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남성 구두의 세계
구두는 남자에게 특별한 물건이다. 시계, 벨트와 더불어 품격을 나타내는 3대 소품이라 불리기도 한다. 모를 땐 다 똑같아 보여도, 알고 보면 구두에도 많은 디테일들이 숨어 있다. 세밀하게 구성된 구두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즐비하다.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인 구두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추고 싶다면 용어부터 시작하자. 구두의 부위, 종류, 디자인별 용어를 알기 쉽게 정리해 소개한다.
남자 구두 용어 # 1 : 부위별 명칭
어퍼, 토박스, 토캡, 뱀프, 아일렛, 텅, 쿼터, 카운터
구두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기본 구조에 대한 용어부터 파악해야 한다. 우선 구두의 밑창(바닥)을 제외한 위의 가죽 부분 전체를 통틀어 어퍼 또는 갑피라고 부른다. 신발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어퍼의 소재나 모양 등이 구두 전체의 기능성과 디자인을 결정짓는다. 이 어퍼는 다시 여러 부위로 구분된다.
구두의 앞코 부분을 토박스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발가락(toe)이 있는 공간(box)이라는 뜻이다. 이 토박스의 너비가 곧 구두의 발볼 너비를 결정한다. 토박스가 발 크기에 비해 너무 좁거나 모양이 맞지 않을 경우 발가락 등에 변형이 일어나고 보행 시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발가락(toe)을 덮는다는(cap) 뜻을 가진 토캡 역시 이 토박스 부분에 위치하는 것으로, 발가락과 발등 일부를 보호하기 위해 덧대어진 보강재를 말한다. 보통 철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공사 현장에서 신는 안전화나 등산화의 경우 토캡이 필수로 내장되어 우리 발이 받는 충격을 흡수해준다. 토캡은 간혹 구두의 코 부분을 덮는 가죽, 즉 토박스와 같은 의미로 혼용되기도 한다.
뱀프란 갑피의 앞쪽 상단 부위로, 보통 토박스 위쪽부터 구두끈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부위를 의미한다. 앞날개라고도 한다. 전면에 위치한 만큼 구두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위로, 이 부분의 소재나 색상을 달리 하거나 모양을 내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구두의 앞코와 발등 부분이 하나의 가죽으로 이루어진 신발을 원피스 뱀프 슈즈라고 한다.
구두끈을 넣는 구멍을 아일렛이라고 한다. 구멍쇠라고 하여 금속으로 된 경우가 많다. 만약 구두를 고를 때 ‘쓰리 아일렛’이라는 소개가 있다면 구두끈 구멍이 세 개라는 뜻이다. 구멍이 뚫린 가죽 부위까지 함께 일컫는 경우가 많은데, 아일렛이 닫혀 있다고 하면 끈 하나로 연결되는 양쪽 가죽이 서로 맞닿아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아일렛 아래쪽에 위치하여 발등을 덮는 부분은 텅이다. 운동화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신발의 혀에 해당한다.
구두의 측면 부위를 쿼터, 구두의 후면 부위를 카운터라고 부른다. 쿼터는 옆날개라고도 하며, 카운터는 흔히 뒤축이라 부른다. 쿼터와 카운터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하는 어퍼의 다른 부위들과 달리 카운터는 단단한 가죽을 사용해 뒤꿈치를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솔은 어퍼를 제외한 신발의 바닥 부분을 말한다. 인솔은 바닥의 안쪽으로 발바닥이 닿는 구두의 안쪽 부위를 의미하며, 아웃솔은 바닥의 바깥쪽으로 구두가 땅에 닿는 부위를 의미한다. 인솔과 아웃솔은 안창, 겉창(밑창)으로 부르기도 하며 아웃솔은 소재에 따라 다시 레더솔(가죽), 러버솔(고무) 등으로 구분된다. 또한 징이 박힌 아웃솔은 스터드솔, 구두보다 크기가 큰 아웃솔은 오버솔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남자 구두 용어 # 2 : 앞코 모양별 명칭
플레인 토, 스퀘어 토, 라운드 토, 치젤 토
구두의 가장 앞부분에 위치한 발끝, 토(toe) 부위는 구두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토 부위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따라 일컫는 용어가 따로 존재할 정도이며, 토 디자인에 따라 어울리는 옷과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플레인 토는 가장 기본적인 앞코 모양이다. 일반적인 발가락 모양에 따라 자연스럽게 굴곡져 있으며, 모양 외에도 구두 코에 무늬나 장식 등 아무런 꾸밈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트나 캐주얼에 두루 잘 어울리고 어디서나 무난하게 신을 수 있다.
스퀘어 토는 앞코가 네모로 각진 구두를 말한다. 플레인토에 비해 투박하지만 좀 더 트렌디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며, 각진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 딱딱한 느낌을 중화시킨 라운드 스퀘어 토도 있다. 반대로 라운드 토는 앞코가 둥근 곡선 형태로 된 구두를 말한다. 캐주얼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주며, 편한 자리에 잘 어울린다.
치젤 토는 말 그대로 앞코를 깎아 놓은 듯한(Chiselled) 구두를 말한다. 플레인 토, 스퀘어 토, 라운드 토에 비해 고급스럽고 격식을 차린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각종 예식이나 행사에 수트와 함께 매치하기 좋다.
