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오선우,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6월 6일 삼성전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오선우가 지난 1일 1군에 콜업됐다. /김여울 기자

야구는 선택의 연속이다.

변화구냐 패스트볼이냐, 뛰느냐 마느냐, 강공이냐 번트냐.

순간순간의 선택을 해야 하는데 한순간의 선택이 모든 결과를 뒤바꾸기도 한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도 선택의 순간, 야구의 찰나를 보여주는 장면일 것이다.

9회말 1사 2스트라이크 2볼, 나지완은 채병용의 6구째 직구를 잠실 좌측 외야 상단에 꽂았다.

4시간 30여 분의 대접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2009시즌의 마침표가 찍힌 순간이기도 하다.

무섭게 날아오는 투수의 공, 총알처럼 날아가는 타구. 사실 뭔가를 판단할 틈도 없는 순간이다.

본능적으로 선수들은 움직인다.

끝없이 공을 치고 던지면서, 많은 경기 경험을 통해서 선수들의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머리에 쌓인 경험과 근육에 새겨진 기억이 순간의 움직임을 만든다.

끝없는 선택, 성공의 시간도 많지만 후회의 순간도 있다.

7월 31일 마산구장에서 오랜만에 오선우를 만났다.

KIA 1·2군이 동시에 NC와 원정졍기를 치르게 되면서 같은 공간에서 선수들은 다른 무대를 보고 있었다.

1군 선수단이 폭염중대경보로 실내에서 간단히 연습을 하는 사이 퓨처스 선수단을 보러 걸음을 했다.

“괜찮아요?”라며 안부 인사를 건넨 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후회하지 않았요?”

오선우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회가 아닌 아쉬움을 이야기한 오선우.

내가 궁금했던 순간은 6월 6일 삼성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선제 투런포를 날렸던 오선우는 2-2로 맞선 8회초 2사 1·3루에서 1·2루 사이로 향하던 땅볼 타구를 잡았다.

바운드 된 공을 잡은 1루수 오선우가 투수의 베이스 커버를 기다리기에는 긴박했던 상황이었다.

타자주자 김상준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고, 오선우도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KIA 오선우가 6월 6일 삼성전에서 1루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몸을 날려 1루 베이스를 찍은 오선우는 역전을 막는 아웃카운트를 올렸지만, 어깨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KIA 타이거즈 제공>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고, KIA는 역전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오선우는 그 장면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오선우는 어깨 관절 와순 부분 손상 부상을 입었다.

7월 2일 삼성과의 퓨처스 경기를 통해 다시 그라운드에 오르기는 했지만 1군 콜업을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팀 승리를 위한 부상 투혼이었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지금 당장 승리가 더 중요한 전쟁터이기 때문에 확실한 ‘주전’ 타이틀이 없는 오선우는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람이니까, 아웃카운트와 맞바꾼 혼신의 플레이를 후회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몸을 날린 플레이에도 이날 팀은 2-3패를 기록했고, 오선우가 어렵게 잡은 세 번째 기회는 물거품이 됐다.

마음과 달랐던 초반 흐름 탓에 오선우는 1군에서 16일을 보내는데 그쳤고, 두 차례 엔트리에서 말소됐었다.

5월 23일 다시 1군에 돌아온 뒤로는 분위기가 달랐다.

5월 29일 시작된 LG와의 3연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그는 6월 4경기에서 9타수 5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하면서 치열했던 1루 경쟁의 승자가 되는 것 같았다.

좋은 흐름 속 승리를 지키기 위해 했던 선택은 오선우에게는 독이 됐다.

하지만 오선우는 “다시 돌아가도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투 아웃이었다. 어차피 3루 주자는 홈으로 뛰었고 어쩔 수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투아웃 상황에 이미 3루 주자는 홈으로 뛰어들고 있던 상황. 이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오선우가 1루를 찍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 그렇게 살아왔다”면서 웃던 오선우.

그의 지난 시간들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오선우는 2021시즌 9경기 출장에 그쳤고, 2022시즌에는 아예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24시즌에도 1군 3경기 출장에 그쳤던 그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2025시즌을 준비했다.

비장했던 각오와 달리 2025시즌은 더 험난해 보였다.

패트릭 위즈덤이라는 막강한 1루수가 등장했고, 미국 어바인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야수들의 줄부상으로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오랜 시간 칼을 갈았던 오선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9시즌 이후 6번의 시즌에서 170타석밖에 서지 못했던 오선우는 474번의 기회를 맞았다.

18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날리는 등 116타석에서 안타를 장식했다.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알린 오선우, 하지만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그에게는 험난한 2026시즌이 펼쳐졌다.

스프링캠프에서 1루라는 확실한 자리에서 준비를 했고, 개막 엔트리에도 처음 이름을 올렸고 첫 개막전 선발도 경험했다.

그러나 부진으로 그의 야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침내 준비하는 게 나오는 것 같던 순간에는 부상을 당했다.

오선우는 “자리가 비면 차는 것이다. 작년에 나도 그랬다. 준비 잘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내할 것을 했다”고 말했다.

오선우도 부상으로 자리가 비면서 기회를 잡았다.

오선우가 빠진 자리는 다른 이에게는 기회의 자리가 됐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부상은 숙명이기도 하고 운명이기도 하다.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없는 무엇이지만 최대한 피해야 하고 극복해야 하는 게 선수들의 운명이다.

“컨택에 집중하고 있다.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언젠가 올 순간을 기약했던 오선우는 이날 기다렸던 연락을 받았다.

퓨처스 경기가 끝나고 광주로 막 이동을 시작했을 때 콜업 전화가 왔다.

오선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출발선에 다시 섰다.

1·2일 원정경기에 이어 4일 KT위즈와의 홈경기까지 폭염으로 취소되면서 그의 부상 복귀전이 미뤄졌다.

후회 보다는 아쉬움으로 기다렸던 오선우의 진짜 시즌이 시작된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