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국장 "큰형으로서 안 건드렸는데…MBC 놔둬선 안 돼" 발언 논란

KBS 뉴스룸국장, MBC 보도에 불만 드러내며 'MBC 관련 TF 구성' 발언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 통합뉴스룸국장이 MBC의 자사 관련 보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MBC 관련 TF(태스크포스)를 만들겠다고 발언해 논란이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최재현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10일 편집회의에서 “최근에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MBC가 너무 지나치게, 같은 동종업계에서 우리에 대해 그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참기 힘들다”며 “채널 이미지에 상당히 손상을 줬다. 그냥 있을 순 없다”고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전날(9일) KBS에 대해 <직원들에게 '명퇴'하라던 박민 KBS 사장‥간부들 업추비는 대폭 증액> <'조직개편 강행' 반발 확산‥KBS 간부들은 줄줄이 '보직 사퇴'> 등을 보도했다.

최재현 국장은 “MBC도 부도덕한 점이 많다. 공영방송에선 할 수 없는 짓을 했다”면서 “큰형으로서 안 건드려왔는데 저런 식으로 하면 안 건드릴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서 최 국장은 취재2주간, 산업과학부, 문화복지부, 사회부, 탐사부 등을 거론하며 “우리도 하나 TF를 만들겠다. MBC에 대해 그냥 놔둬선 안 된다.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회의는 KBS 뉴스에 대해 평가하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국장, 부장, 주간 등이 참석하며 KBS기자협회장도 기자들을 대표해 동석하는 자리다. 최 국장의 'MBC TF' 주장에 대해 KBS기자협회 측에선 반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통합뉴스룸의 한 구성원은 미디어오늘에 “MBC의 비판 보도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당당하게 보도를 통해 반박을 하면 될 텐데, 취재할 인력도 부족해 허덕이는 현업부서에서 인원을 차출해 TF까지 만들어 MBC를 공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유치하다”며 “이게 TF까지 꾸려 대응할 명분이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고, 이런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보도국 수뇌부를 맡고 있다는 게 한숨 나올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KBS를 향한 비판에 분노하기 이전에 본인들이 KBS 보도국 수뇌부로서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공정방송을 하고 있는지부터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며 “각종 신뢰도, 영향력 조사에서 KBS가 전례 없이 추락하고 있는 지금, 뭐가 중요한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생각도 하지 않는 수뇌부들을 보면 왜 그들이 보도국을 이끌 자격이 없는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거 같다”고 했다.

KBS는 박민 사장 체제가 출범한 이래 주요 사건이나 현안에 집중 대응하기 위한 TF를 구성한 적 없다. 'MBC TF'가 꾸려진다면 첫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