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유소들은 왜 기름값이 엄청 비쌀까?

이 사진을 보라. 휘발유 가격이 무려 리터당 2600원이 넘는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알림판의 최근 모습이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1657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리터당 1000원이나 비싸게 받는 거다. 이거 완전 빌런인데? 유튜브 댓글로 “기름값이 터무니없이 비싼 주유소들은 왜 그런 건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주변에 기름값이 터무니없이 비싼 주유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회사 법인카드로 기름을 넣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주유소일 가능성이 크다. 이게 무슨 말일까?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이란 사이트에는 전국 지역별로 오늘 기름값이 얼마인지, 주유소별로 어디가 기름이 비싼지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메인 페이지 오른쪽에 ‘우리 동네 싼 주유소 탑5’에서 지역을 서울 전체로 하고, 고가 순으로 정리하면 서울에서 제일 비싼 주유소 탑5가 나온다. 이 주유소들은 중구와 용산구, 강남구, 서초구에 있는데 이게 대기업 본사 위치와 묘하게  겹쳐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홍보실장
“그러니까 휘발유를 주유하는 법인차량들 있잖아요. 대부분 기업 본사들이 중구라든지, 용산구 근처에 있기 때문에 그분들은 기름값에 구애를 받지 않고 주유를 하거든요. 때마침 주유소도 얼마 없다 보니까 주유소 입장에서는 가격을 높여서 판매하더라도 거기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유하지 않더라도 법인 차량만 이용해도 충분히 수지 타산이 맞거든요”

내 돈이면 몰라도 법카로 넣는다 하면 뭐 굳이 기름값 싼 데 찾아서 멀리 나갈 필요 있겠나 싶은 마음을 이용한 영업전략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회사들이 많은 서울 중심부나 강남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전국 평균보다 1000원 가까이 비싼 빌런 주유소들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홍보실장
“강남구나 서초구 같은 경우는 주유소 가격 간의 괴리가 되게 크거든요. 비싸게 파는 데도 있고, 싸게 파는 데도 있고. 강남구 같은 경우에는 (기업) 본사들도 위치해 있는 데다가 또 일반 주민들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소구하는 계층들이 좀 다른 거죠”

이따금씩 같은 동네 내에서도 기름값이 꽤 차이가 나는 주유소들이 있다. 이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주유소 사진인데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과 왼쪽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제법 차이가 난다. 빨간 주유소는 휘발유가 리터당 2198원인데, 파란 주유소는 리터당 1799원. 리터당 400원씩 차이가 난다.

주유소에 따라서 기름값이 비쌀 경우 세차나 마일리지, 휴지나 물티슈 같은 경품 등 서비스를 더 주는 식으로 차별화전략을 쓰는 곳도 있다. 자영 주유소냐 직영 주유소냐에 따라서도 가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자영은 쉽게 말해 자영업자, 주유소 사장님들이 정유사에서 기름 공급받아서 공급사 상표 달고 장사하는 곳이고, 직영은 정유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주유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터지고 기름값이 연일 치솟자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정유사들에게도 가격 인하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니 정유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들은 빠르게 가격을 인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유사들에게 이미 비싸게 기름을 주고 사온 자영 주유소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

서울 자영 주유소 사장님
“자영은 저희가 판매해서 마진을 남겨야 되기 때문에요. 직영 같은 경우는 공시 나오면 그냥 딱 정리해버리면 가능한데, 자영 같은 경우는.... 한창 비쌀 때 들어온 가격이 있어갖고”
서울 자영 주유소 직원
“(정유사로부터) 받을 때 비싸게 받았단 말이에요. 지금 당장 가격을 내릴 수가 없어요. 그러면 적자 나잖아요”

직영 주유소야 그래도 대기업이니 임대료나 인건비 감당이 어느 정도 되겠지만, 국내 주유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자영 주유소들은 정유사한테 사들인 기름을 되판 걸로 임대료도 내고 인건비도 줘야 할테니 기름값을 더 비싸게 부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니까 비싸다고 함부로 ‘빌런’이라 부르면 안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긴 하는데 우리는 어쨌든 최대한 저렴한 주유소 평소에 잘 알아두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