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투자증권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장기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나무증권을 기반으로 2030 투자자 유입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ISA 시장 자체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ISA 확대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 장기 투자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실제 투자 자금은 글로벌 자산 배분 수요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ISA 가입금액은 59조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 6조원 수준과 비교하면 약 10배 가까이 확대된 규모다. 특히 투자자가 직접 국내 주식과 ETF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중개형 ISA 규모는 41조7000억원까지 늘어나며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ISA 시장 확대 이후 가장 큰 변화로는 시장 주도권 이동이 꼽힌다. 과거 은행 중심 신탁형 ISA 시장에서 최근에는 증권사 중심 투자중개형 ISA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직접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증권사 디지털 플랫폼 경쟁 역시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NH증권 역시 나무증권을 중심으로 ISA 고객 확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메시지 서비스와 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2030 투자자 유입을 확대하고 장기 자산관리 고객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중개형 ISA 확대 이후 단순 절세 수요를 넘어 직접 투자 기반 자산관리 수요가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SA 계좌 안에서 주식과 ETF를 직접 운용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플랫폼 경쟁력과 자산관리 서비스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ISA 시장에서는 미국 빅테크 관련 ETF와 해외 지수형 ETF 투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절세 혜택과 글로벌 자산 배분 수요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ISA가 국내 투자 플랫폼보다 글로벌 투자 플랫폼 성격을 함께 띠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ISA 편입자산 가운데 국내 상장 해외 펀드 비중은 2024년 말 19.7%에서 올해 2월 말 24.7%까지 확대됐다. 반면 예·적금 비중은 같은 기간 47.8%에서 29.1%까지 감소했다. ISA가 절세 기반 투자 플랫폼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정부 정책 방향과 실제 투자 수요 간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ISA 비과세 한도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장기 투자 유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절세 효과 체감이 큰 해외 ETF 중심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 구조상 ISA 세제 혜택이 국내 주식보다 해외 ETF 투자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국내 주식과 국내 ETF는 대주주를 제외하면 매매차익이 비과세인 반면 해외 ETF는 ISA를 활용할 경우 절세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체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ISA 시장 확대 자체는 증권사들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이 단순 단기 매매보다 절세와 장기 투자 관점에서 자산관리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ISA 만기 자금을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 등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증권사 입장에서는 장기 고객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NH증권 역시 ISA를 단순 거래 계좌보다 장기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ISA 고객을 연금과 자산관리 서비스로 이어지는 장기 고객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최근 세제 개편으로 ISA·IRP 계좌 내 해외 ETF 배당금에 대한 과세이연 혜택이 축소된 점은 향후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 변화가 해외 ETF 중심 투자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결국 ISA 경쟁의 핵심은 단순 계좌 확보보다 고객의 자산관리 전 주기를 얼마나 플랫폼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국내 투자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 실제 글로벌 투자 수요 간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 역시 ISA 시장 확대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 시장은 이미 단순 절세 계좌를 넘어 자산관리 플랫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장기 투자 고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증권사별 WM 경쟁력 차이도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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