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이라는 제도가 마냥 아름답고 달콤한 환상일 것이라 믿었던 이들에게 차가운 현실의 벽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순간, 연인들은 비로소 사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조건과 마주하게 됩니다.
화려한 판타지 속 재벌가 로맨스 대신 결혼을 앞둔 청춘들이 겪는 뼈아픈 갈등과 가족 간의 은밀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있습니다.
방영 당시에는 시청률의 한계에 부딪혔으나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욱 강렬한 공감을 자아내는 명작,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가 담아낸 결혼의 두 얼굴을 파헤쳐 봅니다.

2012년부터 방송된 20부작 월화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는 김윤철 PD의 섬세한 연출과 하명희 작가의 현실적인 필력이 빚어낸 수작입니다.
정소민과 성준이 주연을 맡아 풋풋하면서도 치열한 예비부부의 면모를 그려냈으나, 당시 방영 당시의 시청률은 1~2%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달콤한 연애 감정의 연장선으로 결혼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양가 부모의 간섭, 천문학적인 결혼 비용, 집안 간의 노골적인 경제적 격차, 그리고 완전히 다른 결혼관이라는 거대한 현실의 장벽을 가감 없이 들이밀었습니다.

정훈과 혜윤 커플은 오랜 기간 뜨겁게 사랑하며 결혼을 약속하지만, 막상 현실의 문턱을 넘는 순간 상상조차 하지 못한 갈등에 휘말립니다.
두 사람만의 애정만으로 순조롭게 끝날 줄 알았던 결혼 준비는 양가 부모의 기대와 이기심이 얽히는 순간 시한폭탄이 됩니다.
연애 시절 장점으로 보였던 상대방의 조건이 결혼 제도 앞에서 다르게 해석되고, 상대방 가족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연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웁니다.
이 드라마는 결혼이란 두 남녀의 결합인 동시에 두 집안의 치열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실임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축은 혜윤의 어머니로 분한 배우 이미숙의 열연입니다.
자식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결혼 과정에 개입하는 부모 세대의 모습과 이를 참아내다 폭발하는 자녀 세대의 충돌은 지금 보아도 현실적입니다.
혼수 비용 부담, 예단과 예물의 규모, 집값 주도권 등 실제 예비부부들이 겪는 수많은 민감한 마찰들이 생생하게 재현됩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에서 지키고 싶은 자존심과 욕심이 부딪히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내어 몰입감을 높입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주인공 한 쌍의 위기만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생애 주기에 놓인 네 커플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결혼의 다양한 단면을 해부합니다.
혜윤의 언니 커플을 통해 결혼에 골인했다고 해서 영원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며, 늦깎이 연인의 사랑이나 짝사랑의 아픔을 품은 인물들의 선택을 다룹니다.
이를 통해 결혼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유지하거나 혹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과정까지 각기 다른 무게의 고민을 동반한다는 진실을 전달합니다.

방영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드라마가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결혼을 무조건 장미빛 환상으로 포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대에 따라 세부적인 풍경은 달라졌을지언정,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와 두 가족이 만나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겪는 가치관의 충돌은 지금도 수많은 예비부부들이 겪는 고민과 일치합니다.
성준, 정소민뿐만 아니라 김영광, 한그루 등 배우들의 풋풋한 시절을 엿보는 재미까지 더해진 이 작품은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한 거울이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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