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이천과 강릉 아파트에 벌어진 일

부동산 회복세?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알아봤다.

◇1년4개월만에 2000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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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건수(계약일 기준)는 총 2166건으로 2021년 10월(2198건)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1419건)보다 52.6% 증가했고, 1년 전인 작년 2월(820건)보다 164.1% 늘었다. 2월 거래에 대한 신고기한이 3월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최종적으로는 2021년 9월(2694건) 거래량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서울 25구 가운데 2월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송파구(221건)로, 1월(148건)보다 49.3% 많았다. 이어 강동구가183건으로 1월(122건)보다 50% 늘었고, 노원구가 163건으로 1월(133건)보다 22.6% 증가했다.

거래량이 늘면서 실거래가가 오르는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19억원대 매물이 소진된 후, 지난 3일 21억5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비싼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작년 11월 18억~19억원대까지 실거래가가 하락했는데, 지난달에는 20억원대를 회복했다.

◇이천과 강릉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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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 1년 동안에도 가격이 오히려 오른 지역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월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이 1년 전보다 오른 상위 3개 지역은 이천(6.33%)과 강릉(6.27%), 논산(4.17%)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6.53% 하락했고, 서울(-6.44%)과 수도권(-8.82%), 5개 광역시(-6.45%) 모두 아파트값이 내린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상승 폭이다.

이천의 집값 상승률이 전국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풍부한 일자리 수요가 꼽힌다. 이천시는 2021년 준공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M16)에서 2026년까지 총 6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묶였던 경기도에서 이천은 꾸준히 비규제 지역을 유지했던 점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강릉 역시 비규제 지역으로 수도권 거주자들의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KTX 강릉역을 비롯해 철도와 도로 교통이 개선돼 수도권 접근이 편리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 강릉은 또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에서 ‘천연물 바이오산업’ 육성 대상으로 선정됐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이천과 강릉은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인프라 개선이 기대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논산은 조용함이 강점이었다. 외지인 유입보다 실수요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상승기 때도 크게 가격이 오르지 않았지만 역으로 하락기에도 가격 방어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도 논산은 입주 예정 단지가 1곳 391가구에 불과하다. 그외 제천(3.07%)과 전주(2.77%) 등의 집값도 1년 전보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경매에 사람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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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매 시장도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잡으려는 사람이 모여들며 평균 경매 참여자 수가 2020년 여름 이후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법원 경매 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는 8.1명으로 2020년 6월(8.1명)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는 8명으로 집계됐는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10월(2.6명)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1월(5.6명)과 비교하면 2.4명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의 평균 응찰자는 1월(10.9명)보다 2.8명 늘어난 13.7명을 기록했다. 인천 평균 응찰자도 10.4명으로 전달(8.3명)보다 늘며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경매 응찰자는 늘고 있지만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하는 낙찰가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낙찰 가격은 감정 평가액의 70~80%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1월(75.8%)보다 1.2%포인트 낮아진 74.6%를 기록했다. 2012년 8월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본격 회복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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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본격적인 반등장으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급매물만 소진되고 있고 아파트 매매 가격 낙폭이 여전히 크다”며 “최근 5년간의 거래량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달 거래량 회복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급매물이 소진되고 나면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다시 거래가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효과로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부동산 시장 한 “금리가 여전히 높고,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규제가 남아 있어 실수요자들의 매수 수요까지 회복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