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RM이 반한 막걸리, '조니워커 블루'의 아버지가 자문한 것이었네

KFP 너드 비스포크 킷
(NERD Bespoke Kit) 개발기
(왼쪽부터) 조니워커 블루라벨, 그린라벨 등을 만든 위스키 업계의 전설 마이크 콜링스 고문, 한국에프앤비파트너스(KFP)의 이성호 의장, 수운잡방 체험관을 운영하는 김도은 관장. /더비비드

지난 2월 26일, 서울 종로구 북촌의 ‘너드하우스’에서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한국에프앤비파트너스(KFP)의 이성호 의장과 조니워커 블루라벨 등을 만든 위스키 업계의 전설 마이크 콜링스(Mike Collings) 고문, 그리고 수운잡방(보물 제2134호)의 수호자인 김도은 관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 만남은 한국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너드 비스포크 킷: 더 큐레이티드 에디션(NERD Bespoke Kit: The Curated Edition)의 출시를 축하하기 위해 성사됐다. KFP는 전통주 제조에서 나아가 전통주를 매개로 한국의 미학과 식문화를 알릴 구상이다. 세 사람을 만나 젊은 기업가와 두 명의 거장이 어떻게 협업하고 있는지, 전통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들었다.

◇위스키 마스터와 안동 종부가 만났다

너드 비스포크 킷. /더비비드

KFP는 식음료 스타트업이다. 식자재 유통 플랫폼으로 출발해 주류까지 아우르고 있다.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공식 후원사 자격으로 자사의 탁주 너드12를 납품했다. 너드12 타이거 에디션은 최고경영자(CEO) 서밋 만찬에 선물로 채택돼 전세계 CEO들에게 제공됐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김남준)은 서밋에 기조 연설자로 참여한 후 ‘너드12 타이거 에디션’을 선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너드 12 제품 상자에 금색 펜으로 서명하기도 했다.

KFP는 경북 상주의 상주주조(너드 브루어리)를 인수해 주류 회사로 키웠고, 마이크 콜링스가 창업한 펄킨 위스키(firkin whiskey)를 총판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주 증류소를 인수해 탁주, 소주 같은 한국 전통주 뿐만 아니라 위스키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KFP가 최근 론칭한 너드 비스포크 킷은 탁주인 너드12 조각보 에디션, 이름이 각인된 전용 잔, 한지 위에 타자기로 작성한 카드로 구성된 선물세트다. 너드12와 펄킨 위스키로 구성된 세트도 있다. 이색적이면서 정성이 담긴 VIP용 선물을 찾는 이들을 겨냥해서 출시했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너드 비스포크 킷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의장. /더비비드

이 프로젝트를 이끈 이성호 KFP 의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11년 오픈서베이, 2016년에는 한국신용데이터(캐시노트)를 공동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다. 2023년 식자재 유통 플랫폼 푸짐을 운영하던 KFP를 인수해 F&B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경북 상주의 상주주조를 인수해 비즈니스 범위를 확장했다.

이 의장은 단순한 전통주 제조를 넘어 ‘세계에 한국적 즐거움을 전달한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오래 사랑받는 유명 브랜드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헤리티지(Heritage)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식음료는 대표적인 문화 산업이잖아요. 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문화적 뿌리인 헤리티지가 담보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마이크 콜링스 고문은 이 의장에게 큰 통찰을 제공했다. /더비비드

이 여정의 나침반이 돼 준 인물은 조니워커 블루라벨을 탄생시킨 위스키 마스터 마이크 콜링스 고문이다. 현재 너드 브랜드의 자문을 맡고 있는 그는 영국의 헤리티지를 세계적 브랜드인 조니워커로 승화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성와 헤리티지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는 통찰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미학을 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재해석하면 더 큰 가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이 의장에게 조언했다.

마이크 콜링스는 유산은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 기후, 지정학적 특징의 총체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 북서쪽의 섬에서 생산하는 ‘탈리스커’라는 위스키가 있습니다. 해수와 해초의 풍미가 나면서 스코틀랜드의 기후를 연상케 하는 고유의 맛이 나죠. 위스키 한 잔에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담긴 겁니다.”

김도은 관장은 국내외에서 한국 미식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더비비드

마이클 콜링스의 관점에 ‘살아있는 증거’로서 힘을 보탠 이가 수운잡방의 김도은 관장이다. 경상북도 안동의 광산김씨 설월당 종가 15대 종부인 그는 조선시대 최초의 조리서이자 국가 보물인 수운잡방 체험관을 운영하며 500년전의 기록을 현대에 전승하고 있다. 종부가 파인다이닝 식당 형태로 운영하는 체험관은 수운잡방이 유일하다. 김 관장은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해외 미식 박람회에서 음주를 곁들인 우리나라 미식 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김 관장은 너드 브랜드의 홍보대사로서, 콜링스의 관점을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으로 확인시켜 준 주인공이다. “원래 도시에서 살던 대기업 부부였습니다. 돈이 아쉬워서 이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수운잡방이 곳곳에서 오독되거나 악용되는 것을 종부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수운잡방엔 160가지의 조리법이 담겨있는데, 그 중 절반이 술에 대한 기록입니다. 소주, 청주, 약주, 꽃이 들어가는 술 등 재미있는 조리법이 많아요. 요즘 K푸드가 대세인데요. 국가에서 인정한 보물이자 기록으로 남은 K푸드 관련 자료는 수운잡방이 유일합니다. 수운잡방이 잘못 사용되지 않고, 현대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전통을 깨는 전통주, 한국 미학을 럭셔리 선물로 만드는 법

