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최대 실적' 삼성전기·LG이노텍…올해 AI·전장 힘준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기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전방 산업의 수요 둔화에도 국내 양대 정보기술(IT) 부품 업체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인공지능(AI), 전장 등 사업에서 고부가 제품의 공급을 확대한 영향이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선 삼성전기가 전년 대비 10% 이상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반면 LG이노텍은 15% 가량 감소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LG이노텍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핵심 부품에 대해 공급사 다변화를 추진하며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격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장덕현표 '미래 전략' 적중…제품 라인업 확대·고객 다변화 추진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4923억원, 영업이익 11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 영업이익은 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작년 연간 실적은 매출 10조2941억원, 영업이익 735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11.3% 늘어났다. 특히 삼성전기의 연매출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IT 수요가 감소하며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으나, AI와 전장 등으로 사업구조 다변화를 추진한 것이 성과를 내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AI 서버용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 어레이(FC-BGA)가 대표적이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전장(Mobility industry) △로봇(Robot) △AI·서버(AI·Server) △에너지(Energy) 등을 미래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신사업을 소개하고, 이를 '미래(Mi–RAE) 프로젝트'로 지속 추진해왔다.

삼성전기는 올해도 AI 수요 강세를 비롯해 전장용 시장 역시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AI서버용 MLCC·패키지기판 △전장용 MLCC·카메라모듈 등 고부가제품 관련 라인업을 강화하고 고객사 다변화 및 공급 확대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징이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Mi–RAE)' 사업의 비전에 대해 소개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기

삼성전기는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MLCC 시장은 작년에 이어 성장세를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해외 생산기지의 전장 생산 체제 확대, 생산성 개선 등 제조 경쟁력 강화를 병행해 장기적 성장 측면에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가속기용 기판 사업과 관련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 업체들이 AI성능 구현 위해 AI 자체 칩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AI 가속기용 기판의 중장기적 수요 확대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이고, 삼성전기는 해외 주요고객사용 서버 기판에 안정적 기술을 인정받아 관련 매출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AI가속기용 기판 사업에서 다수의 메이저 고객사의 신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올해 AI가속기용 매출 확대가 본격화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에 필수 부품으로 평가받는 실리콘 캐퍼시터 관련 사업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AP 및 AI 서버향 관련 전략 거래선, 글로벌 팹리스 고객 대상으로 판촉 중"이라며 "안정적인 공급 및 고객사 대응을 통해 중장기 매출 기반을 공고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컨퍼런스콜에선 미래(Mi-RAE) 사업 추진 중인 제품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화 진행이 기대되는 '실리콘 커패시터'에 관한 언급도 나왔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MLCC보다 발열량이 적고 전력 소비가 적어 고성능 컴퓨팅 및 AI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 필수부품으로 평가받는다.

박규택 컴포넌트 상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AI 서버향 관련 전략거래선과 글로벌 팹리스 고객을 대상으로 판촉 중"이라면서 "올해는 안정적인 공급과 고객사 대응을 통해 중장기 매출 기반을 공고히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실적 불구 스마트폰 부진에 발목…"사업 체질 개선 속도"

LG이노텍도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21조200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23년(20조6053억원)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 줄어든 706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 매출은 6조6268억원, 영업이익 247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가 12.3%, 48.8% 감소했다.

이번 실적에 대해  회사 측은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카메라 모듈 등 고부가 제품 공급이 확대되며 연간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다만 전기차∙디스플레이 등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 광학 사업의 시장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마곡 본사 전경 /사진 제공=LG이노텍

사업부문별로 보면 카메라모듈 사업을 맡고 있는 광학솔루션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5조76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연간 매출은 17조8001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반도체 기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기판소재사업부는 작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38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연매출은 1조4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LG이노텍은 "TV 등 전방 수요 부진으로 칩온필름(COF)과 같은 디스플레이 제품군의 수요 회복은 지연됐으나, 모바일 신모델 공급이 확대되며 무선주파수(RF)-시스템인패키지(SiP) 등 반도체 기판의 매출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전장 사업을 맡고 있는 전장부품사업부는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한 47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기차 등 전방산업의 수요 정체 영향으로 분석된다. 연간 매출은 1조9406억원으로 전년보다 2% 줄었다.

LG이노텍의 수익 감소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고객사 다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카메라 모듈 등 판매단가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아이폰15' 시리즈의 경우 LG이노텍의 부품 공급 비중은 약 70%에 달했지만, 이후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이에 LG이노텍은 자율주행 핵심 부품과 반도체 기판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해 전장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LG이노텍 부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 제공=LG이노텍

앞서 LG이노텍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모빌리티를 테마로  자율주행,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용 센싱 부품사업을 이끌어갈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가령 500만 화소급 RGB-IR(적외선) 겸용 센서를 장착한 고해상도 카메라 모듈 '고성능 인캐빈(In-Cabin) 카메라 모듈'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초소형 카메라 모듈 하나로 보조석 및 2열 탑승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까지 모니터링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무선통신 원천기술이 적용된 차량 통신 부품인 '5G-V2X 통신 모듈' △UWB 레이더 기술이 결합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를 맞아 수요가 늘고 있는 '차량용 AP 모듈' △픽셀 라이팅에 스마트 필름 기술을 결합한 '넥슬라이드 비전' 등을 소개했다.

아울러 AI∙반도체 신사업 육성에도 나선다. 문 대표는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북미 빅테크 기업향 FC-BGA 양산을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수율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고 이 외에도 다른 여러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LG이노텍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 구미 4공장에서 빅테크에 공급할 'FC-BGA' 양산 개시했다. 향후 회사는 구미 4공장을 업계 최고 수준의 AI 자동화공정을 갖춘 '드림 팩토리'로 구축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지환 LG이노텍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으로 차량용 센싱·통신·조명 등 자율주행 핵심 부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최근 글로벌 빅테크향 제품 양산을 시작한 FC-BGA를 앞세워 AI·반도체 부품 신사업을 육성하는 등 사업구조 고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생산지 재편 및 AI·디지털전환(DX)을 활용한 원가 경쟁력 제고 활동에 속도를 내는 한편 고객에 선행기술 선제안 확대, 핵심기술 경쟁 우위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수익 창출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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