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한국이다” 더워 죽겠는데, ‘눈 폭탄’이 웬 말?…최악의 날씨, 아직 더 남았다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8. 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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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국내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42도를 넘는 폭염이 기록됐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적도 태평양 상층부에 저장된 열은 1979년 관측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엘니뇨는 통상 발생한 해보다 이듬해 전 지구 기온에 미치는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만큼, 내년에도 기록적인 고온과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NOAA는 "올해 말까지 엘니뇨가 계속 강화될 것"이라며 "이번처럼 강력한 규모에서는 엘니뇨와 일치하는 기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도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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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환경미화원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달 초, 국내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42도를 넘는 폭염이 기록됐다. 이윽고 더위가 가시자,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여름 석 달 동안 내릴 비가 사흘 만에 쏟아지며 ‘기록적 물 폭탄’이 쏟아졌다.

폭염과 폭우까지 버텼으니, 올해 최악의 날씨는 이제 지나간 것일까. 안심은커녕, 더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건물에 이른 아침부터 가동중인 에어컨 실외기의 모습. 임세준 기자

원인은 바로 올해 지구 곳곳에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엘니뇨’. 최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엘니뇨는 점차 강력해져 가을·겨울철에 가장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름으로 끝나지 않고,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 반복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 것.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겨울철 이상기후 현상이다.

수도권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서울 중구 세종대로 가로수에 눈이 가득 쌓여 있다. 2025.03.18. 임세준 기자

예컨대 엘니뇨가 발달하는 겨울에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된다. 이후 여름 집중호우처럼, 짧은 시간 눈이 쏟아지는 ‘눈폭탄’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강설 추이 또한 정밀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 다만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를 경험한 한국에 또 하나의 강력한 기후 변수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경기 수원시 수원탑동시민농장 내의 텃밭 작물이 메말라 있다. 수원=윤창빈 기자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CPC)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엘니뇨는 현재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공식 진단에서 올해 북반구 가을과 2026~2027년 겨울 ‘매우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제시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바닷물이 평소보다 따뜻해지는 현상. 문제는 바다만 데워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거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위치와 바람의 흐름도 달라진다. 이에 따라 지구 전체의 에너지 순환 밸런스가 흔들리며, 전 세계 날씨의 패턴이 뒤바뀐다.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예보관이 현재 기온과 체감온도를 보여주는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

그런데 예측은 단순히 ‘강하다’는 수준을 넘어서는 수치에 해당한다. NOAA는 오는 10~12월 이번 엘니뇨가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발달할 가능성을 69%로 전망했다. 바다가 매우 이례적인 수준까지 뜨거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향후 엘니뇨 발생 여부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다. 애초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월 중립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6월 이후 점차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이후 지난달 10~12월 ‘매우 강한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81%에서 이달 90%로 증가했다.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앞바다에 강한 비바람과 함께 높은 파도가 일고 있다.[연합]

실제 바닷속 상황도 심상치 않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적도 태평양 상층부에 저장된 열은 1979년 관측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바다 표면 아래에 아직 많은 열이 남아 있어, 앞으로 엘니뇨가 더 강해질 여지가 크다는 것.

중국에서도 같은 경고가 나왔다. 중국 국가기후센터는 지난 18일 중·동부 적도 태평양의 수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이번 엘니뇨가 관측 사상 가장 강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점은 11~12월께로 예상됐다.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 높은 파도가 일고 있다.[연합]

강력한 엘니뇨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통상 엘니뇨가 발달하는 겨울에는 북서태평양 부근에 고기압성 흐름이 만들어지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남풍 계열의 바람이 우리나라로 자주 들어오곤 한다. 이에 겨울철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증가한다.

예시도 존재한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2023년부터 2024년 사이에 발생한 엘니뇨. WMO는 당시 엘니뇨를 관측 역사상 가장 강한 5개 사건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기간 한국의 겨울은 따뜻하고 축축했다.

수도권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2024.11.27. 임세준 기자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전국 평균 기온은 2.4도로, 평년에 비해 1.9도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전국 강수량은 236.7mm로 평년(89mm)보다 2.7배가량 많았다. 이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강한 눈’이 쏟아지는 사례도 이어졌다. 2023년 12월 전북 군산 선유도에는 사흘간 64.6㎝의 눈이 쌓졌고, 같은 달 30일 서울에는 12.2㎝가 내려 42년 만의 12월 최대 적설을 기록했다. 이듬해 1월에는 순창 28㎝·정읍 23.8㎝의 눈이 쌓였고, 2월 하순에는 강원 산지에 사흘간 70㎝ 안팎의 폭설이 쏟아졌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연합]

폭설이 겨우내 내린 것은 아니다. 전국의 눈 일수는 16일로 평년(15.9일) 수준과 같았다. 하지만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자주 유입돼 비와 눈을 합친 전체 강수가 크게 늘었고, 여기에 찬 공기가 들어온 시점마다 강수가 눈으로 바뀌면서 곳곳에서 많은 눈이 쏟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해당 현상이 오롯이 엘니뇨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기상청은 당시 기록적인 강수에 북인도양 고수온과 우리나라 동쪽의 고기압성 순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엘니뇨가 날씨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기울게 만드는 강력한 변수 가운데 하나라는 건 분명하다.

대설 경보가 발효 중인 경기도 오산시 경부고속도로 오산IC 부근에서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연합]

폭설만이 문제가 아니다. 엘니뇨가 강해지는 가을에는 태풍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엘니뇨 시기에는 북서태평양의 태풍 발생 위치가 평소보다 남동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까지 도달하는 태풍은 따뜻한 바다 위를 더 긴 경로로 이동하며 충분히 발달해, 강한 태풍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나치게 따뜻한 겨울도 부작용이 크다.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 일부 월동 해충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활동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겨울 추위가 자연스럽게 해충 개체수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데, 이상고온이 이어지면 이 과정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과수나 월동작물의 생육이 평년보다 빨라지는 것도 변수다.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단풍잎이 눈으로 덮여 있다.[연합]

심지어 한파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전체 평균기온은 높더라도 북극이나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일시적으로 내려오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일찍 생육을 시작한 작물이 냉해를 입거나, 겨울비가 내린 뒤 도로가 얼어붙는 등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한편, 올해 발생하고 있는 엘니뇨는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엘니뇨는 통상 발생한 해보다 이듬해 전 지구 기온에 미치는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만큼, 내년에도 기록적인 고온과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NOAA는 “올해 말까지 엘니뇨가 계속 강화될 것”이라며 “이번처럼 강력한 규모에서는 엘니뇨와 일치하는 기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도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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