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에 홉필드·힌턴…인공지능 기초 연구 공로

이정호 기자 2024. 10. 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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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머신러닝’ 기본 원리 밝혀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왼쪽)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EPA연합뉴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최근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기초를 닦은 연구자 2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미국 출신의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91)와 영국 태생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77)를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자들은 ‘인공 신경망’을 이용해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 연구를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인공 신경망은 인간 뇌 속에 있는 ‘뉴런’의 구조를 흉내낸 것이다. 뉴런은 전기 신호를 뇌 속에서 전달하는 세포인데, 정보 처리에 최적화한 구조를 띠고 있다.

이 같은 뉴런의 구조를 응용해 만든 시스템인 인공 신경망으로 구현한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사람의 명시적 지시나 명령 없이 알아서 생각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특정 상황에서 패턴을 찾아내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유추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어제 아침에 먹었던 메뉴가 생각이 안 날 때 기억을 더듬는 과정과 비슷하다. 냉장고 안에서 어떤 음식물을 꺼냈고, 개수대에서 어떤 식기를 설거지했는지와 같은 주변 기억을 회상해 메뉴와 관련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식이다. 머신러닝은 현재 스마트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외국어를 번역하고,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기술의 원천이다.

홉필드 교수는 원래 고체물리학자이지만 노년에 생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억의 작동 원리를 집중 탐구했다. 힌턴 교수는 신경 과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다. 뇌의 학습 원리를 주로 연구했다. 홉필드가 제안한 원리를 현실에서 구체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정효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는 최근 대용량 데이터를 쉽게 다룰 수 있게 하는 기초가 됐다”며 “챗GPT 등 최근 나타난 AI 흐름들이 이번 수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뇌 속 신경망의 대략적인 구조는 20세기 중반 이후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1960년대 말 과학계에서는 이를 기계나 컴퓨터에 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구조가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가 알려지기 시작하며 인공 신경망의 기본 구조가 제시됐고, 결국 201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머신러닝의 근간이 됐다.

홉필드는 1933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1958년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힌턴은 1947년 영국 런던 출생이다. 1978년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총 상금 1100만크로나(약 14억2800만원)가 주어진다. 상금은 두 수상자가 절반씩 나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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