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휴진합니다’ 의료대란 속, 흔들리는 ‘문전’ 약국

대형병원 인근에 위치한 약국을 흔히 ‘문전약국’이라 부른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이 대부분 병원 인근의 약국을 방문하는 만큼, 환자 수요에 대한 의존도는 문전약국의 주요 생존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전공의 및 의대생의 파업 이후 문전약국도 타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환절기 감기와 같은 계절성 질병이 유행하던 시기에도 예전만큼의 방문율을 보이지 못하는 중이다.

환절기에 ‘문전성시 약국’은 옛말? 불안한 의료계, 흔들리는 ‘문전 약국’

마크로밀 엠브레인 패널빅데이터® 의 ‘문전약국 이용’ 관련 분석에 따르면, 서울삼성병원, 강남세브란스 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에 인접한 문전약국 방문자 수(2024년 7월 기준)가 2023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학 및 입학 등의 영향으로 약국의 방문객이 증가하는 시기로 꼽히는 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9.0%의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절기 감기와 같은 계절성 질병 이슈로 방문율이 비교적 높은 시기임에도, 예전과 달리 방문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이처럼 문전약국 방문율이 감소 추이를 보이는 데에는 2024년 초부터 지속된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주요 대형병원 문전약국의 경우 처방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대형병원 전공의가 집단 사직을 발표하고 병원 이용이 제한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전약국가에 따르면, 대형병원이 외래 진료를 줄이고 신규 환자를 받지 않으면서 약 30~40%의 외래 처방전이 감소했으며, 이는 전공의 파업 이래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정부는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은 중증 및 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고, 중증도가 낮을 경우 종합병원이나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는 이른바 상급종합병원 중증 환자 비율을 높이는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문전 약국은 외래 처방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와 같은 의료 시스템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의료계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의료체계 개편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박양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