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강경대응에…민노총 밤샘없이 해산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이지안(cup@mk.co.kr) 2023. 5. 31. 20: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집회 2만명 집결
경찰, 6년만에 캡사이신 동원
펜스 설치 놓고 양측 신경전
분신 노조원 분향소 철거과정서
경찰 폭행한 4명 현장서 검거
3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경찰이 민주노총이 기습 설치한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 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31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14곳에서 총파업 집회를 연 가운데 서울 시내는 민주노총의 도로 점거로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민주노총이 이날 오후 최근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 씨의 분향소를 불법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해 노조원 4명이 현장에서 검거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세종대로 인근에서 주최 측 추산 2만명이 참석한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를 열었다. 지난 16~17일 1박2일간 집회를 연 지 2주 만에 다시 장외투쟁에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조 탄압 중지 및 노동 개악 중단 △양회동 열사 죽음에 대한 정부의 사죄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노조원과 경찰 간 신경전이 곳곳에서 목격됐으며 오후 2시쯤부터는 경찰의 펜스 설치를 두고 노조원들이 항의를 하기도 했다. 양측의 갈등은 민주노총이 허가받지 않은 양씨의 분향소를 기습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폭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6시 35분쯤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 양씨의 시민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경찰은 관할구청의 행정응원 요청에 따라 천막 분향소를 불법 설치물로 판단하고 철거에 나섰다. 철거를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고도 고지했다. 이 과정에서 천막을 지키려는 민주노총 노조원들과 이를 철거하려는 경찰 간에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을 막아선 노조원들은 경찰을 향해 "폭력 경찰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고, 경찰과 노조원들 사이에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결국 7시 8분쯤 천막으로 설치한 분향소가 철거됐으며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경찰을 폭행한 노조원 4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됐다.

천막 철거 후에도 경찰이 집회 종결 선언을 요청했으며 7시 15분쯤 부상자가 구급차에 실려가고 천막이 철거된 자리의 도로를 경찰차가 막아서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서 5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현장에서 처치를 받거나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7시 20분쯤 열린 추모제는 한 시간가량 이어진 뒤 8시 20분쯤 종료됐다. 민주노총은 도심 야간 집회를 자진 해산했으며 당초 예고했던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서대문구 경찰청 앞으로의 행진은 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전에 예고한 대로 이번 집회에 대해 강경 대응했다. 지난 16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도심에서 진행한 1박2일 노숙집회에 대해 경찰이 소극 대응하자 시민들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마저 경찰을 비판한 바 있다. 이날 경찰 기동대원들은 캡사이신이 든 가방을 메고 집회에 참석했다. 캡사이신이 집회 현장에 등장한 건 2017년 3월 이후 6년 만으로, 경찰은 3800대의 캡사이신 장비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사전 신고된 집회 시간인 오후 5시 이후 민주노총 집회가 이어지자 해산 명령을 수차례 내리기도 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 주최로 사전 집회가 열리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금속노조의 사전 집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는 2개 차로가 통제되며 차량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의 엄정한 공권력 집행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집회에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경비대책회의에 직접 참석한 윤 청장은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캡사이신을 사용해 해산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동계 집회에 유독 강경하다는 지적에는 "강경 대응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며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불법에 대해 경찰로서 해야 할 역할을 주저 없이 당당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른바 '물대포'로 불리는 살수차 재도입과 관련해선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드리겠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박나은 기자 / 이지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