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詩사랑, 한강의 노벨문학상에 닿았다
가만가만 노래 부르고 조용조용 말하는 ‘시적 산문가’
악다구니가 횡행하는 대한민국에 주는 큰 선물의 의미는
신문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세상을 놀라게 하는 큰 소식들을 많이 접했다. 한강 소설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도 그 중 하나다. 더 큰 뉴스는 이전에 있었던 듯 싶으나, 이렇게 기쁜 적은 없었던 듯하다. 이미 셀 수 없을 정도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으나, 문화 마을을 꽤 살펴본 적이 있는 기자로서 몇 가지를 기록해두고 싶다. 올해 유력 후보로 언급되지 않았던 한강 작가가 왜 수상하게 됐는지에 대한 생각도 담아 봤다.
▲노벨상은 국가 대항 경기가 아니지만…. =
“소식을 듣는 순간 마음이 울컥하더라. 우리 한국에도 드디어….”
지난 11일 문화일보 데스크 회의를 마친 한 부장이 독백처럼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부장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이런 감격을 대한민국에 선사했다. 스웨덴 한림원의 발표 이후 쏟아진 기사에 붙은 댓글의 주종을 이루는 것은 이것이었다. “늘 좋지 않은 뉴스만 듣다가 이런 소식을 들으니 너무 반갑고 고맙다.”
물론 이런 의견도 있다. “노벨문학상은 국가 대항전의 경기가 아니다. 서구인들의 시각으로 주는 상에 나라 전체가 들뜰 필요가 있냐.”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벨상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상이다. 그걸 받지 못한 나라들은 하나의 숙원으로 여긴다. 노벨상의 태생과 운영 조직의 특성상 서구 편향은 불가피하다. 노벨상 측도 이번에 ‘아시아 여성 작가’에게 수여한 것처럼 서구인의 편협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한강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는 아니다. 다른 사람이 받았어야 했다.” 이런 의견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의견을 꼭 이 시점에 내놔야 하겠는가. 참 힘든 시절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조금 더 즐거워할 시간을 준 다음에 하면 어떨까.
한강 작가는 한국 대표 소설가 중 한 명이며, 노벨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래에 기술한다.
한강 작가의 예상 밖 수상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한국 작가들과 뚜렷한 차이가 있어서다. 그 작가들은 대부분 원로·중견 남성 작가들이다. 이 분들도 한국을 대표하는 문호가 분명하다. 그런데 이분들은 자신의 세계관을 확신 하며 에너지가 넘친다. 목소리가 크며 주목받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반면, 한강 작가는 목소리가 낮고 외부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한다. 세상과 삶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답을 망설이는 모습을 갖고 있다.
악다구니가 횡행하며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이 예사인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가만가만 말하는’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이 나라에 주는 하나의 상징적 선물이 아닐까.
▲신춘문예 때 만났던 한강 작가와 ‘문화 국가’ =
문화일보는 지난 2007년 한강 작가에게 신춘문예 심사를 의뢰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37세의 젊은이였으나 이미 한국 문학 중심으로 떠오르는 작가였다. 그 때 전화기 너머로 나지막한 음성에 실려 왔던 말을 기억한다. “제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여리여리한 체구를 지닌 그는 소설 심사의 중노동을 성실히 수행했다. 함께 심사를 맡았던 장정일 소설가도 엄청 꼼꼼하게 투고 작품을 살폈다. 그래서 두 작가가 ‘성실 경쟁’이라도 하는 듯 싶은 분위기였던 게 기억에 남는다. 기록을 보니 한 작가는 2010년까지 심사를 맡아줬다.
아마 한강 작가는 자신이 뽑은 작품보다 뽑지 않은 것들에 더 마음을 뒀을 것이다. 그는 소설 혹은 산문을 통해 세상 사람의 시선에 뽑히지 않은 이들에 대한 애정을 피력한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 수상이 대한민국 전체에 ‘한강 읽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것이 한국 문학 전체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의 한국인들은 휴대전화에 빠져 있다. 거기에 무궁한 유튜브 콘텐츠와 게임이 있어서다. K드라마, 무비와 예능 프로그램도 넘쳐난다. 그것만으로도 일상의 빈 시간을 재미있게 채울 수 있다. 그런데 영상은 아무래도 깊고 넓은 사색과는 거리가 멀다. 자극, 선정성에 쉽게 중독된다. 삶과 세상을 진지하고 깊게 들여다보는 것은 역시 한강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에서가 아닐까. 여기서의 재미는 여백의 사색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삶의 다양한 수용과 관련돼 있다.
