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인 게 자랑스러워"…레바논 교민 끝내 눈물

"밤마다 폭탄 떨어지는 소리…집 흔들리고 잠도 잘 못 자"
'군인님들 감사합니다' 고사리손으로 쓴 편지 눈길 끌기도

(서울·성남=뉴스1·국방부 공동취재단) 노민호 기자 = 정부의 레바논 내 체류 국민 대피 작전이 무사히 끝난 가운데 한국 땅을 밟은 국민들은 정부와 군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 국민 96명과 레바논 국적 가족 1명 등 총 97명을 태운 군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5일 오후 12시50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교민 김서경(39·여) 씨와 그의 여섯 살, 네 살 난 두 자녀가 가장 먼저 손을 잡고 수송기에서 나왔다. 김 씨 자녀들은 '군인님들 감사합니다'라는 편지와 그림을 들어 보였다.

김 씨는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레바논에서 한국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포격으로 집이 흔들리기도 하고 잠도 잘 못잤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너무 다행이고 정부에서 수송기를 보내준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정양희(70·여) 씨는 "폭탄 떨어지는 곳에서 이렇게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올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라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국희(31)씨는 아내와 딸과 함께 셋이서 시그너스에서 내리며 "최근 집 인근에 미사일이 계속 떨어지고 해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라며 "땅이 흔들리고 소리도 굉장히 크다보니 위험하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인식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자흘레에서 수송기 탑승이 가능한 베이루트까지 1시간 걸렸다며 "대사관에서 차량을 제공해줬고 현지 경찰들도 도와줘서 무사히 도착했다"라며 "군용기를 처음 봤을 때 조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60대 남성은 "대한민국에 너무나 감사할 뿐"이라며 "갑작스럽게 수송하는 상황에서도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 전문적인 케어를 해줘서 모든 교민들이 편안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긴급 경제·안보회의를 개최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한 철수를 위한 군자산 즉각 투입을 지시했다.

이후 외교부와 국방부는 군 수송기와 신속대응팀을 레바논 현지에 파견해 우리 국민 귀국 지원에 나섰다. 군은 시그너스뿐만 아니라 우발상황에 대비해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도 함께 투입했다.

시그너스는 3일 한국을 출발해 4일(현지시간) 오전 베이루트에 도착했고, 같은 날 오후 이곳을 출발해 이날 오후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ntiger@news1.kr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