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익의 지방소멸리포트 (10) 어디가 살고 죽는가? 인천시, 광주시, 제주도 편

경기도부터 시작된 지방소멸리포트는 지난 9차례 동안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도와 서울특별시를 다뤘다. 남은 3차례의 지방소멸리포트에서는 모든 광역시와 제주도를 다룰 예정이다. 지방소멸리포트 10번째는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광역시, 민주화의 성지 광주광역시, 그리고 대한민국 올 타임 넘버원 관광지인 제주특별자치도이다.

글 자료 나종익(㈜코드랩리얼티 대표이사) | 자문 성호건(㈜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이사)
지난 5년 간 가장 토지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어디일까
지난 5년 간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광역시에서 토지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지역은 서구와 남동구였다. 청라신도시와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서구는 인천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2024년 기준 63만 명이 넘었는데, 이는 웬만한 지방의 중소 도시보다도 많은 인구 수이다. 2020년 이후부터 입주가 시작된 검단신도시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서구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광역시에서 두 번째로 토지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남동구였다. 남동구는 인천광역시청, 소래포구 등이 있는 곳으로 시흥시와도 맞닿아 있는 곳이다. 많은 이들이 인천의 도심을 부평이나 인천역 부근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실질적인 인천의 도심은 남동구 구월동이라 볼 수 있다. 구월동은 인천광역시청, 인천광역시경찰청, 인천 최대의 상권인 구월동 로데오 등이 위치한 곳으로 명실상부 인천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또 남동구에는 남동인더스파크, 소래포구, 인천대공원 등이 위치하고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토지 거래로 이어졌을 것이다.
한편, 인구 60만 명이 넘는 서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앞으로 2년 남짓일 것 같다. 2026년 7월, 인천광역시에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경계로 인천광역시 중구 내륙과 동구는 제물포구로, 영종 지역은 영종구로 통합 조정되며, 기존의 서구는 아라뱃길을 경계로 서구와 검단구로 분구될 예정이다. 단순히 인천 지역을 동서남북으로 나누었던 기존의 지명에 인천만의 정체성을 부여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인천광역시의 2026년을 기대해본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광역시에서 토지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광산구였다. 광산구는 광주광역시의 서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대한민국의 자치구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이다. 광산구는 광주광역시 편입 자체가 늦은 데다 영산강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그동안 다른 구들과는 조금 분리돼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선운동 일대의 선운지구에 여러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이제는 광주광역시 최고의 부촌 자리를 넘보고 있다. 또 KTX 광주송정역 인근인 선운2지구는 KTX투자선도지구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개발 호재가 생기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에서 두 번째로 토지 거래가 많았던 곳은 북구였다. 북구는 최근 광주에서 가장 핫한 곳 중의 하나이다. 전남방직과 일신방직 공장 재개발사업에 현대백화점이 참여하면서 ‘더현대 광주’ 건립에 대한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북구 자체가 광산구가 개발되기 전까지 인구가 지속적으로 몰리던 곳이었고 전남대학교 후문 상권은 광주광역시에서 최고의 상권 중의 하나이기에 이 지역에 ‘더현대 광주’가 들어설 경우의 파급효과를 다들 기대하는 눈치다. 이러한 대형 쇼핑몰의 등장 소식은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타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많은 관심을 갖게 하면서 토지 매매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제주도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휴양지이며, 섬으로만 이루어진 유일한 광역자치단체이다. 한때 주식회사 카카오의 본사 제주 이전, 중국인 투자 개방 등 국내외 투자, 한 달 살기 열풍 등으로 인구가 꾸준히 증가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 코로나 엔데믹 이후 확대된 해외 여행 증가, 높은 물가 등이 겹치면서 관광객 및 인구는 조금씩 줄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의 2개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 중에서는 제주시의 토지 거래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제주시의 토지 거래량이 심상치 않다. 최근 5년 간 평균 제주시 토지 거래량보다 2024년 1분기 토지 거래량이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토지 거래로 인해 가격이 폭등했던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예전의 가격을 본 땅 주인들은 낮은 가격에 팔고 싶어 하지 않는 심리까지 동반되면서 토지 거래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거래가 많이 일어난 지역이 지가상승률도 높았을까
인천광역시에서 지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어디일까? 1위는 계양구(12.92%)였고, 2위는 남동구(12.30%)였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계양공공주택지구였다. 계양공공주택지구에는 귤현동(17.2%), 동양동, 박촌동, 병방동, 상야동 일대가 포함되는데, 실제 이 지역의 지가가 선주지동(16.9%), 이화동, 오류동, 갈현동 지역과 함께 가장 많이 올랐다. 아무래도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토지 보상 등이 통계에 잡히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에서 두 번째로 지가가 많이 상승한 곳은 서구였다. 남동구에서는 간석동(17.32%)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GTX-B 노선이 지나가는 곳이 인천시청역이다 보니 간석동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았을 것이다. 광주광역시에서 가장 지가가 많이 상승한 두 곳은 광산구(11.5%)와 서구(10.4%)였다. 광산구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광주에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많으며, KTX 광주송정역과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에 지가 상승 여력이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수완동과 장덕동(15.0%)의 상승세가 높았으며, 삼거동(14.3%)이 그 뒤를 이었다. 광주미래자동차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삼거동 지역도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광주광역시청, 상무지구 등이 위치하고 있는 서구는 광주광역시에서 가장 잘사는 동네이자 상권도 가장 발달한 곳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타이틀을 광산구와 나눠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광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유스퀘어,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등이 위치한 광천동(16.8%)의 지가 상승률이 상당히 높았는데, 광주의 중심이라는 점과 광주 최대 재개발 단지인 광천동 재개발사업에 대한 기대효과로 지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마지막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지가 상승률에 대해 살펴보겠다. 먼저, 제주시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3.51% 가량 지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미 제주도의 땅값은 2010년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에 최근에 지가 상승률이 낮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수준이다. 제주도 지가가 한창 나 홀로 고공행진을 보이던 2017년 자료를 살펴보면, 제주도는 1년 간 17%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5.34%였고, 서울 역시 6%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제주도가 얼마나 그동안 지가가 많이 올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도 제주도의 지가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신공항이 서귀포시에 들어서게 된다면 지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있지만 예전처럼 공항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폭발적인 성장을 예상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공항 주변의 지가는 공항이 들어온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기도 했고, 앞서 언급한 대로 2010년대부터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
