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서도 사라진 은퇴설 한현희, 5억 연봉보다 더 비싼 건 롯데의 FA 설계 실패다

FA 계약서에 안전장치를 넣는다는 것의 의미를 롯데는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2023년 1월, 롯데는 한현희와 계약을 맺으며 구단 설명자료에 이렇게 적었다. "높은 비중의 옵션을 통해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구단은 리스크를 줄인 합리적 계약." 2026년 5월 현재, 그 합리적 계약의 결과는 이렇다. 1군 등판 0경기. 퓨처스리그 2경기, 평균자책점 6.75. 그리고 연봉 5억 원.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한현희 개인의 부진을 넘어, 구단의 계약 설계가 어디서 어떻게 어긋났는지를 정확하게 가리킨다.

한현희는 2012년 넥센 히어로즈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사이드암 투수다. 히어로즈 시절은 분명했다. 2013년 27홀드, 2014년 31홀드로 2년 연속 KBO 홀드왕을 차지했고, 2018년에는 선발로 전환해 169이닝 11승을 올렸다. 선발과 불펜 모두를 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그를 FA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만들었다. 2022년 말 FA 자격을 취득했을 때, 그의 통산 성적은 416경기 65승 43패 105홀드, 평균자책점 4.26이었다.

롯데가 제시한 조건은 3+1년, 최대 40억 원이었다. 구조는 계약금 3억 원, 보장 연봉 15억 원, 옵션 22억 원. 총액의 절반 이상을 옵션으로 배분한 설계였다. 구단이 설정한 개인 성적을 충족하면 선수가 옵트아웃할 수 있는 조항도 달았다. 외형상으로는 구단 리스크를 줄이고 선수에게는 성과 기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그 옵션 기준이 무엇이었냐는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현희는 3년 내내 옵트아웃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롯데 이적 후 3년 성적은 98경기, 11승 15패, 12홀드, 189이닝, 평균자책점 5.38. FA 투수에게 기대하는 수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2025년에는 1군에서 고작 3경기, 8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1군 등록 일수가 미달되면서 FA 재취득 기회도 사라졌다.

그런데 여기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성적이 부진했음에도, +1년 옵션이 발동됐다. 통상적인 FA 계약에서 +1년은 구단의 선택권이거나 선수가 일정 성적을 달성했을 때 발동되는 조건이다. 그러나 한현희의 계약은 달랐다. 선수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된 조항 때문에 3년간 기대에 못 미친 투수에게 마지막 1년이 자동으로 보장됐다. 연봉 5억 원과 함께. 구단이 "리스크를 줄였다"고 설명한 그 계약이, 실제로는 선수에게 더 유리한 쪽으로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2026년 한현희의 상황은 퍼포먼스 문제를 넘어선다. 1군은 물론 2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이름이 빠졌다. 시즌이 시작된 뒤 2군에서 3월과 4월에 각 1경기씩 등판했고, 4월 13일 이후로는 실전 기록 자체가 멈췄다. 부상 보고도, 공식 입장도 없다. 커뮤니티에서 6월 은퇴설이 돌기 시작한 건 이 침묵 때문이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다만 등판 공백이 한 달을 넘겼고, 구단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현희 한 명의 이야기가 무거운 이유는 따로 있다. 롯데는 같은 시기에 유강남(4년 80억 원), 노진혁(4년 50억 원), 한현희(3+1년 최대 40억 원)에게 총 170억 원을 투자했다. 포수, 유격수, 투수. 수비 센터라인 전체를 한꺼번에 채우려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는 세 선수 모두 등록 일수 미달로 FA 재취득 기회를 잃은 채 계약을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 직접적인 후유증도 있다. 2025년 오프시즌, 롯데는 현장의 강력한 외부 FA 영입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참전조차 하지 못했다. 기존 계약들이 샐러리캡을 잠식하고 있었고, 모기업은 유돈노 실패를 이유로 추가 투자에 난색을 표했다. 한현희가 마운드에 서지 않는 비용은 연봉 5억 원만이 아니다. 팀이 쓸 수 있었던 다른 선택지의 비용이기도 하다.

롯데는 2025년 11월 2차 드래프트 보호 명단에서 한현희와 노진혁을 제외했다. 다른 구단이 지명할 수 있도록 열어둔 셈이었다. 결과는 아무도 지명하지 않았다. 시장이 평가한 이 두 선수의 현재 가치였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롯데는 이 170억 원짜리 실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계약 설계의 문제인지, 선수 선별의 문제인지, 혹은 두 가지 모두인지. 그 답을 구단이 찾지 못한다면, 다음 FA 시장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한현희의 2026 시즌이 어떤 형태로 마무리되든, 기록은 이미 남아 있다. 안전장치라 부른 계약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숫자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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