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삼성전자에 "도와달라" 했는데 삼성이 돌려보낸 이유 '이것'

2026년 3월 21일. 일론 머스크가 텍사스 오스틴에서 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름은 "테라팹(Terafab)". 테슬라, 스페이스X, xAI 3사가 합작해 반도체 공장을 직접 짓겠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충격적이었다. 연간 1테라와트 컴퓨팅 출력. 현재 전 세계 반도체 공장 합산 출력의 약 50배 수준이다. 투자 규모 200~250억 달러(약 28~36조원). 공정은 2나노. 머스크는 이 프로젝트를 "역사상 가장 거대한 칩 제조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머스크가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회사가 있다. 삼성전자였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그 요청을 거절했다.

테라팹이 뭔가 — 머스크의 자급자족 선언
테슬라 테라펩 프로젝트 / 사진 = 테슬라

테라팹은 테슬라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프로젝트다. 머스크는 올해 1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3~4년 후를 내다보면 테슬라 성장의 제한 요인은 칩 생산이다. 기존 파트너(삼성·TSMC)가 최선을 다해도 우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테슬라가 필요한 반도체는 한두 종류가 아니다. FSD(완전자율주행) 칩,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캡 추론 칩, 스페이스X 궤도 AI 위성용 방사선 강화 칩까지. 이 모든 걸 외부에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 테라팹의 출발점이다.

기가텍사스 북쪽 캠퍼스에 건설된다. 2027년 말 초기 생산, 2029년 본격 양산 목표다.

진행 속도가 심상치 않다 — 이미 착공
테슬라 테라펩 발표회 일론 머스크 / 사진 = 테슬라

발표부터 불과 4주 만에 실제 착공이 확인됐다. 부지 정지 작업과 기초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반도체 공장 건설 주기(5~7년)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4월 7일, 인텔이 공식 합류를 발표했다. 인텔 CEO 립부 탄이 "스페이스X·xAI·테슬라와 함께 테라팹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리콘 팹 기술을 재설계(refactoring)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인텔 18A(1.8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6일, 블룸버그 보도로 더 큰 움직임이 드러났다. 테라팹 팀이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사 —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도쿄일렉트론, 램 리서치에 장비 견적을 요청했다. 우선 공급 조건으로 제시된 견적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파격 제안까지 내놨다. 머스크는 "금요일에 요청한 견적을 월요일까지 내놓으라"는 식의 초단기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에 요청했다
삼성전자 로고 / 사진 = 삼성

머스크의 테라팹 팀은 삼성전자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을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테슬라와 22조원 규모 AI6 칩 생산 계약을 맺은 핵심 파트너였다. 로직, 메모리, 패키징 전 공정 기술을 보유한 종합 반도체 역량도 있었다.

그런데 삼성은 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역제안을 했다. "테라팹 지원 대신 —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우리 파운드리 공장에서 테슬라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업계는 이 역제안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한다.

왜 삼성은 테라팹을 도와주지 않았나
테슬라 팩토리

반도체 제조는 설계와 다르다. 식각, 증착, 세정, 수율 안정화 — 수십 년간 축적된 공정 노하우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걸 외부 프로젝트에 이전하는 건 삼성 입장에서 기술을 통째로 넘기는 일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테슬라가 자체 생산 역량을 확보하면 — 오늘의 대형 고객이 내일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지금 삼성이 받는 22조원짜리 AI6 계약 같은 물량이 테라팹으로 흡수되면 삼성의 매출이 날아간다.

삼성은 이 딜레마를 영리하게 풀었다. 테라팹 자체에는 거리를 두고 — 테일러 공장 물량 확대로 현재 관계를 강화했다. 협력은 유지하되 핵심 기술 이전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KB증권 리포트는 이를 "테슬라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제조기술 이전에는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평가했다.

시장이 이 이슈를 '악재'로 읽지 않는 이유

테라팹 발표 직후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악재로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기 호재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시간이다. 테라팹이 실제로 칩을 양산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 2027년 말 초기 생산, 2029년 본격 양산이다. 그 사이에 AI5·AI6 같은 대량 생산 물량은 삼성과 TSMC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둘째, 협상력이다. 머스크가 자체 생산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할수록, 기존 파운드리 업체들에게 물량 확보 경쟁은 심화된다. 오히려 삼성·TSMC의 협상 테이블이 주목받는 구조다.

셋째, 수율이다. 반도체 양산 수율 확보는 설계 능력과 전혀 다른 영역이다. 테슬라는 반도체 제조 경험이 전무하다. 인텔이 합류했지만 인텔조차 최첨단 미세공정에서 양산 경쟁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회의론 — 이게 진짜 될까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대만 방문 중 이런 말을 했다. "첨단 칩 제조는 극도로 어려울 것이다. TSMC가 수행하는 작업을 해내기 위한 공학, 과학, 예술적 역량은 정말로 달성하기 어렵다."

IT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사업의 엄청난 복잡성을 고려할 때 테라팹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WCCF테크는 "테슬라가 반도체 제조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파운드리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는 테라팹이 완전 구축될 경우 비용이 "조 단위 중반(trillions)"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테슬라의 연간 Capex(설비투자) 2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하고 일정이 크게 지연된 전력이 있다. 2020년 배터리 데이에서 발표한 4680 배터리 양산이 대표적이다. 발표 당시 목표보다 수년 지연되고 있다.

수혜/피해 종목 정리

단기 수혜 —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테라팹이 가동되기 전까지 AI5·AI6 대량 생산은 삼성과 TSMC에 의존한다. 테슬라 물량 경쟁력이 강화되는 구조다. 삼성은 텍사스 테일러 공장 가동을 앞두고 물량 확대 협의 중이다.

중장기 관찰 — 인텔(INTC) 테라팹 공식 합류로 수주 기회가 열렸다. 다만 18A 공정 양산 경쟁력이 증명돼야 한다. 삼성 출신 한승훈 부사장 영입 등 인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장비 수혜 —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도쿄일렉트론, 램 리서치 테라팹이 우선 공급 조건으로 프리미엄 가격을 제시한 상태다. 확정 수주 여부가 분기 실적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반대 의견 — 이것도 알고 투자해야 한다

테라팹이 장기적으로 현실화되면 — 테슬라가 삼성의 잠재 고객에서 경쟁자로 전환된다. 22조원짜리 AI6 같은 미래 물량이 테라팹으로 흡수될 수 있다.

인텔의 테라팹 합류는 삼성에 '투트랙 딜레마'를 던진다. 단기적으로는 협력이지만 — 인텔이 테라팹을 발판으로 파운드리 경쟁력을 키우면 장기적으로 삼성·TSMC 양강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

머스크의 "광속 대응" 요구가 실제 장비 확보로 이어지지 않으면 테라팹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실질 투자 판단의 분기점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도쿄일렉트론 등 핵심 장비사의 확정 수주 잔고다.

그래서

머스크는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고 했다. 그 첫 부탁을 삼성에 했고, 삼성은 거절했다. 대신 "우리 공장에서 더 많이 만들어드리겠다"고 제안했다.

이 거절은 단기적으로 삼성에 유리하다. 시간을 벌었고 협상력을 지켰다. 하지만 머스크가 실제로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 — 그 시간은 결국 유예에 불과하다.

2027년 말. 그때까지 삼성이 어떤 무기를 준비하느냐가 진짜 싸움의 시작이다.

⚠️ 본 기사는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Copyright © 시시한경제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