인천광역시에서는 서구(1.23)와 연수구(1.19)의 소멸지수가 가장 높은 편이었다. 서구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청라신도시와 검단지구가 위치한 곳이라 상대적으로 젊은 층들의 유입이 많았을 것이다.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곳으로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부촌으로 인식되는 곳이며, 교육열 또한 서울 못지않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요즘 연수구는 과거 원도심(구 송도) 지역의 재생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이다. 송도국제도시와 원도심 간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거철만 되면 원도심 재생이 주요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가장 젊은 곳은 광산구(12.4)였다. 광산구 역시 앞서 언급한 대로 광주광역시의 신도시가 위치한 곳이다. 당연히 젊은 층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이 통계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광주광역시에서 두 번째로 젊은 곳은 서구였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제주시(0.77)의 지방소멸지수가 서귀포시(0.47)보다 높은 편이었다. 제주시는 지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인구가 무려 8만 명 이상 증가하며 5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통제가 완화되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2024년 7월 기준 48만 명까지 줄었으며, 자연스럽게 소멸지수 역시 2020년 0.96에서 2023년 0.77로 떨어지게 됐다. 다행히 제주시의 경우 아직 소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서귀포시 상황은 조금 다르다. 소멸 지수가 0.5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귀포시에 들어설 예정인 신공항 건설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공항이 들어서고 전반적으로 거품이 빠진다면 다시 한 번 떠오를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의 고민이 깊어지는 2024년 여름이다.
각 지역별 이슈 및 미래
인천광역시의 최근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 번째는 2026년에 맞춰 대대적으로 개편될 행정구역에 관한 것이며, 두 번째는 언제쯤 부산광역시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일 것이다. 먼저, 인천광역시의 행정구역 재편은 인천 역사에서 가장 큰일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중구와 동구가 영종구/제물포구로 재편되고 서구는 서구/검단구로 분구될 예정이다. 인천의 상징과도 같았던 제물포가 정식 명칭으로 들어오면서 인천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천광역시는 부산광역시와 대한민국 제2 도시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지난 2017년 인천광역시(실질 지역내총생산 85.8조원)가 부산광역시(85.4조원)를 지역내총생산(실질 기준)에서 앞선 이후 2021년(인천: 90.3조원, 부산: 87.6조원), 2022년(인천: 95.7조원, 부산: 89.9조원)에는 모두 인천이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역시 2024년 기준(부산: 327만 8,280명, 인천: 301만 2,997명) 수준까지 좁혀졌다. 인천의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부산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어 조만간 둘의 위치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인천의 인구가 부산을 추월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두 번째 도시로 인정받는 데는 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천의 상승세가 무섭고 반대로 부산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광역시의 오래된 고민 중의 하나는 젊은 층들의 이탈이다. 광주는 지난 2023년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유출률’을 기록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광주가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호남 전체에 영향이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해 광주에서 유출된 광주시민이 가장 많이 이동한 곳은 전라남도(43.0%), 서울특별시(15.2%), 경기도(13.8%)였는데 4명 중의 1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광주광역시의 젊은 층의 유출이 타 지역보다 높은 데는 일자리와 상관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2020년 광주경제자유구역이 신규 지정됐으며, 첨단3지구에는 AI 관련 기업들이 유치될 예정이다. 또 광주미래자동차 국가산업단지 등이 들어서게 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현대 광주’처럼 젊은 층들이 소위 지역 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갈 만한 곳’들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시장도 좋지만 대형 쇼핑몰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최근 고민 역시 바로 ‘경제’다. 제주도의 경제가 심상치 않다. 지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동네가 한두 곳이 아니고, 늘어만 가던 인구도 줄고 있다. 큰일이다. 제주도 같은 섬 지역이 외지에서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관광객 수가 받쳐줘야 한다. 관광객이 꾸준히 유지되고 한 달 살기 등이 지속되어야 체류 인구 또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는 관광객들에게 인식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보복 여행, 엔저 등의 효과로 제주도가 상대적으로 관광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전체적으로 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급기야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제주관광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면서 ‘혁신’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제주도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10년 전의 제주도와 현재의 제주도는 상당히 다르다.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천광역시는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광주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상황이 좋지 못하다. 인천광역시는 수도권이기 때문에 지방 소멸에서는 조금 자유로울 수 있지만, 광주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광주광역시는 인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고, 제주특별자치도는 관광객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젊은 층들의 유출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젊은 층들에게 ‘즐길 거리’를 선사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지난 2022년 대선 때,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광주에 대형 쇼핑몰이 없다는 것이었다. 광주광역시 및 지역 정치인들이 시장 상인들을 위해 대형 쇼핑몰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더현대’가 광주에 들어설 수 있다고 한다.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더현대 광주’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제주관광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했다. 관광 위기에 따른 자구책으로 비대위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지난 2010년 이래 상당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앞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한 대로 썩 좋지 않다. 2010년 이래 지가가 폭발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제주도가 지금의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대처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