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폰인데 178만원 차이…단통법 폐지 첫날부터, 가격 ‘천차만별’

강남·잠실 매장마다 가격 제각각, 정보 없으면 ‘손해’…“혜택 늘었지만 꼼꼼히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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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공시지원금을 15%로 제한해왔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폐지되면서 휴대폰 가격이 천차만별로 요동치고 있다. 매장 간 가격 차이는 수십만원에서 최대 백만원에 달했고, 같은 기종이라도 판매자나 조건에 따라 금액이 달라졌다. 단통법 폐지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혜택은 늘어났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면 차별을 당하는 구조로 회귀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통법 폐지 첫날인 22일, 서울 시내 주요 이동통신 대리점과 유통점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르데스크가 방문한 강남역 인근 A대리점에서는 공통지원금과 매장 추가 지원금, 카드 할인까지 더해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7(정가 237만9300원)을 59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됐다.

반면,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잠실새내역 인근 대리점에서는 같은 모델을 전액 지원받아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동일한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장별로 최대 178만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이 같은 전액 지원은 공시지원금 50만원, 장기 고객 혜택 50만원, 대리점 자체 지원 90만원, 카드사 할인 60만원, 추가 할인 37만9300원 등 다양한 항목이 종합된 결과다. 단, 이 모든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통신사 변경, 인터넷 회선 이동, 신용카드 신규 발급, 고가 요금제 일정 기간 유지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그간 시장 경쟁력을 위축시켰다는 비판이 이어졌단 단통법이 22일 폐지됐다. 사진은 강남역 지하상가에 위치한 핸드폰 유통점에 방문한 사람들의 모습. ⓒ르데스크

휴대폰 기종뿐 아니라 매장 간 가격 차이도 극심했다. 강남역 지하상가의 A대리점에서는 정가 169만4000원인 애플 아이폰16(256GB)을 63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근 B대리점에서는 통신사 이동 및 특정 요금제, 부가 서비스 일정 기간 사용을 조건으로 기기값 전액을 지원하고 추가로 60만원의 현금까지 소비자에게 지급했다.

심지어 같은 매장 내에서도 직원에 따라 제시하는 가격이 달랐다. B대리점의 경우 일반 직원은 아이폰16을 21만7000원, 갤럭시 Z 폴드7을 30만5000원, 갤럭시 Z 플립7을 92만5000원, 갤럭시 S25는 기기값 무료에 현금 2만5000원까지 지원해주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매장의 점장은 동일 조건에서 아이폰16, Z 플립7, S25의 기기값을 전액 면제하고, 여기에 최대 60만원의 추가 현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식 대리점과 일반 대리점 간에도 지원 규모는 차이를 보였다. SK텔레콤 공식 대리점에서는 공통지원금 55만원과 고객 선납금 명목의 15만원 등 총 70만원이 일괄적으로 적용된 반면, 일반 대리점에서는 공통지원금이 50만원 수준이지만 앞서 언급한 부가 조건들을 충족할 경우 최대 150만원까지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단통법 폐지 이후 유통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오히려 소비자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부 판매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차별 행위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복잡한 할인 조건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거나 계약 내용과 실제 혜택 간 차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 단통법 폐지로 인해 더욱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붙여둔 매장의 모습. ⓒ르데스크

휴대폰을 바꾸기 위해 강남역을 찾은 최우영 씨(47)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공짜폰이 나온다는 말에 기대하고 왔지만, 오히려 복잡한 조건과 고가 단말기 강매 분위기에 실망했다”며 “대리점이 오히려 정찰제라 투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단통법 폐지 이후 공시지원금 규모가 확대되면서 혜택이 많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매장별로 조건이 천차만별인 만큼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고 따져보지 않으면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부가서비스 가입, 고가 요금제 유지 등 숨겨진 조건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에게 실제 유리한 조건인지 사전에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가격 허위 고지, 불완전 판매 등을 엄격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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