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카본화? 미드풋?…제발 제대로 달립시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4. 10. 5. 12: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이 10월 4일 경기 하남종합운동장에서 마스터스마라토너들에게 제대로 달리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리스펙트 런 사무국 제공.
‘몬주익 영웅’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54)이 나섰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 감독이 최근 ‘제2의 마라톤 붐’이 일 정도로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잘못된 관행에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신발에 대해, 그리고 달리는 주법에 대해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황 감독은 8월부터 유튜브 ‘골드클래스(Gold Class)’를 시작했다. 이 채널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민국에 엘리우드 킵초게가 있습니까? 카본화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발에 맞춰서 만들어졌기에 일반인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탄력이 높은 신발이기에 기술과 근육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신발의 기능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몸이 돼 있지 않으면 가급적 신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런 것을 신느니 시장에 가서 아무 운동화 하나 사서 신고 뛰는 게 발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케냐의 엘리우드 켑초게가 2022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당시 세계 최고기록인 2시간1분9초를 세우는 장면. AP 뉴시스
엘리우드 킵초게(40·케냐)는 2022년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1분9초의 당시 세계 최고기록을 세운 선수다. 2019년에는 1시간59분40초의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카본화는 카본(Carbon) 플레이트가 들어간 러닝화다. 카본 플레이트는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반발력을 극대화하기에 더욱 빨리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선수들도 평소 러닝할 때는 카본화를 안 신습니다. 착지한 후 킥을 할 때 탄성으로 튕겨주는 것인데 부상이 많아요. 킵초게 등이 기록을 내기 위해 맞춰놓은 신발입니다. 반복적으로 강하게 오래 뛰면 부상이 옵니다. 일 년에 열두 달 동안 우리가 쉼 없이 달려야 하는데 부상으로 인해 6개월씩 못 뛰는 선수가 너무 많아졌어요. 대한민국 마라톤에서 기록이 왜 이렇게 됐냐고요? 카본화가 나왔는데 기록 단축이 안 됩니다. 카본화로 인해 부상 위험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 10월 4일 경기 하남종합운동장에서 마스터스마라토너들에게 제대로 달리는 법을 지도했다. 리스펙트 런 사무국 제공.
일반인들이 카본화를 신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자신이 이 신발(카본화)의 기능을 쓸 수 있는 정도의 몸이 돼 있지 않으면 가급적이면 신지말아야 합니다. 초보 운전자에게 배기량 6000CC 스포츠카 타면 사고가 납니다. 폼도 안 만들어진 상태에서 카본화를 얘기하는 것이 넌센스입니다. 훈련이 잘 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신으면 발목과 종아리에 압력이 상승해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싸다고 다 좋은 신발이 아닙니다.”

달리기 주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발 착지에 대한 얘기다.
“일반인들이 포어풋, 미드풋, 리어풋을 얘기합니다. 참 나 어이가 없습니다. 잘 훈련된 선수들도 대부분 리어풋으로 뛰는데…. 풀코스를 달릴 때 100m를 16초나 17초로 달리는 선수들이나 미드풋으로 달립니다. 일반적인 선수들은 막판 스퍼트할 때나 미드풋으로 달려요.”

포어풋(Forefoot)은 단거리 달리기 선수들이 주로 활용하는 착지법니다. 발바닥 앞으로만 달린다는 뜻이다.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내는 선수들도 포어풋으로 달린다. 중장거리 선수들은 미드풋(Midfoot), 즉 뒤꿈치가 닿지 않고 발바닥 중간으로 착지해 달린다. 마라톤선수들은 주로 리어풋(Rearfoot)으로 달린다. 뒤꿈치부터 닿아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황 감독은 “빨리 달리는 것보다 먼저 좋은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부상 없이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제대로 달리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면. 동아일보 DB
1991년 제62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2분35초로 3위를 하며 혜성과 같이 나타난 황 감독은 공식적인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단 10번도 안 된다. 황 감독은 1991년 영국 셰필드 유니버시아드 마라톤 우승(2시간12분40초), 1992년 2월 벳푸오이타마라톤 2위(2시간8분47초), 그리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2시간13분23초),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2시간11분13초) 등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선발전 제67회 동아마라톤 26km 지점에서 발바닥이 찢어져 걷다시피 29위로 완주한 뒤 은퇴했다.

황 감독은 10월 26일 경기 하남미사경정공원에서 열리는 2024리스펙트 런을 함께 한다. 황 감독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다. 경북 영천 호국원에 모셔져 있다. 리스펙트 런은 국가보훈부와 동아일보가 ‘또 하나의 국가대표 제복 근무자’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마련한 달리기 대회다. 5km, 10km 두 코스에서 열린다. 황 감독은 10월 4일 경기 하남종합운동장에서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을 상대로 제대로 달리기 교실을 열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이 10월 4일 경기 하남종합운동장에서 마스터스마라토너들에게 제대로 달리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리스펙트 런 사무국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