다양한 색채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약하고 여린 존재를 부축하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는 것. 이것이 ‘백범일지’에서 김구 선생이 꿈꿨던 문화 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버리고 싶은 소설을 써야 했던 아버지 한승원 =
이번 노벨상 관련 뉴스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80대 아버지가 50대 딸의 벗바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영원한 울타리이긴 하지만, 한승원 작가가 딸인 한강 작가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모습은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수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한강 작가의 생각이 아버지를 통해 전해졌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
이번에 일부 매체에서 한강 작가 가족과 관련한 오보를 낸 것은 스스로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도 가족 언급은 절제하는 게 마땅하지만, 한승원 작가가 CBS 인터뷰에서 했던 말은 되새겨보고 싶다. “강이 소설은 하나도 버릴 게 없어요. 하나가 다 명작들이고 이게 고슴도치는 내 새끼가 예쁘다고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닐 거예요. 소설을 보는 한 냉정하게 봅니다.”
한승원 작가 역시 한국 문학사를 빛낸 걸출한 인물이다. “나는 한강 작가 글은 어려워서 잘 읽지 못하는데, 한승원 작가 작품은 언제나 재미 있게 읽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한승원 작가 스스로는 이렇게 말했다. “나하고 딸하고 비교한다는 게 좀 못하지만 내가 살아온 걸 보면 직업 없이 학교 선생 그만두고 소설을 쓰면서 써서는 안 되는 그런 대중적인 소설을 제가 많이 써서 밥벌이에 이용을 한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보면 어설퍼서 버리고 싶은, 내세우고 싶지 않는 내 저술들이 더러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중소설을 써서 밥벌이를 했던 책임감이 시대가 준 적빈(赤貧)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가장의 무게가 언젠가부터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그 자부의 주인공은 아버지 생일 등에 손편지를 보내고 읽을 만한 책을 골라준다고 한다. 가족 해체의 시대에 참 듣기 좋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번에 언급되지 않았던 작가가 …?”=
“노벨상 시즌이 되면 늘 이런저런 후보가 언론에 언급된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언급되지 않는 한강 작가가 상을 받게 됐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노벨문학상 선정 과정과 심사위원 명단은 철저히 비공개로 한다. 그러니 왜 그렇게 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추정할 뿐이다.
매년 세계 각국 언론은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기사를 내놓는다. 영국 도박 사이트도 순위를 매겨 공개한다. 사람들은 그게 한림원 측에서 나온 것으로 여기지만, 언론과 도박사이트가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관측한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국제펜클럽의 각국 지부를 통해 작가를 추천받는 한편 자체적으로 후보 명단을 꾸린다고 한다. 그 이후 조사단을 통해 유력 후보들에게 결격 사유가 없는지 살펴본다. 1990년대에 한림원 조사원이 한국에 와서 검증 작업을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문덕수 전 펜클럽 이사장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당시 후보였던 한국의 한 시인은 친일, 독재 정부 미화 등이 결격 사유로 부각돼 탈락했다는 것이 문 전 이사장 증언이었다.
21세기 들어 ‘민족문학’ 기치를 내세운 한 원로 시인이 유력 후보로 이야기됐다. 해외 언론에서도 자주 거론하고, 도박 사이트에서도 몇 년 간 상위권에 있었다. 그래서 국민의 기대를 모았으나, 성 추문이 큰 걸림돌이 됐다. 근년에 역시 후보로 거론된 한 원로 소설가는 국내 문학계 내부에서 소장층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강 작가의 경우엔 그 결격이 없었거나 후보 선정에 장애가 안 될 정도였다고 봐야 한다.
국내 문학계 내부에선 언젠가 한강 소설가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맨부커 상 수상 등을 통해 세계 유명 문학인 반열에 오른데다가 해외에 번역된 작품이 많고 그 번역 수준이 빼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말할 것도 없고 사기업의 문화 공헌 사업인 대산문화재단의 공헌이 컸다.(이번에 축하 인사를 빌미로 밥숟가락 얹었던 정치인, 관료들은 한국 문학의 번역 영토를 어떻게 하면 선진국 수준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바란다. 조금의 시간이라도.)
그런데 앞 문장의 ‘언젠가’에서 드러나듯 몇 년 후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나이가 대부분 60대를 넘어서는 관행에 비추면 아직 50대인 한강 작가는 기다려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더욱이 대륙별 배분으로 아시아 권에 차례가 오더라도 중국 찬쉐,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 등이 더 유력하다고 봤다.
그 예상을 깬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은 훌륭했다. 한국 처음이자 아시아 첫 여성 작가라는 상징은 컸다. 한국 문학 뿐 만 아니라 노벨문학상 자체가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됐으니. 2016년 밥 딜런 선정만큼이나 의표를 찌른 선정이었다. 문학 외길을 걸어온 작가에게 줬다는 점에서 밥 딜런 때보다 더 본질에 다가간 선택이었다.
