하며 지분을 줄이고 있다. K뷰티가 호황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의 대장주인 한국콜마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이와 다른 행보를 택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축소가 단기 수익성보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경영안정성을 중시하는 국민연금의 운용전략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부각된 것이 매도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증권가 '매수' 의견에도 반년간 지분 4% 처분한 국민연금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13.47%였던 국민연금의 한국콜마 지분율은 8월부터 이어진 지속적인 매도로 올해 1월 현재 9.34%까지 하락했다. 국민연금은 통상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주식을 사고 팔지만 지분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매도 시점과 주가흐름을 보면 국민연금은 고점이 아닌 하락장에서도 장내매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콜마 주가는 지난해 7월 최고 11만원대로 정점을 찍었으나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매물을 쏟아낸 8~11월에는 6만~7만원대까지 급락했다.
이는 증권가의 전망과 반대되는 행보다. 지금까지 증권가에서는 한국콜마가 K뷰티의 글로벌 호황에 따른 직접적인 혜택을 받아 주가상승 여력이 높다고 평가해왔다. 지난해 한국콜마의 연결기준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2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25% 가까이 증가한 24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키움증권은 한국콜마의 3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제시했다. 이후 DB증권, NH투자증권 등은 목표주가를 9만~10만원으로 내렸지만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ESG도 주요 평가 요소...오너가 소송전 대비 가능성도
국민연금의 결정은 차익 실현보다 지배구조 불안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10월 윤상현 부회장이 승기를 잡으며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윤동한 회장은 윤 부회장에게 2019년에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460만주의 반환을 요구하며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는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현재 경영권을 행사하는 윤 부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예상하고 있다. 다만 패소할 경우 경영권 재편 가능성과 함께 단기간 내 경영 혼선 및 의사결정 공백이 불가피해질 수 있어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연금은 자체적으로 지배구조를 비롯해 ESG 요소를 평가하는 엄격한 기준을 운용에 적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수익성 지표만큼 수탁자책임(스튜어드십코드)을 중요시하는 원칙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불투명하고 기약 없는 소송전에 휘말린 기업의 비중을 선제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면서 주요주주로서의 부담과 책임에서도 한 발 물러났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특정 회사의 지분 보유 및 매매 사유와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 여력보다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더 크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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