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과 '올인'에 밀리다가...결국 시청률 제왕이 된 대이변 드라마

'올인'·'장희빈' 틈바구니서 기적 썼다…'위풍당당 그녀', 수목극 제왕이 된 반전의 역사

2003년 봄, 지상파 방송가의 수목 드라마 경쟁은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터였다.

SBS는 이병헌·송혜교 주연의 메가 히트작 '올인'으로 시청률 40%를 훌쩍 넘기며 안방극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고, KBS2는 당대 최고의 톱스타 김혜수를 타이틀롤로 내세운 대하드라마 '장희빈'으로 굳건한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양강 구도가 워낙 견고했던 탓에, MBC가 새로 선보인 신작을 향한 방송가의 시선은 "살아남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회의론에 가까웠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배두나·신성우 주연의 MBC 수목 미니시리즈 '위풍당당 그녀'(극본 배유미, 연출 김진만)가 그 주인공이다.

'올인' 종영 직후 폭발한 잠재력…'장희빈'마저 꺾고 정상 등극

003년 3월 1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위풍당당 그녀'의 출발은 험난했다.

종영을 향해 치닫던 '올인'의 폭발적인 신드롬에 밀려 초반에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무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인'이 4월 초 대단원의 막을 내리자마자 판도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갈 곳을 잃은 시청자들의 리모컨이 자연스럽게 '위풍당당 그녀'로 향한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수목극 강자로 버티고 있던 KBS2 '장희빈'과의 진검승부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차진 열연에 힘입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드라마는 방송 중반 20% 벽을 가볍게 돌파했고, 자체 최고 시청률 24% 안팎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수목 드라마 시청률 1위 왕좌를 당당히 거머쥐었다.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거둔 명실상부한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의 승리였다.

기존 캔디형 여주인공을 깬 배두나의 당돌한 억척 연기

'위풍당당 그녀'의 대역전극을 이끈 일등 공신은 단연 주인공 이은희 역을 맡은 배두나였다. 출생의 비밀과 가난이라는 뻔한 클리셰를 안고 있었음에도, 배두나가 연기한 이은희는 이전의 전형적인 '눈물 흘리는 캔디' 캐릭터와 결을 달리했다.

미혼모의 몸으로 억척스럽게 쌍둥이를 키우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리는 거침없는 당돌함,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내뿜는 날 것 그대로의 생활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슬픔에 짓눌리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은희의 씩씩한 에너지는 IMF 이후 힘겨운 삶을 버텨내던 당시 대중에게 진한 위로와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신성우의 로맨틱 변신, 그리고 신예 강동원의 화려한 발견

배두나를 둘러싼 두 남자의 매력적인 앙상블 또한 시청률 견인의 핵심 축이었다.

록 가수 출신으로 거친 야성미를 자랑하던 신성우는 까칠하면서도 속 깊은 엘리트 사장 서인우 역을 맡아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은희와 티격태격하다 점차 사랑에 빠져드는 츤데레 매력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여성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이 드라마가 남긴 가장 결정적인 유산은 바로 신예 강동원의 발견이었다.

모델 출신으로 연기 경력이 전무했던 강동원은 은희의 고향 친구이자 그녀를 짝사랑하는 시골 의사 민지훈 역으로 안방극장 데뷔를 치렀다.

순박한 눈망울과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순정파 청년의 풋풋한 매력을 발산한 그는 방송 첫 주부터 단숨에 라이징 스타로 발돋움했다. '위풍당당 그녀'를 통해 성공적으로 연기 신고식을 치른 강동원은 같은 해 '1%의 어떤 것'을 거쳐 이듬해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

'위풍당당 그녀'는 화려한 스타 파워나 막대한 제작비가 없더라도, 인물의 살아 숨 쉬는 매력과 따뜻한 진정성만으로 거대한 골리앗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상징적인 작품이다.

대작들의 위세에 눌려 조용히 사라질 뻔했던 이 드라마가 쓴 통쾌한 반전의 기록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송가에서 회자되는 역대 최고의 이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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