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반응을 얻으며 K-팝과 액션, 그리고 오컬트 장르의 독특한 결합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가 있다.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머, 악마와 맞설 때는 뛰어난 전투력을 자랑하는 루미는 단순한 리더 그 이상의 상징이다. 이 인물을 생생하게 구현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든 조. 실제로도 노래, 연기까지 가능한 멀티 아티스트인 그는, 루미라는 캐릭터를 통해 ‘K-컬처 히어로’의 새로운 이미지를 완성해냈다.
미스코리아 시카고 진 출신


아든 조는 1985년 미국 텍사스주 애머릴로에서 태어나 미네소타에서 자랐다. 학창 시절부터 발레, 피아노, 첼로 등 예술 전반에 두각을 드러냈고, 대학 재학 중이던 2004년 미스코리아 시카고 진으로 선발되며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대표하게 된다. 이후 미스코리아 본선에도 출전한 그는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가진 정체성과 가능성을 발견했다. 2021년 내한했을 때 촬영된 한복 화보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미주한인의 날’을 축하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스코리아 대회 이후 LA로 거처를 옮긴 그는 연예계 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게 되며, 그 여정의 시작은 광고 촬영장에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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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4 광고로 주목


아든 조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계기는 2010년 애플 아이폰4 광고였다. 애플 본사에서 직접 기획한 이 광고는 한국판 ‘집들이’ 편으로, 시집간 딸이 처음으로 부모님을 집에 초대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담았다. 한복을 입은 딸 역을 맡은 아든 조는 대사 한마디 없이도 눈빛과 표정만으로 깊은 감정을 전달해 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연두색 저고리와 붉은 치마, 고운 상차림 속에서 그녀는 단순한 광고 모델이 아니라 ‘정서적 연결’을 보여주는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이 광고를 계기로 그는 화장품 클리니크 광고 등 아시아 전역의 브랜드 모델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미를 담은 얼굴”이라는 평가는 그의 정체성과 가능성 모두를 상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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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틴 울프>의 키라로 대중적 인기


2008년 나이키 일본 광고 등 모델로 먼저 이름을 알린 아든 조는 이후 드라마 단역과 독립영화 출연을 시작하며 연기자로 변신했다. <CSI: 뉴욕>(2009),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2011)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다가, 2014년 인기 시리즈 <틴 울프>에 ‘키라 유키무라’ 역으로 합류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다. 한국계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를 둔 소녀 키라는 검을 휘두르는 구미호로 시즌3에서는 리커링 캐릭터(Recurring Character)로 등장했지만, 시즌4부터 주연으로 승격되며 시즌5까지 출연했다. “이 역할은 나에게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해준 작품”이라는 그의 말처럼, <틴 울프>는 아든 조의 커리어에 결정적인 이정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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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루미', 싱어송라이터로도 활약


아든 조는 연기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활약해 온 멀티 아티스트다. 2011년 발표한 첫 싱글 ‘I'm Just a Girl’에서는 작사, 작곡, 보컬까지 도맡아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냈고, 이후 자신의 첫 EP 음반 ‘My True Happy’ 투어까지 계획하며 음악 활동을 병행했다. 2019년에는 싱글 ‘Simply’, 그리고 한국에서 발표한 일렉트로닉 곡 ‘Electrify’를 통해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특히 타이거JK, 윤미래와의 친분도 깊어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것을 알려져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방탄소년단의 팬”이라 밝히며, 실제로 BTS 콘서트를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간 일화도 공개했다. K-팝에 대한 애정은 그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루미를 연기하게 된 필연적인 배경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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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의 멘토 셀린 역으로 출연할 뻔


아든 조는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트너 트랙>에서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았다.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잉그리드 윤’ 역은 실제 아든 조의 삶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깊은 공감을 이끌었다. 그리고 2024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는 K-팝 걸그룹 리더 ‘루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원래는 헌트릭스의 멘토인 셀린 역할로 오디션을 봤지만, 제작진은 그에게 “루미가 더 어울린다”고 제안했다. 당시 한국에서 휴가 중이던 그는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가 루미 오디션을 다시 보고 역할을 따냈다. “20년 넘게 연기했지만, 이렇게 욕심난 캐릭터는 처음이었어요” 실제로 루미는 K-팝의 정서와 한국인의 유대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며, 아든 조는 자신이 한국계라는 사실을 그 안에서 강점으로 바꿔냈다.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