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골프 장비에도 '규격'이 있다.

스코어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골퍼 자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골퍼들은 '장비'에 신경 씁니다. 구매할 때는 '만병통치약'으로 생각되는데, 정작 사용하고 나면 '아.. 불치병이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요소입니다.

골프 장비의 물리적 성질 - 장비 규칙

'동반자'와 함께 즐기는 골프에는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나의 골프 규칙으로 플레이하는 것입니다. 실력에 상관없이, 골퍼의 성향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규칙으로 플레이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플레이를 하는 데 있어서 장비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이 장비 역시 골프 규칙의 연장선 상에서 '장비규칙(Euqipment Rules)'이라는 별도의 규범이 존재합니다.

이 장비 규칙은 일반 아마추어 골퍼가 참고해야 할 내용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장비를 만드는 제조사들이 공인된(Conforming)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골프볼과 골프 클럽을 만드는 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물리적인 기준이 제시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기준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클럽과 볼 모두 반드시 지켜야 하는 물리적인 규정들이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골프볼 - 무겁고 작게 만들 수 없다

골프볼의 성능이 모두 다르다는 명제는 이제는 어느 정도 골퍼들이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내 게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한 가지 모델의 골프볼만 사용하는 골퍼들도 있습니다.

지난 몇 번의 칼럼에서도 골프볼에 대한 말씀은 드린 적이 있는데요. 골프볼은 물리적으로, 즉 사이즈와 무게라는 측면에서 두 가지 중요한 규칙이 존재합니다.

바로, 무게는 45.93 그램보다 무거울 수 없으며, 지름은 42.67 밀리미터 보다 작을 수 없다입니다.

이는 물리학적으로, 무게가 더 나가서 운동에너지가 증가하거나, 작은 지름으로 인해 공기의 저항을 덜 받을 경우 더 긴 비거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공인구 리스트(Conforming List)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저 두 가지 기준을 맞춰야 하는 것이죠.

다만, 크기가 작아질 경우에는 골프볼의 '엔진'이라고 알려진 코어 역시 작아지기 때문에, 공기 저항이 감소함으로써 얻는 이득과 작은 코어로 인해 잃게 되는 에너지 사이에서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꽤나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골프볼은 한없이 가볍게 만들 수 있고, 한없이 크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적어도 규칙 상으로는 말이죠. (물론, 잘 날아가지도 않고, 108밀리미터 홀에 들어가지 않겠죠?)

골프 클럽 - 주로 길이와 각도에 대한 규정이 있다.

골프볼에 있어서는 무게가 꽤 중요한 기준입니다만, 클럽은 무게에 대한 규정을 딱히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종 길이와 '각도'에 대한 규정이 까다롭게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클럽의 길이가 48인치를 넘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PGA 투어 등에서는 46인치를 넘을 수 없다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공정한 경쟁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하는데요. 긴 샤프트를 사용해서 클럽헤드의 스피드를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규정은 퍼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퍼터는 48인치의 구속을 받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몸에 퍼터의 끝을 대는 '앵커링' 동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48인치 이상으로 만드는 것이 큰 장점은 없겠지만, 적어도 퍼터 자체의 길이 제한은 없습니다.

반대로 최소 길이에 대한 규정도 있습니다. 바로 18인치입니다. 이는 바로 퍼터 때문입니다.

만약 그립만큼의 길이에 바로 퍼터 헤드가 붙어 있다면, 아마도 숏 펏등에 있어서는 꽤나 이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클럽이 아니라 손으로 밀어 넣는 느낌으로 퍼트를 하게 될 테니까요.

이러한 클럽에 붙어 있는 그립 역시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최소 7인치는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배경에는 그립이 양손을 모두 커버해야 한다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지만, 전통적인 혹은 일반적인 스트로크를 하도록 권장하거나 유도하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퍼터의 샤프트는 '수직축'에서 최소 10도 이상 누워 있어야 합니다. <출처: USGA Equipment Rules>

'각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퍼터에 대한 규정이 조금 까다로운 편입니다. 바로 샤프트와 클럽 헤드가 어떤 각도로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인데요.

이는 퍼터의 모양에 따라서 정렬이나 스트로크에 도움을 받을 가능성을 줄여주는 규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나온 규정이 바로 '10'도 규정인데요. 클럽이 정상적인 어드레스 포지션에 있을 때,
샤프트가 퍼터 헤드의 아래면에 대하여, 최소 10도 이상 수직선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 좌측 그림 참조).

만약 이 각도가 0도에 가깝다면 아마 퍼터 스트로크가 '진자 운동 (Pendulum)'과 유사하게 되어 퍼터가 훨씬 쉬워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각도를 둬야 한다는 규정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유야 다 있겠지만, 정말 어떻게든 골프가 쉬워지길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머리를 짜내어서 만든 심술궂은 규정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내가 쓰는 장비에 숨겨져 있는 규정들에 대해서 한 번쯤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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