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尹, 북한 '뼈' 때렸나…北 김정은 "윤석열 괴뢰"
한동훈, '김대남 공격 사주' 강경 대응 표명
민주당, '만찬 패싱' 한동훈에 힘 실어 눈길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등을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했다. 한동훈 대표는 제외됐다.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직 대통령실 참모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까지 맞물리며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여권 내 갈등을 부추겨 반사 이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개혁신당은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역할을 정의하고,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김건희법' 제정을 제안했다. 국내 정계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도 긴장감이 감돈다. 윤 대통령은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핵 사용 시 북한 정권 종말'이라는 초강경 메시지를 던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겨냥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며 맹비난했다.
◆한동훈 없는 만찬서 "우리는 하나"…'김대남 의혹'에 與 파열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 갈등 국면이 심상치 않다고?
-윤 대통령이 2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자당 상임위원장, 상임위 간사단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했는데, 한동훈 대표가 제외되면서 '한동훈 패싱'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답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국감을 앞두고 매년 해오던 행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어.
-지난달 24일 한 대표가 참여했던 만찬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며?
-일단 만찬 시간이 90분에서 2시간15분으로 늘어났어. 무엇보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 지난번엔 윤 대통령만 주로 말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진 것과 대조적이야. 참석자들은 "우리는 하나다"라며 건배도 했고.
-'한 대표 공격 사주' 의혹을 두고 여권에서 의견이 갈리던데, 무슨 의혹이야?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한 유튜브 채널과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국민의힘이 발칵 뒤집혔어. 해당 녹취록에는 김 전 행정관이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다)"이라고 언급했어.
-그래서인지 한 대표는 해당 의혹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야. 물론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는 김 전 행정관과 친분이 없다"며 연관성을 부정했어. 그러나 한 대표는 "대통령 부부가 무관할 거로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더더욱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어.
-녹취록 파문이 이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고?
-의혹이 제기된 이후 김 전 행정관이 탈당하긴 했지만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당원을 대상으로 조사 절차에 돌입하면서 둘 사이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와. 당내에서는 이번 일로 당정 갈등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여권 내 분열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인 현재, 당정 갈등이든 계파 갈등이든 민생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만은 확실해.
◆"속 좁은 尹대통령"…민주당, 묘한 한동훈 '지원 사격'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갈등에 더불어민주당 반응은 어때?
-아무래도 제3자 입장이니까 느긋해 보이긴 해. 강 건너 불구경이랄까? 여권의 갈등이 자신들에게 호재라고 인식하는 것 같기도 해. 여기서 재밌는 점은 민주당이 세게 목소리를 내진 않더라도 은근슬쩍 한 대표 편을 든다는 거야.
-실제 한 대표만 쏙 빠진 만찬 회동이 열린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에게 힘을 싣는 발언이 꽤 나오더라고. "(윤 대통령이) 국민 세금으로 밥을 먹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때 자기가 원하는 사람과만 먹을 거면 자기 사비로 드시는 게 나을 것 같다"(이언주 최고위원), "독대 요구도 무시했다"(김병주 최고위원), "나라를 생각하면 한 대표에게라도 힘을 보태고 싶을 정도"(김민석 최고위원)라는 발언이 대표적이야. 이례적으로 최고위원 세 명이 공개회의에서 한 대표를 두둔한 셈이지.
-한민수 대변인도 1일 브리핑에서 "독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한 대표를 쏙 빼고 만찬을 진행하겠다는 것도 속 보인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언제부터 이렇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냐"고 묻더라고. 또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한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배후를 밝혀내겠다"고 했어.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김 여사를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제거하려 했다니 이렇게 막장 정권은 없다"라는 논평을 냈지.
-총선 때는 한 대표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민주당이 돌연 태도를 바뀐 게 흥미롭게 느껴져.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여권 내 갈등을 부추겨 반사 이익을 얻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와. 대통령실을 향한 공격 수단으로 한 대표를 이용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무엇보다도 한 대표가 차기 대권 가도에서 이재명 대표를 위협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도 깔린 것 같아. 더 이상 한 대표로부터 '정치적 임팩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지.
-또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둔 만큼 여권 내 이탈표를 만들기 위해 친한동훈계를 자극한다는 의도도 있고. 어찌 됐든 적과의 동맹(?)을 구축한 한 대표와 민주당의 관계가 재밌네. 지난 4일 김건희 특검법이 결국 재표결에서 부결되긴 했지만 말이야.
◆尹대통령-北 김정은, '강 대 강' 대응
-국내 정치도 시끄러운데, 북한까지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더라. 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했어.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지 않을 수 없게 한 가관이었다"고 비난했어. 특히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윤석열 괴뢰'라고 지칭했어.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어.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했어. 상당히 수위 높은 대북 경고 메시지가 담겼더라고. 윤 대통령은 특히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어. 이 부분에서 김 위원장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야.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논평하지 않았어. 대신 국민의힘에서는 김 위원장의 막말에 관해 "애당초 정상국가다운 모습이 전무했던 북한이기에 극단적 망발이 놀랍지도 않지만, 이토록 반발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핵 억제력에 대한 불안함의 표현"이라고 했어.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높아져선 안 될 것이야. 국민의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야. 다만, 우리 국민이 뽑은 행정수반인 윤 대통령을 겨냥해 원색적으로 비난한 북한 '최고 존엄'의 망언은 분명 비정상적이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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