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왜 라이벌 신세계에 날개를 달아줬을까

경쟁사를 키워주는 선택이, 나를 위한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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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롯데가 센텀시티점을 오랜 라이벌 신세계에 매각하는 것은, 이미 부산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경쟁사의 체급을 키워 다른 롯데 점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선택입니다.

2.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백화점과 다른 유통업의 경계가 흐려진 지금은 경쟁사 견제에만 매달리기보다, 매각으로 확보할 현금과 줄일 부담을 다른 점포에 미칠 손실과 비교해 롯데 전체에 무엇이 남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3. 스타벅스의 롯데 입점과 무신사 일본 팝업에서의 쿠팡 부스처럼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시대에는, 라이벌에게 힘을 실어줬느냐보다 그 선택으로 자신도 더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겁니다.

단순한 매각 그 이상의 의미입니다

롯데가 센텀시티점을 바로 옆 경쟁사인 신세계에 매각한다고 합니다. 오랜 라이벌인 두 회사가 사상 처음으로 점포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건데요. 불과 십여 년 전 상황을 떠올리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혹시 인천터미널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인천점을 인천 사람들은 여전히 ‘신세계’라고 부른다는 밈을 아시나요? 타지 사람들은 의아하겠지만, 인천 토박이라면 쉽게 수긍할 겁니다. 무려 21년간 이곳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롯데의 손에 넘어간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신세계가 장기 임차해 운영하던 인천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롯데가 인천시로부터 사들였거든요. 신세계 입장에서는 핵심 점포 하나를 눈 뜨고 코 베인 격으로 빼앗긴 셈이었죠. 여파도 상당했습니다. 이후 신세계는 다른 핵심 점포들을 지키기 위해 지분과 임차권 확보에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둘은 서로 점포를 주고받기는커녕 빈틈이 보이면 빼앗으려 할 정도로 앙숙이었습니다.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롯데의 선택은 의외입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이미 부산을 넘어 전국 3위의 매출을 자랑하는 매장입니다. 롯데가 무려 2년간 적당한 매수자를 찾지 못한 데도 이런 경쟁 구도가 영향을 미쳤을 법하죠. 그렇다고 신세계에 넘기는 것이 당연한 선택은 아닙니다. 바로 옆 경쟁사의 체급을 키워주는 일이 부산의 다른 롯데백화점 점포에도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백화점은 쇼핑뿐 아니라 먹거리와 문화·체험 공간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고객을 모읍니다. 영업면적이 넓으면 이런 시설을 담을 여지도 커지죠. 최근 점포별 매출을 봐도 영업면적이 넓은 점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요.

이미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이번 거래로 외형을 더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세계는 이를 바탕으로 ‘신세계 타운’을 조성할 계획인데요. 롯데에 이번 매각은 어쩌면 부산의 유통 주도권을 신세계에 더 확실히 내주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경쟁자의 정의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랜 앙숙인 데다 다른 점포에 미칠 영향까지 있는 상황에서 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별 점포의 승패보다 전체 사업에 남는 것을 더 크게 본 선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이제 신세계와의 경쟁에만 매몰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과거 유통 업계는 지금보다 업태 안에서 경쟁 상대를 찾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고객들도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서로 다른 곳으로 인식했고, 입점 브랜드도 상당 부분 나뉘어 있었죠. 모든 유통기업이 소비자의 지갑을 두고 경쟁하지만, 백화점 입장에서는 신세계나 현대가 더 직접적인 상대였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업태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은 다른 방식으로 경쟁합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생필품부터 백화점이 다루는 패션과 명품 상품까지 폭넓게 취급하니까요. 백화점끼리의 순위만 지킨다고 안심하기 어려워진 겁니다.

그런 면에서 롯데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세계를 견제하는 것이 언제나 최선은 아닐 수 있습니다. 매각으로 확보할 현금과 줄일 수 있는 운영·투자 부담이 다른 점포에서 생길 손실보다 크다면, 거래를 택할 이유가 생기죠. 그 여력을 더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면 더욱 그렇고요. 대규모 리뉴얼에 나서는 잠실점처럼 다른 핵심 점포에 집중하는 선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신세계의 추가 확장이 가져올 부담까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격차가 벌어지면 고객과 입점 브랜드를 지키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죠. 다만 점포를 계속 보유하고 운영하는 데도 돈은 듭니다. 결국 비교해야 할 것은 상대가 얼마나 커지느냐만이 아니라, 팔았을 때와 계속 운영했을 때 롯데 전체에 무엇이 남느냐입니다. 여러 점포 중 어디를 유지하고 어디에 더 투자할지 결정하는 관점에서 이번 거래를 읽어봐야 한다는 거죠.


관계는 앞으로 더 복잡해질 겁니다

이런 변화는 이번 점포 매각에만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롯데의 백화점과 아울렛에 들어서는 스타벅스도 대표적인 사례죠. 과거에는 롯데에서 스타벅스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서로의 매장에 고객을 모아주는 일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2021년 롯데백화점 동탄점 입점을 시작으로, 롯데에서도 스타벅스를 만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쟁사와 연결된 브랜드라도 고객이 원하고 매장을 찾을 이유를 더해준다면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이는 오프라인 기업들만의 일도 아닙니다. 지난여름 도쿄에서 열린 무신사 팝업스토어에는 의외의 부스가 있었습니다. 쿠팡의 일본 배달 서비스, 로켓나우였죠. 국내에서는 고객을 두고 경쟁하는 두 회사가 해외 진출에서는 서로 손잡는 파트너가 된 겁니다. 이제는 같은 기업도 어느 시장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경쟁자이자 협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롯데가 센텀시티점을 신세계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파격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런 거래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질 겁니다. 중요한 건 라이벌에게 날개를 달아줬느냐보다, 그 선택으로 롯데 자신도 더 멀리 갈 수 있느냐일 테니까요.

#지식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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