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쌍용차 파업 손배소 '파기 환송'…"헬기 진압 위법"
"경찰 '위법' 파업 진압 대응 행위는 '정당방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경찰에 10억원대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집회·시위가 불법이라 해도 경찰의 위법한 파업 진압은 정당화할 수 없고, 이에 대응한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가가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 심리하지 않고 헬기의 수리비 등을 노조와 노조원에게 배상하도록 한 2심 판단에 잘못이 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우선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며 손해배상청구를 대부분 기각했다. 직무수행 중 특정한 경찰장비를 관계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봤다. 이때 경찰이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했다면, 상대방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를 막기 위해 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장비를 손상시켰더라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조의 책임을 80%로 인정하는 것도 과도하다고 봤다. 경찰이 진압작전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기중기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에 대한 대항 행위로 기중기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찰 스스로 '감수한 위험'이라고도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통상 무거운 짐을 올려 느린 속도로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인 기중기를 용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사용했다면, 이 손상에 관한 원고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헬기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부분과 △기중기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액에 휴업손해액을 포함시킨 부분, △기중기 손상에 관한 책임을 노조에 80%나 부담시킨 부분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가가 진압 과정에서 다친 경찰관과 전투경찰순경에게 지급한 치료비 등은 노조와 노조원이 지급해야 한다고 확정했다. 차량, 채증카메라, 휴대용 무전기 손상으로 인한 손해도 노조와 노조원이 배상하도록 한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불법 집회·시위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과잉 진압 행위가 모두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과잉 진압에 대한 대응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 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쌍용차 노조는 2009년 5~8월 극심한 경영난과 대규모 정리해고안에 반발해 평택공장에서 77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사측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양측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노조는 벽돌, 화염병, 쇠파이프 등을 사용해 저항했다. 경찰은 최루액과 테이저건, 헬기와 기중기를 동원해 파업을 강제 진압했다. 농성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경찰이 다치고 장비가 파손되자 국가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국가의 손을 들었다. 노조 간부들이 폭력 행위를 실행·교사했으니 손해보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1심은 14억원을, 2심은 1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2심은 경찰이 기중기를 무리하게 사용해 피해를 확대했다며 국가의 과실도 명시했다.
한편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는 쌍용차 파업 당시 당시 진압작전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 지시로 이뤄졌고 대테러장비 등 과다한 물리력을 동원해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대해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하면서 가압류를 전면 해제했지만, 대법원 최종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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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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