남자 구두 용어 # 3 : 발등 모양별 명칭
스트레이트팁, 유팁, 윙팁
앞서 뱀프, 즉 발등을 덮는 갑피 앞쪽의 상단 부위가 구두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앞코 모양처럼 발등 디자인 역시 다양하며, 이 디자인에 따라 부르는 용어가 달라지고 어울리는 상황이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스트레이트 팁. 앞코 부분에 가로로 가죽을 덧대어 절개선이 일자형으로 들어가있으며, 디자인이 클래식한 만큼 격식을 갖춘 구두로 통한다.
유팁은 발등 부분이 U자로 봉제된 구두를 뜻하며, 어퍼와 소재나 컬러가 다르게 배치되어 변화를 주기도 한다. 주로 캐주얼 슈즈나 골프화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윙팁은 발등이 날개 모양처럼 W자로 봉제된 구두를 의미한다. 핑킹(톱니) 장식이나 펀칭(구멍) 등의 디자인 요소가 추가된 경우가 많아 남자 구두 중에서는 화려한 축에 속하며, 파티 등 각종 행사 때 주로 신는다.
남자 구두 용어 # 3 : 종류별 명칭
로퍼, 옥스포드, 더비, 보트슈즈, 모카신
앞코 모양과 발등 디자인 외에도 남성 구두 종류를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다. 남성 구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로퍼, 옥스포드, 더비, 모카신 등은 과연 무슨 뜻이며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로퍼는 게으른 사람(loafer)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구두로 ‘끈이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구두끈을 묶기 귀찮은 사람들이 신을 수 있는 편한 구두라는 뜻.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며 자유롭고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로퍼는 다시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구분된다. 구두끈 부위에 가죽 스트랩을 덧대고 동전 하나가 들어갈 만한 칼집을 넣은 디자인을 페니 로퍼, 구두끈 대신 발등에 태슬 장식을 넣은 디자인을 태슬 로퍼라고 부른다.
옥스포드는 19세기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생들이 신던 남성 구두를 말한다. 영국식 구두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아일렛 양쪽이 타이트하게 맞물려 있어 발볼이 좁고 발등이 낮은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킹스맨에서 암호로 사용했던 문장 ‘브로그 없는 옥스포드(Oxford not brogue)’가 바로 장식 없이 깔끔한 옥스포드를 뜻한다. 브로그란 팁, 또는 토 부분에 들어가는 장식을 말한다.
더비는 옥스포드에 약간의 활동성을 더한 구두다. 옥스포드가 발이 큰 사람에게 매우 불편하고 오래 걷기가 힘들다 보니, 구두끈이 들어가는 부위를 오픈형으로 터서 더 여유있게 만든 것. 클래식하고 절제된 매력이 있는 옥스포드에 비해 경쾌한 느낌을 주지만, 현대에는 옥스포드와 용어를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트 슈즈는 말 그대로 배 위에서 자주 신는 남성 구두로, 데크 슈즈라고도 불린다. 물기가 많은 배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고무 밑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구두가 발목까지 고정돼 잘 벗겨지지 않도록 끈이 구두 뒤쪽까지 연결돼 있다. 캐주얼하며 여름에 특히 어울린다.
모카신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신던 가죽신에서 유래된 것으로, 발등을 털로 덮은 구두를 말한다. 활동성이 좋고 보온성이 뛰어나 겨울에 잘 어울린다. 보트슈즈와 모카신은 로퍼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끈의 유무로 구분할 수는 있지만 현대에는 혼용하여 쓰이는 일이 더 많다.
남자 구두 용어 # 4 : 매듭별 명칭
싱글, 패러렐, 언더랩, 오버랩
같은 구두라 해도 끈을 묶는 방법에 따라 포멀함과 캐주얼함을 넘나든다. 우선 포멀한 디자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본적인 매듭 방법은 싱글. 구두끈의 한 쪽만을 주로 이용해 일자로 단정하게 묶는 방법으로, 구두를 신고 벗기가 수월하며 옥스포드에 잘 어울린다. 다만 처음 묶을 때 구두끈의 길이를 미리 잘 가늠해야 한다.
패러렐은 끈의 양쪽을 동시에 이용한 매듭 방법이다. 끈의 양쪽 길이를 똑같이 맞춘 뒤 아일렛 아래에서 서로 교차해가며 묶는 방식으로, 겉보기에는 싱글과 동일해 보여 포멀한 자리에 잘 어울린다. 싱글에 비해 발을 잘 잡아주지만, 끈이 계속 겹치다 보니 신발이 작거나 발등이 높은 사람은 불편할 수 있다.
언더랩은 끈의 양쪽을 교차하면서 안에서 밖으로 통과해 묶는 방식이다. 포멀하면서 좀 더 캐주얼한 자리에서도 동시에 활용하기 좋은 매듭으로, 끈을 조이기 쉽고 잘 풀리지 않는다.
오버랩은 언더랩과 반대로, 끈의 양쪽을 교차하면서 밖에서 안으로 통과해 묶는 방식이다. 운동화를 신을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며, 가장 활동적이면서 캐주얼한 느낌이 들어 오래 걷는 경우 적합하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danawa.com
글 / 박다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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