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리' 임명옥 아킬레스건 파열!" IBK기업은행 초비상, 시즌아웃 충격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불혹의 나이에 리그 최정상 리베로로 군림하던 임명옥이 그렇게 시즌을 마감했다. 단순한 부상이 아니다. V리그 역사에서 가장 꾸준하고 안정된 수비를 선보여온 '최리(최고의 리베로)'가, 경기 도중 들것에 실려나가는 모습을 본 순간, 많은 배구 팬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2026년 2월 2일,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의 경기 1세트. 스코어는 9-15. IBK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 실바의 연타에 반응하던 임명옥은 갑작스레 코트 위에 쓰러졌다. 누구도 곧바로 심각성을 가늠할 수 없었지만, 일어나지 못한 채 들것에 실려 나가는 그의 모습은 명확했다. 단순한 접질림도, 타박도 아닌 '파열'이었다. 다음 날 정밀 검사 결과는 오른쪽 아킬레스건 파열.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임명옥은 V리그 여자부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선수다. 1986년생으로 리그 22년 차, 통산 620경기 출전이라는 전설적 기록의 보유자. 디그 1만1993개, 리시브 정확 7047개, 수비 성공 1만9040개. 여기에 6년 연속 베스트7 리베로상 수상이라는 수식어는 그의 커리어를 더 빛나게 만든다. 단순히 오래 뛴 선수가 아니다. 매 시즌, 리그 수비 통계를 주름잡으며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그였다.

특히 이번 시즌은 더욱 의미가 컸다. IBK기업은행은 시즌 초반 연패로 휘청였지만, 여오현 감독대행 체제 전환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임명옥이 있었다. 세트당 디그 0.549개, 수비 7.879개, 리시브 효율 45.3%. 모든 지표에서 리그 1~2위를 오가던 그가 빠진다는 건 단순한 전력 약화가 아니다. 수비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대형 사고다.

더욱이 IBK는 현재 리그 4위(12승 14패, 승점 39)로, 봄 배구를 향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V리그는 단판 승부가 아닌 흐름의 스포츠다. 주전 리베로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분위기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리시브와 수비가 흔들릴 경우 세터의 토스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공격의 전개까지 영향을 준다. 팀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구조다.

대체 선수로는 백업 리베로 김채원이 나섰지만, 무게감은 현저히 다르다. 임명옥이 갖고 있는 포지셔닝 감각,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 한 박자 빠른 커버 플레이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팀 내부적으로는 심리적 위축도 불가피하다. '믿고 뒤를 맡길 수 있는 존재'가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한편, 임명옥 개인에게도 이번 부상은 너무나 가혹하다. 40세, 그것도 아킬레스건 파열. 회복에는 최소 반년 이상이 걸리며, 수술과 재활 과정 자체가 고통스럽기로 악명 높은 부위다. 무엇보다 나이를 고려할 때, 선수 커리어의 종착지와 마주해야 할 수도 있는 중대한 국면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위대한 기록들이 부상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은 팬들에겐 물론, 본인에게도 참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대로, 이 위기는 IBK기업은행에게도, 여자배구 전체에게도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임명옥이 그간 보여준 '수비의 교과서'를 되짚어보며, 차세대 리베로 육성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그 전체적으로도 '노장 리더'의 중요성과 함께, 장기적인 선수 관리 및 로테이션 운용의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임명옥의 부재는 리그 전체의 서사를 바꿔놓았다. 그만큼 임명옥은 대체불가한 존재였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됐다. 스포츠에서 가장 위대한 무기는 실력 이전에 ‘지속성’이라는 것. 22시즌을 한결같이 뛰어온 선수의 멈춤은, 오히려 그의 걸음을 더욱 빛나게 한다.

다행인 것은, 구단과 임명옥 모두 다음 시즌 복귀를 목표로 수술과 재활을 신속하게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이번 시즌은 그가 빠진 채 마무리되지만, 그가 코트로 돌아온다면, 그것은 단순한 복귀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V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베로의 복귀. 그것은 곧, ‘희망’이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