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없는 4층서 생수 240㎏ 주문, 그후 96㎏ 반품조치한 고객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4. 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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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의 배달 몇시간 뒤 한 여성이 자신의 집 앞에 놓인 생수를 집으로 가져가는 CCTV 장면 [사진 = MBC 뉴스 영상 갈무리]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4층에 사는 한 여성이 무려 20박스(240㎏)의 생수를 배달시켰다가 8박스(96㎏)를 바로 반품 조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택배기사가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이 분쟁이 벌어지게 된 배경은 이렇다. 물류배송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8일 새벽 4시 50분쯤 택배기사 조모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에 생수 4박스를 배송했다. 조씨는 무거운 생수를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 계단을 올라 배송을 마쳤다.

그런데, 며칠 후 조씨는 업체로부터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고객이 물건을 받지 못했다며 생숫값 3만6400원을 환불해줬다는 내용이었다. 업체는 “상품이라도 찾아야 페널티를 면할 수 있다”며 조씨에게 소명을 요구했다.

그는 바로 여성 고객에게 연락했다. 고객은 조씨에게 “2월 7일에 주문해서 다음 날 물건이 도착했다는 문자는 받았던 것 같은데, 그다음 날인가 다음다음 날에 귀가해보니 상품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배달사고로 처리돼 해당 환불액은 조씨가 물어내야 했다.

조씨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보통 물건이 없어지면 택배기사에게 연락해 먼저 물건을 찾으려고 하는데, 이 고객은 연락도 없이 바로 환불처리를 받았던 것이다. 잃어버린 물건이 생수라는 점도 이상했다. 보통 무겁고 부피가 큰 생수는 누군가 가져가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조씨는 고객의 빌라에 찾아가 CCTV를 확인했다. CCTV에는 조씨가 생수를 배달한 지 2시간 반 뒤, 한 여성이 나와 생수 4박스를 집으로 가져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고객은 계속 “생수를 받지 못했다”며 시치미를 뗐다.

조씨는 다른 택배기사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 고객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자 고객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 고객은 “착각한 것 같다”면서 환불받았던 돈을 조씨에게 돌려줬다.

일단락된 듯 했던 이번 일은 몇일 뒤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해당 고객은 생수 20박스를 주문했다. 한 박스에 12㎏, 총 240㎏의 생수를 주문한 것이다. 평소 3~4박스 주문하던 것보다 5배는 많은 양이었다. 조씨는 4층 계단을 5번이나 오르내리며 배송을 마쳤다.

조씨가 배송 완료 문자를 보내자 바로 ‘8박스’(96㎏)는 반품 처리했으니 도로 가져가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조씨는 “고객이 저를 일부러 고생시키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정신적 피해와 시간 낭비로 인한 위자료 100만원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걸겠다고 알렸다고 한다.

3만5000원짜리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거짓말한 고객 때문에 열흘간 증거를 찾으며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택배기사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과거 판결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자 고객은 “제가 지금 일을 못 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라면서 “일단 어느 정도 생각하는 게 있다면, 제가 그 돈을 구하는데도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이후 업체로부터 또 다시 연락을 받았다. 그가 고객을 협박했다는 내용이었다. 고객은 업체 상담사에게 “다른 생수 주문과 혼동해 분실 접수 후 환불 처리를 받았다. 이후 택배기사에게 경찰 신고되어 합의금 100만원 협박을 받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민사소송 진행 협박 문자도 받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조씨는 해당 고객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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