▲‘시적 산문가’의 대학 시절 시를 보면=
한림원은 이번에 한강 작가의 수상 사실을 발표하며, 그의 문학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그녀의 강렬한 시적 산문(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
그동안 한림원이 최종 선정한 문학인을 보면, 세계 공동체의 아픔을 문학적으로 승화한 작가들이 주류를 이뤘다. 한강 작가의 경우에도 그 지점이 인정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있다’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한강 작가의 작품이 페미니즘-좌파 이념에 경도돼 있다는 시각이 있다. 자신이 서 있는 좌표에 따라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각이 갈릴 수 있지만, 공동체의 역사적 비극을 외면할 수 없는 작가의 양심만큼은 공통적으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역사적 사건을 직사하되 거대 담론보다는 연약하고 외로우며 여린 존재들에 대해 천착하는 것이 한강 문학의 특징이다. 그것을 한림원은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라고 했다. 그에게 맨부커 상을 안겨준 소설 ‘채식주의자’의 경우, 제목처럼 채식주의를 내세우기 보다는 폭력과 욕망이 들끓는 인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며 그런 내면을 주변 사람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외로운 영혼에 대해 섬세히 기록하고 있다.
한림원이 밝힌 수상 이유 중 가장 주목할 만 한 게 ‘강렬한 시적 산문(her intense poetic prose)’이다. 시적 산문은 당대의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어느 콘텐츠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문학만의 고유 영역이다.
알려진 것처럼, 한강 작가는 1994년 소설가로 등단하기 한 해 전에 시인으로 문학계에 등장했다. 그 때 발표한 ‘서울의 겨울 12’ 전문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날에 네가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 얼음 흐른 내 빰에 너 좋아 하던
강물소리,
들려주겠네>
-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문학과지성사) 중
이번에 한강이 대학 시절에 썼던 시도 새삼 조명되었다. 다음은 그가 연세대 국문과 4학년 때인 1992년에 썼던 ‘편지’라는 작품이다.
<그동안 아픈 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꽃 피고 지는 길
그 길을 떠나
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
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
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
얼어붙은 밤과 낮을 지나며
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
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 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 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
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
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
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
가슴 타는 꿈 속에
어둠은 빛이 되고
부셔 눈 못 뜰 빛이 되고
흉몽처럼 눈 멀어 서리치던 새벽
동 트는 창문빛까지 아팠었지요.
………어째서… 마지막 회망은 잘리지 않는 건가 지리멸렬한 믿음 지리멸렬한 희망 계속되는 호홉 무기력한, 무기력한 구토와 삶, 오오 젠장할 삶
악물린 입술
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었을까… 잃을 사랑조차 없었던 날들을 지나 여기까지, 눈물도 눈물겨움도 없는 날들 파도와 함께 쓸려가지 못한 목숨, 목숨들 뻘밭에 뒹굴고
당신 없이도 천지에 봄이 왔습니다
눈 그친 이곳에 바람이 붑니다
더운 바람이,
몰아쳐도 이제는 춥지 않은 바람이 분말같은 햇살을 몰고 옵니다
이 길을 기억하십니까
꽃 피고 지는 길
다시 그 길입니다
바로 그 길입니다>
- 시 ‘편지’ 전문
위 작품은 윤동주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한강 작가가 공부한 연세대는 윤동주, 기형도 시인을 배출한 학교이다. (서울대, 고려대, 육군사관학교는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연세대만 그렇지 못하다며 이 학교 출신 인사가 탄식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대통령 열 명 배출하는 것보다 국격을 높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 명을 내는 게 낫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미 윤동주, 기형도 시인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가 아닌가.)
만 스물 아홉에 세상을 떠난 두 시인은 다른 시대 삶을 살았지만, 당대의 아픔과 슬픔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같다.문청 시절의 한강은 자신도 모르게 두 선배의 시 정신을 함께 호흡했을 것이다.
▲시를 품은 사람들을 앞으로도 부축하며=
우리 한국인들은 유독 시를 사랑한다. 아니, 존숭한다.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모르겠다 싶어도 시 형식을 갖춘 글이면 일단 자세를 고쳐 잡고 본다. 시를 읽지 않는 세태가 오래 되었음에도 ‘시인’을 자처하는 이들은 외려 늘었다. 서울시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에는 시 작품들이 걸려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한다.
이런 문화가 한강의 시적 산문에 자양분이 됐을 거라고 믿는다. 유독 이야기를 좋아하면서도 내면에 운율과 여백의 미감을 품고 있는 족속. 근현대사의 상흔을 아직 다 지우지 못한 이 족속에게 한강 작가는 문학을 통해 큰 위로와 격려의 빛을 선물했다.
앞으로도 그가 직접 만든 노래 가사처럼 아프고 쓸쓸한 이들과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 (그가 2007년 산문집 ‘가만 가만 부르는 노래’를 펴냈을 때, 담당 기자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 때 그는 책 뒤에 자신이 작사·작곡하고 직접 부른 노래 10곡을 담은 CD를 부록으로 붙였다. 사람에 대한 사랑을, 세상에 대한 희망을 나지막하지만 온 힘을 다해 노래하는 음성이었다.)
다음은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가사 일부이다.
“안녕이라 말해본 사람 / 모든 걸 버려본 사람 / 위로받지 못한 사람 / 당신은 그런 사람 / 그러나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 모든 걸 버렸다 해도 / 위안받지 못 한다 해도 / 당신은 지금 여기 / 이제는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누가 내 손을 잡아주오 /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이제 내 손을 잡고 가요”
장재선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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