이 의장은 문화적 경험에 깊이 감동하는 외국인 VIP들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비스포크 킷을 구상했다. /더비비드

이 의장은 문화적 경험에 깊이 감동하는 외국인 VIP들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비스포크 킷을 구상했다. “한옥에서 해외 귀빈을 모실 일이 많았는데요. 다들 특별한 경험이라며 극찬했습니다. 문득 이런 공간의 연장으로 ‘VIP를 위한 한국다운 선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랑스, 영국 같은 서구권에는 국가 헤리티지를 녹인 비스포크 방식의 선물이 있거든요.”

단순한 술 선물세트가 아닌, 한국의 미학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너드 비스포크 킷을 기획했다.”’내가 박물관 큐레이터라면 어떻게 구성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보물 제1777호 조각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NERD 12 조각보 에디션을 중심으로, 받는 이의 이름이 각인된 전용잔과 한지 위에 타자기로 작성한 수기 카드가 조화를 이룹니다.”

‘선물’의 특성을 고려해, 보편성과 고유성 사이의 균형점을 잡는데 중점을 뒀다. “한국다운 선물로 글로벌 무대에서 깊은 공감을 얻으려면 현대적인 언어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보물인 조각보를 패션의 관점에서 재해석했습니다. 특히 붉은 색상으로 눈길을 끄는 디자인을 구현했죠. 몽클레르(Moncler)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헤리티지와 현대적인 감각 사이를 조율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했습니다. 너드를 단순한 전통주 브랜드가 아닌 소유욕을 자극하는 패션 브랜드로 인식시키고 싶었거든요.”

와인잔에 담긴 탁주를 들고 있는 김 관장. 김 관장은 전통의 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더비비드

비스포크 킷의 구성 하나하나가 치밀한 의도의 결과물이다. 전용잔은 전통주를 우아하게 마실 수 있도록 와인잔 형태로 설계했다. ‘탁주를 와인잔에?’ 의문 어린 눈으로 잔을 쳐다보자, 마이크 콜링스가 답했다. “서구권에서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와인이나 샴페인을 마시잖아요. 한국의 새로운 문화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와인잔을 포함시켰습니다. 우리는 전통을 따르면서, 만드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문화권의 상징을 섞는 시도가 미래의 전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비스포크 킷에는 펄킨 위스키가 포함된 구성도 있습니다. 동서양의 헤리티지가 융합된 새로운 미래 문화를 제안하는 것이죠.”

이에 김도은 관장은 ‘전통은 호리병에만 담아야 한다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탁주는 동동주잔에만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합니다. 전통의 틀에 갇히면 우리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저는 편리함을 저해하는 전통은 피합니다. 전통의 실용적이면서 매력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죠. 너드가 시도한 와인잔 구성 같은 현대적인 파격이 오히려 우리 술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의장의 여정에 손을 보태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마이크 콜링스 고문은 문화, 아이디어, 비전의 교류가 새로운 전통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더비비드

한국적 미를 담은 한지 위에 구형 IBM 타자기로 작성한 카드는 대량 생산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방 감성을 보여준다. 마이크 콜링스는 한지와 타자기의 조합에 너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는 벤치마킹의 역사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의 기술과 브랜드를 벤치마킹해 더 한국적이면서도 더 세계적인(international)한 결과물을 빚고 있죠. 구형 IBM 타자기를 통해 한지에 새겨진 카드는 타 문화 간의 융합이자 새로운 전통의 징표가 될 것입니다. 문화, 아이디어, 비전의 교류가 새로운 전통을 창출합니다.”

◇한국의 보물을 세계로, 다음 행선지는 뉴욕

올해 상반기 중 소주를 출시할 계획이다. /더비비드

KFP는 너드 비스포크 킷으로 고급 선물 시장을 공략할 구상이다. 이미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했으며 미국와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전세계적인 기업이 밀집한 고급 선물의 중심지인 뉴욕을 메인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미슐랭 식당과 협업하는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쌓아 선물 시장에 안착하고자 합니다.”

올해 상반기 중 소주를 출시해 한국 전통주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마이크와 김도은 관장, 두 분은 전통적 미학을 현대 사회에 전달하는 역할로 명성을 쌓은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한국의 유산을 재해석해도 된다’는 조언을 듣고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 길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어요. 지금도 한국의 보물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통은 전통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전통을 새로운 문화에 접목해도 된다는 마스터를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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