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 대한민국 쓰레기들을 모두 치워버리는 한국판 리암 니슨 손현주 액션 드라마 ‘추적자’

처음부터 기대를 받았던 작품은 아니었다. 주연 라인업에 화려한 스타도 없었고, 아이돌 출신도 단 한 명 없었다. 원래 방송 예정이었던 드라마가 준비 부족으로 빠지면서 긴급 투입된 ‘대타’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추적자 THE CHASER>는 묵직한 서사와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로 회차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더니 결국 22.6%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정상을 꿰찼다. 편성 실수처럼 보였던 결정이 SBS 입장에선 ‘홈런’이 됐다.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서 시작해 서서히 상승했다. 시청자 반응이 서서히 쌓이면서 입소문이 이어졌고, 회차가 지날수록 몰입감이 더해졌다. 마지막 방송은 제헌절에 편성됐고, 법과 권력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내용과 절묘하게 맞물리며 상징적인 마무리로 회자됐다.
아이돌 없이, 검증된 연기력만으로 완성된 드라마

<추적자>는 당시 트렌드와는 다르게, 아이돌 출신 배우나 스타 마케팅에 기대지 않았다. 오직 연기로 인정받은 배우들만 캐스팅된 드라마였다. 중심에 선 손현주는 연기 경력은 길었지만 단독 주연 경험이 없었다. 이름은 익숙했지만 스타로는 불리지 않던 그가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았다. 주연 결정 당시 우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딸을 잃은 형사 백홍석 역할을 맡은 손현주는 극 초반부터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갔다. 감정 폭발을 억제하면서도 분노와 좌절, 분투를 밀도 있게 표현해냈다. 방송이 끝나자 그는 SBS 연기대상 대상까지 수상하며 스스로 입증했다. 수상소감도 화제가 됐다. “우리 드라마엔 아이돌도, 스타도 없지만 박근형 선생님이 계십니다.” 배우 전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박근형은 재벌가 총수 서동환으로 등장해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했고, 김상중은 국민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회자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악역으로 변신했다. 대선 후보 강동윤 역을 맡아 ‘딸 살해 교사’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숨긴 채 지지율 60%를 달리는 인물을 연기했다. 결국 모든 악행이 드러나면서 파국을 맞는다.
대기만성 손현주, 드디어 주연 배우가 되다
손현주는 연극과 출신으로 1991년 데뷔했지만, 오랫동안 ‘조연 전문 배우’로 활동해왔다. <첫사랑>에서는 최수종과 배용준의 매형 주정남 역으로 주목받았고, 당시 ‘손현주 첫사랑 메들리’라는 앨범까지 냈지만, 이후로는 오랜 시간 주연으로 나서지 못했다.

전환점은 2005년 <장밋빛 인생>이었다. 아내를 힘들게 하는 남편 역할을 맡아 제대로 주목받았고, 이후 <조강지처 클럽>, <솔약국집 아들들>로 입지를 다졌다. 그럼에도 단독 주연으로는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추적자>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됐고, 이 드라마로 커리어 전반이 뒤집혔다.
연기 변신도 거침없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숨바꼭질>에서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고, <황금의 제국>에서는 고수가 연기한 장태주와 대립하는 최민재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시그널>에서는 비리 정치인 장영철로 특별 출연했는데, 짧은 분량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모범형사>, <트레이서>에선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역할로 활약했고, 내년에는 <두 번째 시그널>, <더 원더풀스> 등에서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화려함은 없었지만 빈틈도 없었던 이야기
<추적자>의 가장 큰 강점은 탄탄한 대본이었다. 박경수 작가는 권력을 주제로 한 ‘3부작’의 첫 작품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 이후 <황금의 제국>, <펀치>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특히 <추적자>는 권력과 법, 언론, 자본이 얽힌 복잡한 현실을 하나의 사건에 집중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드라마의 중심은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형사였다. 단순한 사고로 보였던 사건은 점점 거대한 권력과 재벌의 비밀로 이어졌고, 평범한 형사의 추적은 점점 거대한 싸움으로 변모했다. 감정선은 무겁게 흘렀지만, 그 안에 뚜렷한 정의감과 진실 추적의 긴장이 살아 있었다.
서지수 역할의 김성령은 겉으로는 재벌가 며느리이자 대선 후보의 아내로 등장하지만,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거짓말의 중심에 서 있었다. 고준희는 돈보다 원칙을 따르는 막내딸 서지원으로 분해 가족과 갈등하며 진실을 좇는 인물로 활약했다. 박효주는 백홍석의 파트너 형사 조남숙으로 출연했는데, <추격자>와 <추적자> 모두에 출연한 유일한 배우이기도 했다.
긴급하게 투입된 드라마, 아이돌 없이 시작한 작품, 스타성 없이 시작한 주연 배우. 그 모든 불리함을 뚫고 <추적자 THE CHASER>는 묵직한 완성도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단단한 이야기와 밀도 높은 연기만으로 정면 돌파한 드라마였다. (SBS ‘추적자 THE CH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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