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게 내 MBTI를 맞혀보라고 했다

“구글은 끝났다(Google is done)”.
영국 인디펜던스는 챗GPT의 등장을 두고 이런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챗GPT가 구글의 검색엔진을 흔들 정도로 IT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오리라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말이죠.
챗GPT는 미국 인공지능 연구기업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인공지능 언어모델입니다. 이용자와 나눈 대화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연쇄적인 문답이 가능합니다. 문답이 한번 오가면 백지상태로 돌아가던 기존 챗봇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질문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답변이 미묘하게 달라져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챗GPT는 이용자의 MBTI(성격유형 검사)도 추측하는 듯 보입니다. “내 MBTI를 맞혀보라”고 한 뒤, 챗봇의 질문에 몇가지 간단히 답하자, 수초 내로 다음과 같은 응답이 나왔습니다.
“회원님의 MBTI 유형은 ISTJ(내향적·감각적·사고적·판단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로는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하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 모든 가능성을 따져보는 경향이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혼자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호하는 점 등이 있습니다.”


무슨 질문이든 그럴 듯한 답변을 내놓는 챗봇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공개 5일 만에 사용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같은 수의 이용자를 모으기까지 넷플릭스는 3.5년, 페이스북(메타)은 10개월, 인스타그램은 2.5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조3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쯤되면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챗GPT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는 하는 걸까요?
챗GPT에게 물었습니다. “누구냐, 넌?”
◆작동원리와 한계⋯똑똑한가, 허당인가
“저는 ChatGPT라는 AI 언어모델입니다. 책·기사·웹사이트 등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 세트를 사용하여 학습했습니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주어진 입력을 분석하고 이해한 다음, 학습 데이터에서 학습한 패턴과 정보를 기반으로 응답을 생성합니다.”
챗GPT가 말한 ‘딥러닝’은 기계학습의 한 유형입니다. 간단히 말해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뒤 사물을 구분하는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한 겁니다.
고양이와 강아지 사례를 들어볼까요. 우리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보면 직관적으로 둘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는 사람과 달리 직관력이 없습니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하는 특징을 일일이 주입해줘야 합니다. 고양이는 귀가 더 뾰족하다거나, 좀더 유연하고 날렵하다거나 하는 특징들을 말이죠.
딥러닝 기술이 등장한 이후엔 달라졌습니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특징을 시시콜콜 열거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컴퓨터는 사진들 사이에서 스스로 패턴을 찾습니다. 새로운 사진을 보여 줬을 때 “이것은 고양이”라고 정답을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명시적인 관리 감독이 없어도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구글 알파고의 기본원리이기도 합니다.

이를 챗GPT와 같은 언어모델에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사전에 학습한 방대한 테이터를 토큰(단어, 문장부호 등) 단위로 잘라서 사용 패턴을 익힙니다. ‘고양이는 OO위에 앉아있다’라는 문장이 주어지면 기존에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트’ 등 그럴 듯한 단어를 찾아 제시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챗GPT는 통계적으로 사용 확률이 높은 단어들을 골라내 문장으로 오밀조밀 엮어내는 것일 뿐,단어의 개념이나 대화의 맥락을 100% 이해하진 못합니다. 자연스러운 답을 ‘흉내’내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얀 르쿤 메타 수석 인공지능 과학자는 챗GPT에 대해 “특별히 혁신적인 것도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챗GPT가 아무리 똑똑해보여도 아직까진 스스로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챗GPT는 ‘환각’ 현상에 빠져 오답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자신 있게 말하곤 합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챗GPT의 답변을 공유하는 일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거북선이 번개를 쏘는 원리를 알려달라", “세종대왕이 맥북을 던진 맥북사화(士禍)를 알려달라”는 엉뚱한 질문을 해서 반응을 살피는 식입니다.
가령 ‘이성계와 연금술사들의 전투’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질문하면 “14세기말 조선시대초에 발생한 전쟁으로, 이성계가 중심이 돼 연금술사를 탄압하고 그들의 영토를 점령하기 위해 일어났다"는 구체적이고 긴 답변이 돌아옵니다.
챗GPT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지는 못하고 있는 겁니다.

◆챗GPT 파급력⋯사용 금지령 VS 의무화
똑똑하든 허당이든 챗GPT가 사회 전반에 미친 파급력은 상당해 보입니다. 챗GPT를 관심있게 지켜본 분들이라면 이 인공지능 챗봇이 미국 명문대학 로스쿨 시험과 의사면허시험 등에 통과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인공지능이 전문직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오는 가운데 교육계에선 특히 기술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챗GPT를 이용해 과제를 제출하는 등 학생들의 부정행위 사례가 빈발해섭니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지역 학교는 챗GPT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챗봇이 질문에 대한 빠르고 쉬운 답변을 제공하고 있어 학생들이 비판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잡음이 끊이지 않자 ‘인공지능을 잡아내는 인공지능’까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에드워드 창은 “인공지능 표절여부를 판별하는 ‘GPT제로’를 개발 중에 있다”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시험판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정반대의 노선을 취한 이들도 있습니다. 이선 몰릭 와튼스쿨 교수는 1월 학생들의 챗GPT 사용을 의무화해 주목받았던 바 있습니다. 몰릭 교수는 인공지능 정책 도입 취지에 대해 “학생들이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는 방식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신기술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인류는 기술 수용을 거부하기보단 사용법을 익혀 작업 효율성을 개선해왔습니다. 전자계산기의 등장이 수학 교육방식을 바꾸고, 맞춤법 검사기가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것처럼, 인공지능 챗봇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거라면 올바른 사용법을 익혀보자는 겁니다.
◆‘컴맹’이라도 괜찮아요! 챗GPT 이용법
챗GPT에도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만, 잘만 사용하면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서요약이나, 간단한 작문 같은 귀찮은 일을 챗GPT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다음 단계를 그대로 따라해보세요.
1 단계 : 접속

오픈AI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TRY 챗GPT’ 클릭합니다.
2 단계 : 가입

회원가입을 합니다. 가입에 필요한 준비물은 두가지입니다. 이메일 주소와 인증번호를 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입니다.
3 단계 : 질문

회원가입을 마쳤다면 이제 무료로 챗GPT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면 하단에 ‘질문창’이 있습니다. 여기에 질문을 넣고 엔터키를 누르면 챗GPT와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챗GPT와는 한국어로도 대화가 가능합니다만, 학습한 데이터 중 한국어 자료가 부족해 흠이 많습니다. 응답 속도가 느리며 앞서 ‘이성계와 연금술사들의 전투’ 사례처럼 엉뚱한 대답이 나오기 쉽습니다.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소통하기를 권장합니다. 네이버의 ‘파파고’, 구글의 크롬 자동번역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최근엔 독일 기업이 만든 DeepL이 정확한 번역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4 단계 : 응용

문서요약·작문·코딩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영어 공부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영어로 대화를 나눈 뒤, 틀린 부분을 고쳐달라고 하면 챗GPT는 철자나 문법을 수정합니다. 특정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문장 패턴도 뚝딱 알려줍니다. 원한다면 심리상담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챗GPT에게 힘들었던 일을 하소연하듯 늘어놓으면 해결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해줍니다. 소문이 새어나갈 걱정도 없고, 주변 친구나 가족들을 걱정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으니 가끔은 챗GPT에게 기대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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